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0. 11. 2. 06:21

산행의 즐거움을 모르는 아들과 함께한 사천 와룡산



휴일, 오전 내내 집안일을 하고 나니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좋은 날씨였습니다. 하늘은 높푸르고 햇살은 따사롭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우와! 날씨 좋은데 우리 산이나 갔다 올까?"
마침 기말고사도 끝났기에 아들을 데리고 가고 싶어
"아들! 우리 산행 가는데 같이 안 갈래?"
"싫어요. 엄마 아빠나 다녀오세요."
"왜? 같이가자. 응?"
"안 간다니까."
화까지 내 버리는 게 아닌가. 곁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은
"어서 준비해. 같이 가자."
"싫은데."
"싫어도 가자."
단호한 한 마디에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서는 중3인 아들입니다.



바람을 가르며 달려간 곳은 사천 와룡산입니다.
 

* 1코스 - 임내저수지  도암재  새섬바위  민재봉(5.0㎞,약2시간 30분소요)  
* 2코스 - 백운골주차장  백천재  민재봉(4.3㎞, 약2시간40분 소요)  
* 3코스 - 와룡마을  청룡사  수정굴  민재봉(3.6㎞, 약2시간소요)  
* 4코스 - 용두마을  기차바위  민재봉(6.5㎞, 약3시간소요)  
* 5코스 - 용현신기  약수암  안점봉화대  하늘먼당  백천재  민재봉(9.7km, 3시간30분소요)  
* 6코스 - 진분계  민재봉(2.8km, 2시간소요)  
* 7코스 - 용현신기  약수암  하늘먼당  백천재  민재봉  기차바위  용두마을(종주코스)(17.4km, 5시간30분소요)




여러갈래의 길이 있지만, 우리가 오른 1코스는 

임내저수지 - 도암재 - 새섬바위 - 민재봉, 백천계곡 - 백천재 - 민재봉

2시간 30분 5km 거리였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이 누워 있는 듯 하다 하여 와룡이란 지명을 지닌 와룡산은 고려 태조 왕건의 여덟 번째이자 막내아들인 욱과 그의 아들 순(8대 현종)이 어린 시절 귀양살이를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나란히 걷는 부자


▶ 등산 안내도




▶ 소원을 빌며 돌탑을 쌓는 남편


 

와룡산은 섣달 그믐날 밤이면 산이 운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와룡산이 운다는 내력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그 중 하나는 우리나라 산의 족보격인 산경표(山經表)에서 와룡산이 누락되었기 때문이라는 설과 와룡산이 아흔아홉 골로 한 골짜기가 모자라서 백 개의 골이 못되는 산이 되어서 운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일본사람들이 우리 고장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하여 와룡산 정상(민재봉)을 깎아 내렸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 철쭉이 피었습니다.

정상 가까이 오르니 양옆에는 철쭉군락지였습니다. 아마 봄에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정상


정상에 올라 발아래로 내려다보니 과히 장관이 따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저 멀리 지리산, 남덕유산, 의령 자굴산, 자주 다니는 월아산이 보이고 사량도, 신수도, 남해까지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와룡산은 800m도 못 미치는 낮은 산이라고 생각되기 쉬우나, 경사가 급하여 쉽게 산에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등산로는 남양동에서 주로 오르나 와룡마을 사람들은 와룡산의 정면이 와룡마을 쪽인데 정면에서 산을 오르지 않고 산의 뒤쪽인 남양동에서 오른다고 핀잔을 주기도 하는데 앞쪽에서든 뒤쪽에서든, 한번 올라보면 적당한 워킹과 아슬아슬한 암릉도 만끽할 수 있으며, 와룡산 그 자체도 매력 있는 산이지만 산 아래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에 가히 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을이 살며서 내려앉은 아름다운 산천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맛에 산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쉬엄쉬엄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만끽하는 재미를 모르는 우리 아들입니다.

“아들! 정말 멋있지?”
“..............”

“저기 봐!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잖아!”

“............”

감정 없는 녀석처럼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들! 오늘 재미있었어?”
“하나도 재미없었어.”

이 일을 어쩝니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아들이니 말입니다.

누군가 ‘왜 산을 오르는지 모르겠어.’하는 말이 생각납니다.

맞습니다. 힘들어하면서 왜 굳이 산을 오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이겠지요. 하지만, 돈 들이지 않고 땀 흘리며 운동하고 자연이 내뿜는 맑은 공기 마시니 저절로 건강해질 것 같고, 어떤 어려움이 다가와도 이뤄낼 수 있다는 인내력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에 많은 사람이 산을 즐기고 있습니다.

하긴, 컴퓨터 게임, TV, 음악이 훨씬 더 좋다고 느끼고 있는 중3인 아들인데 산행이 즐거울 리가 있겠습니까. 물어보질 말아야 했었는데 말입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아니 철이 들어가면 산행의 참맛을 알게 되겠지요. 공부만 하라는 부모 되고 싶지 않습니다. 공부도 체력이 따라줘야 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되면 더 따라다니기 어려울 것입니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아빠와 약속을 하는 아들입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치고 나면 주말에는 우리와 함께 산행하는 거야?”

“알았어요.”

학교갔다 학원가고 공부에 시달리는 녀석이라 얼굴 보기도 쉽지 않은데 아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하였습니다.

