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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추억 속 첫사랑만큼이나 빛바랜 무인역

by *저녁노을* 2010.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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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 첫사랑만큼이나 빛바랜 무인역


얼마 전, 남편과 함께 텅 빈 친정에 쌀을 찧어오는 길이었습니다.
"우리 그냥 가지 말고 고개 넘어 이모 집에 가 볼까?"
"이모도 안 계시는데 뭐하러?"
엄마 대신 이모라고 가끔 들러 이모를 보고 오곤 했었는데 이모도 세상 떠난 지 제법 되는데 가 보자고 합니다.
"그러지 뭐."
친정집처럼 텅 비어 있고 다 쓰러져가는 이모 집이었습니다.
잠시, 예뻐 해 주던 이모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쓸쓸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린 남편은 지금은 무인역이 되어버린 역에 차를 세웁니다.
"여긴 왜?"
"저번에 당신 첫사랑을 만났던 곳이라고 했잖아!"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그럼. 난 그런 풋풋한 첫사랑도 없는데 부러워서."
".........."
잠시 내려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간이역은 너무 조용하였습니다.
그 땐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붐볐었는데 말입니다.







1977년 이맘때쯤이었을까?

큰오빠 집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주말이면 늘 부모님께서 계신 고향을 찾아오곤 했었습니다. 완행버스로 1시간 거리를 엄마가 보고 싶어 주말만 기다리곤 했으니까요.
들판에는 누렇게 벼가 익어가고 있었고,




호박도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늘 버스만 타고 고향을 오가다가 오랜만에 기차가 타고 싶었습니다.
빨간 완행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하였습니다.
그때에는 자가용 있는 집은 잘 사는 부잣집뿐이었으니 기차역에는 제법 많은 사람이 붐비고 있었습니다.

평촌역은 내게 첫사랑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여고시절, 조잘조잘 낙엽 뒹구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었던 꿈 많았던 시절 난생처음 친구와 함께 기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기차 속에서 중학교 때 친구를 우연히 만나 나의 첫사랑을 소개받았습니다.




 

차창 사이로 눈에 들어오는 뽀얀 메밀꽃을 봅니다. 하늘하늘 바람에 휘날리는 흰 안개꽃처럼 온 밭에 소금을 뿌린 듯한 정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런 때. 메밀꽃이 필 무렵이면 난 여학교 때 내 가슴속에 품었던 첫사랑을 조용히 떠올려 봅니다. 저렇게 무리지어 가득한 메밀꽃이 필 무렵 큰오빠네에서 공부하던 여고 시절 주말을 맞아 시골 부모님께 들렸다 가 되돌아가면서 한 번도 타지 못했던 기차를 친구와 함께 타게 되었습니다. 버스만 이용하다가 친구의 권유로 타게 된 기차 안에서 중학교 동기인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어!~ 야!~ 오랜만이다. 얼마 만이야?"

"응..그래. 중학교 졸업하고 처음이지?"

"그런 것 같애. 아 참!~ 내 친구야 인사해..시내 사는 친구인데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올라가는 길이야"

"어~~~응!~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우와!~ 굵직한 목소리!~~'





 




나의 첫사랑은 도시에서 자라서인지 뽀오얀 피부에 여자처럼 빨갛고 도톰한 입술을 가졌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검은 눈썹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때는 교복을 입고 다녔던 때라 어디 다니는 줄은 다 알고 있었으며, 그렇게 만난 인연으로 아름다운 사연 담아서 수 없이 오갔던 편지들....글은 나의 마음을 전 할 수 있었고 첫사랑인 너의 마음을 받을 수 있었고,서로를 알아가면서 그리워하기도, 보고 싶어 하기도 하면서 사랑인지도 모른 체 감정 키워 갔었습니다. 





가끔 만나서 같은 사물을 바라보기도 하고, 같은 생각에서 까르르 웃기도 하며,
네가 있어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고
내가 있어 고와 보이는 세상,
따뜻하게 손잡아 본 게 전부이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던 첫사랑.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를 즐겨 불렸고, 기계를 다루는 사람과는 달리 시를 좋아하고 감성적이었던 사람. 아름다운 사랑 키워 가다가 나의 첫사랑도 사회에 첫발을 내 딛고 저도 먼 곳으로 발령을 받다 보니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무런 이별도 없이 아무런 기약도 없이 그렇게 멀어져 버린 사이...나이어린 사랑이라 풋사랑이었을까요? 아니면 진정한 인연이 아니었을까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거래요'
누군가 말처럼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지금도 가끔 아니 이렇게 메밀꽃 필 무렵이면 내 가슴속에 애잔하게 남아 일렁이는 이유는 영원한 이별을 하지 않은 탓일까요?






남편은 가끔 놀려 대기도 합니다.

"당신 첫사랑 궁금하지 않아?"

"몰라!"

