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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몸으로 느끼며 걷는 길 '무학산 둘레길'

by 홈쿡쌤 2010.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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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쫓기듯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주일 내내 동동걸음을 치면서 하루를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따뜻한 밥을 하여 딸아이 아침을 먹이고 점심도시락까지 싸 보내고 집안 청소를 시작하려고 하니 동창회 산악회 모임이 있어 나가던 남편이

"당신도 따라 갈래?"

"내가 어떻게 거길 가 안 갈래. 아이들이나 챙기지 뭐."

"국화 축제하는데 갔다 오면 되잖아."

"아휴! 싫어. 작년에 갔다가 사람들이 많아 밀려다녔잖아."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그럼 어머님한테나 다녀올까?"

"그럴래? 그럼 산행은 하지 말고 행사장에만 가지 뭐."

집에 있는 중3인 아들 녀석에게도

"아들! 할머니한테 가는데 같이 갈래?"

"알았어. 따라갈게."

무슨 일인지 아무 말 없이 선뜻 따라나서는 아들입니다.


한 시간을 넘게 달려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 어머님께로 갔습니다.

마침, 막내 동서네도 도착하였습니다.

치매로 요양원에서 생활하시는 시어머님을 매주 막내 동서네 가족이 찾아뵙고 있습니다.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음식을 장만하여 찾아가는 동서를 보면 늘 미안한 맘 감출 길 없습니다. 그날도 동서는 김밥과 된장국을 끓이고 족발을 사와 어머님과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동서! 고생이 많다.”
“아닙니다. 형님.”
“그래도 매주 시간을 내야 하고 또 이렇게 음식도 준비해야 하잖아.”
“하나도 힘 안 들어요. 염려하지 마세요.”

“미안타.”

“괜찮습니다.”

동서 역시 맞벌이를 하면서 주말이면 쉬고 싶을 터인데 언제나 주말만 기다리고 계신 어머님을 혼자 맡겨 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 가득합니다.


얼마 전부터 몸은 움직이시지 못하여도 정신이 많이 맑아져 핸드폰을 가져다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자주 전화가 걸려옵니다.

“내 며느리 사랑한데이!”

“우리 아들 사랑한데이!”
“우리 손녀 사랑한데이!”

입버릇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하시는 어머님이십니다.


휠체어를 타고 내려온 어머님을 보니 제법 건강해 보였습니다.

"어머님 잘 지내셨어요?"

"응. 왔냐?"

"아들! 할머니 손 한번 잡아 봐!"

"아이쿠! 우리 손자도 왔나" 하시며 눈물을 보이십니다.

동서가 싸 온 김밥과 족발을 나눠먹었습니다.

오물오물 씹어 잘 드시는 어머님이십니다.


"어머님! 전화 자주 할게요."

"그래 잘 가거라."

두 시간정도 함께 앉았다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 나왔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시산재가 열리는 무학산 만날재로  향하였습니다. 사실, 따라나서기는 했어도 선뜻 행사장으로 가기는 뭣하여 '무학산 둘레길'을 걸어 올랐습니다.

 







'마실 길', '산소길', '걷는' 길에 대한 관심은 전국 지자체마다 다양한 산책길을 선보이며 걷기 열풍에 휘말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경남 마산 '무학산 둘레길'은 바다를 끼고 산을 돌며 나아가는 길입니다.
몸으로 느끼며 걷는 길이었습니다.
 






저 멀리 마산 앞바다와 거대한 마창대교가 눈에 들어옵니다.




걷기는 힘들이지 않고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자기성찰의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무념무상으로 타박타박 걸음을 내던지다 보면 오염에 물들었던 마음과 생각이 맑아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산악회에서 시간에 쫓기며 오르고 내리는 게 아니고,
불어오는 바람은 느끼고,
노래하는 새들의 소리를 듣고,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살갛으로 느끼고,
붉게 물든 단풍을 보고,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마산 앞바다가 있습니다.
목적지에 얼른 닿아야 한다는 조바심도 사라지고,
다만 앞에 길이 놓여 있을 뿐이고,
우리는 그 길을 걸으며 소소하고 수더분한 풍경을
내 몸 안으로 끌어들여 감동을 찾아가는 게
둘레 길을 걷는 즐거움입니다.








빨리빨리, 속도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걷는' 길들은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무학산은 해발 761.4m의 산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 마산시 교방동에 자리하고 있으며 마치 날개를 펴고 학이 춤추는 듯한 형상이라고 해서 무학산(舞鶴山)으로, 옛 이름은 풍장산이었다고 전합니다. 한국의 100대 명산에도 당당히 오를 만큼 아름답고, 사계절 중 가장 좋을 때는 진달래로 뒤덮인 봄이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하지만 둘레길은 계절을 타지 않아 좋습니다.



 




무학산까지 오르지 못하여 서운하였지만, 편백나무 숲을 걸은 것만으로도 행복이었습니다.

도심 가까이 이런 둘레길이 하나쯤은 있답니다.
자연의 품에 안겨 행복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을이 깊은 모습을 보고 왔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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