나무는 나뭇잎을 물들이며 긴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자연을 닮아가고 생활의 여유 찾으며 살아가는 아들이었음 하는 바람 간절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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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사천시 남양동 | 와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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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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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산에 한두번 다니다 보면
    그 매력에 푹 빠져서 나중엔 알아서 잘 다닐것 같아요~^^
    보니까 저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네요~
    단풍구경 한번 하긴 해야 되는데..
    이제 곧 있으면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겠죠~~ㅎ
    오늘도 많이 추운데
    따뜻하게 잘 보내세요^^

    2010.11.02 12: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아직은 산행의즐거움모르죠.
    우리가 좋다고 강요해서도안되고..
    저도 남편도40이넘으니 산이부르던데...
    귀여운아드님이네요.

    2010.11.02 13: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와룡산의 전설이야기가 흥미롭네요.
    어릴적에 부모님과 함께하는 산행이 나중에 커서 큰 기억으로 남을겁니다.^^
    멋진 와룡산의 모습 잘 보고 갑니다~~

    2010.11.02 13: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자제분과 함께한 산행 즐거우셨던것 같네요~
    아드님이 좀더 산에 대한 매력을 알게되면 산행을 즐거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2010.11.02 13:38 [ ADDR : EDIT/ DEL : REPLY ]
  6. 안녕하세요?
    부천시 공식블로그 판타시티입니다. ^^

    사진만으로도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 같아요.
    역시 사람은 자연과 벗삼아 살아야 할텐데요.
    좋은 글 사진, 잘보고 추천하고 갑니다~

    2010.11.02 14: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산행 안해본지 한참 된 것 같아요..
    저기 있는 산들도 조만간 단풍잎과 은행잎으로 덮어지겠죠^^

    2010.11.02 14: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매주 산을 함께 하시면 아드님도 산의 매력에 빠질 것 같은 데요?
    고요하고, 자신과의 정적인 싸움과의 정상에의 환희를
    맑은 공기 속 걷는 즐거움을 저도 느껴 보고싶어 집니다. ㅎ

    2010.11.02 15:11 [ ADDR : EDIT/ DEL : REPLY ]
  9. 우리 작은 아이는 산을 좋아하는데, 딸은 싫어해요.
    어릴땐 맛있는거 사준다고 꼬셔서(?)데리고 가곤 했지만, 이젠 머리가 크니 그것도 안 먹혀요.^^
    각자 좋아하는게 다르니까, 작은 아이만 데리고 다닙니다.

    저도 이번 주말엔 시간이 걸리는 코스를 아이와 돌기로 했는데 성공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네요.
    행복한 날 되세요. ^^

    2010.11.02 15: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일요일에 산행 하다가 인생 퇴갤할 뻔 했습니다.. 후후.
    지지난 주엔 단풍을 볼 수 없더니 저번주는 말라 비틀어진 단풍들도 눈에 보이더군요^^;
    저는 단풍이랑은 인연이 없나봅니다.^^:;

    2010.11.02 15: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산행의 즐거움을 모르는 1인 추가요...
    아직 산행 다운 산행을 해본 일이 없는지라
    제게는 요원한 얘기같이 보입니다.
    서서히 동네 산에 올라가보고
    내년에는 산행 다운 산행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2010.11.02 15: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저는 산은 좋은데
    산에 올라가는것은 싫어요 ㅎㅎㅎ

    2010.11.02 16: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단풍이 아주 멋지네요~
    울딸도 산에 데려가고 싶어도 그렇게 안따라 갈려구 하더라구요~
    아드님과 산행, 아주 좋아보여요~^^

    2010.11.02 16: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아~가을산이네요~~~
    대신 가을 느끼고 갑니다~~~ㅎㅎ

    2010.11.02 17: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가을은어딘가 떠나야 하는데
    저는 시간을 통 낼수가 없어
    이렇게 사진을 통해 여행합니다
    행복하세요

    2010.11.02 20:28 [ ADDR : EDIT/ DEL : REPLY ]
  16. 가을은어딘가 떠나야 하는데
    저는 시간을 통 낼수가 없어
    이렇게 사진을 통해 여행합니다
    행복하세요

    2010.11.02 20:28 [ ADDR : EDIT/ DEL : REPLY ]
  17. 사천 와룡산을 다시보니 반갑네요..
    언젠가 부부모임에서 삼천포 간김에 와룡산도 한번 등산 해봤답니다..
    그리 멀지 않고 좋았던 기억이납니다..^^
    덕분에 다시 잘 보고갑니다..^^

    2010.11.02 22: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저도 정말 싫어했는데...
    훗날 군대에 다녀오면
    아드님도 좋아하실 거라 확신합니다! ㅎㅎ

    2010.11.02 23: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싫다면서도 따라나선 아들은 그래도 겉으론 10대 반항기와 안으로는 부모님 생각하는 마음 두가지로 혼란해하는거 같아요. 제 아들도 그래요...10대 아들과 산행에 같이간다는 것은 기적이지요..ㅋㅋㅋ

    2010.11.03 02:12 [ ADDR : EDIT/ DEL : REPLY ]
  20. 하하~ 저도 저 나이때 그랬어요.
    나이 먹어가며 산과 자연이 좋아지겠지요.
    날씨가 좋으니 놀러가고 싶어 근질근질 합니다ㅎㅎ

    2010.11.03 10: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한일휘

    서가,
    어머님께서는 자알 기시나:?
    역시나 니 마눌 블로그에서나마 니 안부를 확인하누먼...

    아들 노옴한테도 자알 혀라... 이 사람아. 후후.

    노을(제수 씨) 님, 넘 노워여 하시지는 마시오.
    석이나 저나 평생 구닥다리 그 세대의 행태는 겲코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수 씨는 천상에서 사십니다.
    문제 상황에서는 항상 석이가 '먼저' 사과하더구먼유...

    수곡 촌 노옴들 중에서, 먼저 사과하는 사람 흔치 않습니데이... 후후...

    2010.11.04 07:18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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