슬쩍 넘겨 버리며 외면하곤 합니다. 누구나 가슴에 품고 사는 첫사랑, 낡은 사진첩 속에 숨어 있는 옛 추억, 이 가을에는 들추어내어 보고픈 마음입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답니다.






지금은 무인역으로 변해버린 것을 보니 제 첫사랑만큼이나 빛바래있었습니다. 행운이었는지 내 눈앞에서 금방 사라지는 기차는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데 충분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첫사랑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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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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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촌역에 그렇게 아름답고 애틋한 추억이 있으시네요..
    저두 가끔 기차를 탈때면 어릴 때 숱하게 봐왔던 조그만
    시골역사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더라구요.
    답글

  • 사랑초 2010.10.24 10:49

    첫사랑...왜 헤어지는 건지........ㅎㅎ
    그리움만 남습니다.ㅋ
    답글

  • 강나루 2010.10.24 10:50

    점차..무인역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자동차의 보급때문이지요. 쩝!
    첫사랑...가슴아파요. 생각만 하면.ㅎㅎ
    답글

  • 소리새 2010.10.24 10:51

    평촌역...그저 스치고 지나가는 역이었는데 이젠 노을님 생각날 것 같네요.ㅎㅎ
    잘 보고가요.
    답글

  • Favicon of http://blog.daum.net/design11111 Yujin 2010.10.24 11:34

    저도 간이역만 보면 멈춰서 생각에 젖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어요^^
    답글

  • Favicon of https://system123.tistory.com 예또보 2010.10.24 11:58 신고

    비도 오는데 파르르님 감성을 자극하시는군요 ㅋ
    쩝 ~~ 아련하네요
    답글

  • Favicon of http://smudia.tistory.com 스무디아 2010.10.24 12:29 신고

    호박이 누렇게 익어가는군요...ㅎ
    기차역은 왠지 사람들의 여행의 대한 추억이 담겨있어서 그런지
    언제봐도 좋은곳입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s://min-blog.tistory.com 백전백승 2010.10.24 15:06 신고

    저는 가슴 설렘정도만 떠오르는 것 같아요.
    답글

  • Favicon of http://syohh89.tistory.com suyeoni 2010.10.24 17:27 신고

    여기 너무 예쁘네요 무인역이라니
    뭔가 아련하고 좋은데요...
    답글

  •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mami5 2010.10.24 17:52 신고

    무인역이라니 더욱 여행한 기분이 날 것 같습니다..
    저는 기차를 몇번 타보질 못해 기차여행 하고싶네요..^^
    잘 보고갑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s://shlim1219.tistory.com ★안다★ 2010.10.24 18:28 신고

    첫사랑하면...음...몽둥이가 생각납니다~
    고등학교 시절 연애편지 쓰다가 선생님께 들켜서...'공부를 위한 사랑의 매'를 엄청 맞았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네요~에헤헤^^;;;
    답글

  • Favicon of https://donghun.kr 멀티라이프 2010.10.24 20:36 신고

    들판과 주변의 풍경에는 풍성한 가을 느낌이 가득한데..
    역에는 이상하게 진한 그리움이 묻어나는것 같아요.
    답글

  • Favicon of https://datafile.tistory.com 신기한별 2010.10.24 21:06 신고

    철도가 복선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사라지는 무인역들이 많습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leedam.tistory.com leedam 2010.10.24 21:16 신고

    무인역 ?? 요즘 많이 생기도 있다 더군요 ^^
    철도의 포스팅 아주 좋습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탐진강 2010.10.24 21:26 신고

    기차와 첫사랑, 그리고 가을.
    아름다운 영화 한편 나오는데요 ^^;
    답글

  • 한일휘 2010.10.24 23:50

    연석아,
    니 집 사람 블로그에서나마
    니 안부를 확인하게 되는구먼...

    오늘은 '첫 사람'이란 주제로,
    모처럼 잠시나마 샌치함에 젖어들게 하며 가을 하늘을 울려다 보게 만드는
    항상 새롭게 건강하게 업뎁되는 니 집 사람 블로그를 보고 니가 자알 살고 있는 모습을 접하게 되니,
    어무이도, 니도 니 얘들도 블로그 주인장이신 니 집 사람도 자알 살고 있는 걸 새삼스레 확인하게 되는구먼... 후후.

    건강하게 자알 지내려무나....
    답글

  • 첫사랑이 보고 싶네요~ ㅎㅎ
    답글

  • 2010.10.25 10:30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ab588.qookdown.kr 120살프로제트 2010.11.29 20:56

    건к강<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내병은 내가고친다.<
    <font color=#ffffff>㎖</font>
    <font color=#ffffff></font>정<font color=#ffffff></font>보<font color=#ffffff></font>
    답글

  • 첫사랑 2011.10.04 12:35

    나의순결을과마음을 배앗은 평촌장로교회 김문제안수집사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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