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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산행의 즐거움을 모르는 아들과 함께한 사천 와룡산

by 홈쿡쌤 2010.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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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의 즐거움을 모르는 아들과 함께한 사천 와룡산



휴일, 오전 내내 집안일을 하고 나니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좋은 날씨였습니다. 하늘은 높푸르고 햇살은 따사롭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우와! 날씨 좋은데 우리 산이나 갔다 올까?"
마침 기말고사도 끝났기에 아들을 데리고 가고 싶어
"아들! 우리 산행 가는데 같이 안 갈래?"
"싫어요. 엄마 아빠나 다녀오세요."
"왜? 같이가자. 응?"
"안 간다니까."
화까지 내 버리는 게 아닌가. 곁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은
"어서 준비해. 같이 가자."
"싫은데."
"싫어도 가자."
단호한 한 마디에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서는 중3인 아들입니다.



바람을 가르며 달려간 곳은 사천 와룡산입니다.
 

* 1코스 - 임내저수지  도암재  새섬바위  민재봉(5.0㎞,약2시간 30분소요)  
* 2코스 - 백운골주차장  백천재  민재봉(4.3㎞, 약2시간40분 소요)  
* 3코스 - 와룡마을  청룡사  수정굴  민재봉(3.6㎞, 약2시간소요)  
* 4코스 - 용두마을  기차바위  민재봉(6.5㎞, 약3시간소요)  
* 5코스 - 용현신기  약수암  안점봉화대  하늘먼당  백천재  민재봉(9.7km, 3시간30분소요)  
* 6코스 - 진분계  민재봉(2.8km, 2시간소요)  
* 7코스 - 용현신기  약수암  하늘먼당  백천재  민재봉  기차바위  용두마을(종주코스)(17.4km, 5시간30분소요)




여러갈래의 길이 있지만, 우리가 오른 1코스는 

임내저수지 - 도암재 - 새섬바위 - 민재봉, 백천계곡 - 백천재 - 민재봉

2시간 30분 5km 거리였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이 누워 있는 듯 하다 하여 와룡이란 지명을 지닌 와룡산은 고려 태조 왕건의 여덟 번째이자 막내아들인 욱과 그의 아들 순(8대 현종)이 어린 시절 귀양살이를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나란히 걷는 부자


▶ 등산 안내도




▶ 소원을 빌며 돌탑을 쌓는 남편


 

와룡산은 섣달 그믐날 밤이면 산이 운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와룡산이 운다는 내력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그 중 하나는 우리나라 산의 족보격인 산경표(山經表)에서 와룡산이 누락되었기 때문이라는 설과 와룡산이 아흔아홉 골로 한 골짜기가 모자라서 백 개의 골이 못되는 산이 되어서 운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일본사람들이 우리 고장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하여 와룡산 정상(민재봉)을 깎아 내렸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 철쭉이 피었습니다.

정상 가까이 오르니 양옆에는 철쭉군락지였습니다. 아마 봄에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정상


정상에 올라 발아래로 내려다보니 과히 장관이 따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저 멀리 지리산, 남덕유산, 의령 자굴산, 자주 다니는 월아산이 보이고 사량도, 신수도, 남해까지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와룡산은 800m도 못 미치는 낮은 산이라고 생각되기 쉬우나, 경사가 급하여 쉽게 산에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등산로는 남양동에서 주로 오르나 와룡마을 사람들은 와룡산의 정면이 와룡마을 쪽인데 정면에서 산을 오르지 않고 산의 뒤쪽인 남양동에서 오른다고 핀잔을 주기도 하는데 앞쪽에서든 뒤쪽에서든, 한번 올라보면 적당한 워킹과 아슬아슬한 암릉도 만끽할 수 있으며, 와룡산 그 자체도 매력 있는 산이지만 산 아래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에 가히 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을이 살며서 내려앉은 아름다운 산천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맛에 산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쉬엄쉬엄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만끽하는 재미를 모르는 우리 아들입니다.

“아들! 정말 멋있지?”
“..............”

“저기 봐!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잖아!”

“............”

감정 없는 녀석처럼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들! 오늘 재미있었어?”
“하나도 재미없었어.”

이 일을 어쩝니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아들이니 말입니다.

누군가 ‘왜 산을 오르는지 모르겠어.’하는 말이 생각납니다.

맞습니다. 힘들어하면서 왜 굳이 산을 오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이겠지요. 하지만, 돈 들이지 않고 땀 흘리며 운동하고 자연이 내뿜는 맑은 공기 마시니 저절로 건강해질 것 같고, 어떤 어려움이 다가와도 이뤄낼 수 있다는 인내력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에 많은 사람이 산을 즐기고 있습니다.

하긴, 컴퓨터 게임, TV, 음악이 훨씬 더 좋다고 느끼고 있는 중3인 아들인데 산행이 즐거울 리가 있겠습니까. 물어보질 말아야 했었는데 말입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아니 철이 들어가면 산행의 참맛을 알게 되겠지요. 공부만 하라는 부모 되고 싶지 않습니다. 공부도 체력이 따라줘야 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되면 더 따라다니기 어려울 것입니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아빠와 약속을 하는 아들입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치고 나면 주말에는 우리와 함께 산행하는 거야?”

“알았어요.”

학교갔다 학원가고 공부에 시달리는 녀석이라 얼굴 보기도 쉽지 않은데 아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하였습니다.

나무는 나뭇잎을 물들이며 긴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자연을 닮아가고 생활의 여유 찾으며 살아가는 아들이었음 하는 바람 간절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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