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0. 10. 27. 06:36

가슴 먹먹했던 한 마디 '내 며느리 사랑한데이~'



휴일은 비가 토닥토닥 내렸습니다. 마치 겨울을 부르기라도 하듯.....
하루종일 집안에만 있자니 갑갑하기만 합니다. 오후가 되자 날이 맑아 오기 시작합니다.
"우리 동네 한 바퀴 하고 올까?"
그냥 있자니 남편도 많이 갑갑한 모양입니다.
저녁쌀을 씻어놓고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아파트만 벗어나면 시골 맛이 풍기는 과수원, 벼 논, 기름진 옥토 같은 텃밭이 가득합니다.





잘 키운 김장 배추 무 대파 부추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텃밭에서 할머니 한 분이 고구마를 캐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고구마 많이 났어요?"
"아니, 올해는 한 뿌리씩밖에 달리지 않았네."
"고구마 캐서 파시나요?"
"아니여. 우리 아그들한테 부쳐 줘야제."
"맛있어 보입니다."
"우리 손자가 할머니 밭에 뭐 심어놓았어요? 하고 물어."
여기저기 조금씩 심어놓은 텃밭에는 할머니의 정성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우리 며느리가 고구마를 좋아해."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긴, 재미삼아 하는 거여~"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고 모든 것 다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백발의 머리와 쪼글쪼글한 피부, 거칠은 손으로 오직 자식을 위해 사신 어머님 생각이 간절하였습니다.

저렇게 텃밭에 갖가지 심어 놓고 주말이면 하나 가득 들고 오곤 했는데, 지금은 잡풀만 가득하니 말입니다.










▶ 어릴때 먹었던 까마중입니다.
















쉬엄쉬엄 천천히 걸으며 마음의 여유를 찾으며 뒷산을 올랐습니다.
여기저기 가을이 살며시 내려앉는 모습을 느껴보았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여보세요! 엄마!" 시어머님이었습니다.

84세의 어머님은 몸이 굳어가는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고 계시는 바람에 요양원에서 6개월째 생활하고 계십니다. 주말이면 늘 가까이 사는 막내동서가 찾아뵙고 있습니다. 기억력은 점점 퇴보하더니 추석 이후에는 제법 좋아진 느낌이라 핸드폰을 갖다 드렸습니다. 가끔 전화해 보아도 받지 않아 사무실로 해 보고 안심을 하곤 합니다.
 
남편에게 전화를 받아드니

"야야! 우찌 같이 있네. 잘 지내제?"
"네. 어머님. 우린 잘 지내고 있어요. 어머님도 잘 지내시죠?"
"잘 지내고 있다. 나도. 아무튼 행복하게 살아라."
"네. 어머님. 저녁은 드셨어요?"
"응. 막내가 금방 왔다 갔다."
"네. 그러셨군요."
"어머님 전화해도 안 받으시더니."
"호주머니나 서랍에 넣어 놓으니 얼른 받을 수가 없어서 그래."
"그랬군요. 다음에 막내삼촌 가면 목걸이 해 드리라고 할게요."
"그럼 좋지."
"내 며느리! 사랑한데이~"
"?????"
"아! 네. 어머님. 저도 어머님 사랑합니다."
"잘 지내거라."
"어머님도 잘 지내세요."

전화기를 남편에게 전해주며 한동안 멍하였습니다.
"당신, 엄마한테 그런 소리 처음 듣지?"
"......................."
"우리 마누라 감동 먹었나 보다."
"생전 처음 듣는 소리잖아!"
"그러게."
얼마나 울컥하던지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님께 별로 해 드린 것도 없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모르겠습니다. 직장생활 한다고 집에서 모시지도 못하고 요양원에서 생활하게 하는 나쁜 며느리인데 말입니다.

어머님! 전화라도 자주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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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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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따뜻한 풍경 많이 보고 갑니다.. 어머니 아버지도 요즘 나오는 곡식, 과일들 부쳐주느냐 바쁘세요
    이런 게 정인가 봅니다 ^^

    2010.10.27 12: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음...뭔가 마음을 편하게 하고 자신을 삶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입니다!

    2010.10.27 13: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밑에 읽다가 눈물 흘렸네요~
    사랑이 느껴져요
    노을님~오늘 너무 춥지요..
    따뜻하게 잘 보내세요^^

    2010.10.27 13: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얼른 쾌차하셔야 될텐데요.
    가슴을 적시는 한마디가 모든 이웃분들을 따뜻하게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추운 날씨를 버틸 수 있는 힘은 사랑인가봅니다.
    사랑합니다.

    2010.10.27 13:23 [ ADDR : EDIT/ DEL : REPLY ]
  6. 아, 글을 읽으며 왜 제가 짠한거죠? ^^;;
    정말 말 한마디가 얼마나... 위대한건지...

    2010.10.27 13: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정말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그리고 사랑한데이...라는 한마디가 귓전에 계속 맴돕니다~!!!
    정말 좋은 글...잘 읽고 갑니다~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저녁노을님~!!!

    2010.10.27 13: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안녕하세요?
    부천시 공식 블로그 판타시티입니다.

    아이고~
    저도 눈이 찌잉~ 하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가요~

    2010.10.27 13: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짠하네요~

    앞으로도 계속 사랑한단말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노을님도 어머님한테 계속 해주셨음 좋겠구요..

    2010.10.27 13: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살다보면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더 공감대가 형성되는듯합니다.찡하네요^^

    2010.10.27 14: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마음이 짠합니다.
    우리시어머니도 사랑많으신데..
    전화드려야겠어요,

    2010.10.27 14: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제 가슴도 덩달아 멍~해지는 느낌이에요~ㅡ,ㅡ

    2010.10.27 15: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가슴이 짠..... 해 지네요..

    2010.10.27 15:26 [ ADDR : EDIT/ DEL : REPLY ]
  14. 하..가슴이 따듯해지면서 부럽고..저도 꼭 언젠가 듣고 싶네요.

    2010.10.27 16: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저녁노을님의 따뜻한 마음이
    시어머님에게도 전해졌으리라 믿습니다..

    2010.10.27 17: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어머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가을님께서 이런 마음을 가지신걸 아시니 어머님께서 서슴없이 며느리 사랑한데이~라고 말씀하시지요 ^^

    2010.10.27 17: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뭔가 짠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2010.10.27 17: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그동안 모시고 살면서 온갖 정 다 드셨잖아요.
    그래서 더 생각나고 그러셨나 봅니다.
    제가 다 가슴이 울컥합니다.

    2010.10.27 18: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맘이 짠해지네요..
    오래도록 모셔온 분이니 그 정을 아시나봅니다..

    2010.10.27 20: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노을님 가족분들은 얘기 나오면 왤케 울컥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랑합니다 한마디, 저도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해야겠습니다...

    2010.10.27 22: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마음이 훈훈합니다 ^^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10.10.27 23: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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