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08. 2. 3. 19:1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마! 명절증후군 앓는 것 아냐?”


명절 증후군은 대한민국에서 명절이 다가왔을때 가사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주부들이 겪는 현상입니다. 실제 병은 아니며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이라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증상은 주로 맏아들의 며느리거나, 같이 할 형제, 자매가 없는 집의 주부들이 음식 장만 및 설거지 등 뒤처리에서 평소보다 늘어나는 가사를 매년 겪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명절 연휴가 다가올수록 기분이 언짢고 짜증이 난다, 가슴이 답답하다, 머리가 아프다,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다, 밤에 잠이 안 온다,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된다는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적지 않는 것 같습니다.


  토요일 오전부터 내내 어머님을 따라 재래시장을 따라 다니고, 무거운 짐을 힘겹게 들었기 때문인지 어슬어슬 추워지고 코가 맹맹해져 온 가족이 찜질방을 다녀왔습니다.
온 몸을 녹이고 뜨거운 한증탕을 오갔지만, 감기가 찾아 왔는지 쉽게 낫지 않았습니다.
힘없이 축 늘어져 있으니 우리 딸 하는 말,

“엄마! 혹시 명절 증후군 아냐?”
“뭐?”
“며칠 있으면 명절이잖아”
“엄만 그런 것 없어.”
“그런가?”
정말 그럴까요?
입으로는 없다고 하지만, 몸과 마음으로는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되돌아보게 해 주는 말이었습니다.
그 어느 누가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가족이기에 환경에 맞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에는 6형제가 있습니다. 큰 형님은 암 선고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몸 추스르기도 바쁜 나날일 것입니다. 둘째 형님은 작년 연말에 정년퇴직을 하고 먼 타향 에서 살고 계십니다. 아직 마음도 정리하지 못한 상태이니 시골로 올 마음이 있겠습니까. 셋째인 우리가 어머님과 가까이 살고 있고, 바로 아래 삼촌은 알아주는 효자이고, 막내아들 역시 어머님께 신경 많이 쓰는 효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큰아들, 큰며느리로 태어나면 알게 모르게 고생을 하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는 손가락 없다고 했습니다. 어느 누구든 부모님을 위하는 마음은 하나같이 똑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이면서 큰며느리처럼 행동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제 가까이에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있습니다. 그 언니 역시 셋째 며느리이면서 시어머님에 집에서 제사까지 모시는 분이십니다. 큰아들은 서울에서 의사까지 하고, 둘째 아들은 창원에서 약사까지 하며 잘 살아가고 있지만, 무슨 사연인지 자세히는 모르나 외동딸로 자라난 언니의 힘겨움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나의 사정은 너무도 배부른 투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언니는 직장을 옮기면서 연금을 1억 5천 가까이 탔습니다. 그런데 돈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돈 냄새가 났던지, 시동생의 빚보증을 섰는데 사업을 실패하는 바람에 그 연금 1억 5천만원을 한 입에 털어 넣어버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언니~ 어쩌누?”
“어쩌긴, 괜찮아. 돈이야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잖아.”
“그래도...”
“또 벌면 되지...맘 상해하지 마!”
되러 나를 위로하는 언니였습니다.

저는 육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시고 안 계십니다. 결혼도 하기 전에 떠나보내야만 했던 나의 아버지, 아픈 몸이신 줄도 모르고 6개월 모시고 있었던 엄마를 위해 아무것도 해 드리지 못한 불효녀였습니다. 그렇게 쉽게 가실 줄 몰랐기에...

33살, 늦은 결혼을 했는데, 시부모님이 다 살아계시기에 얼마나 기분 좋던 지요. 시아버님의 사랑 독차지 하며 지내다가 돌아가시고, 이제 한 분 밖에 남지 않은 어머님이십니다. 올해 83살이 되시는 우리어머님, 정말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늘 잘 해 드리고 싶은데 맘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또, 시댁형제들은 월 3만원을 꼬박꼬박 제 통장으로 입금을 합니다. 6남매이니 월 18만원...그 돈으로 어머님을 위해 다 사용합니다. 생신, 제사상차림, 명절 등등 돈이 들어 갈 때에는 모여 있는 계금으로 사용을 합니다. 그리고 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모두가 고생함을 알아줘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꼭 생색내는 것 같지만, 그래도 형님과 삼촌과 동서들이 내 맘을 알아주기에 힘겨움 없이 일을 해 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항상 고마운 두 아랫동서 때문입니다. “형님 어떻게 할까요? 하면서 애교도 많아 피하나 섞이지 않은 사이이지만 꼭 동생들처럼 느껴지니 말입니다. 제가 동생 없이 막내로 자라나서 더 그럴까요?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고,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차례를 모시지 않는 사람들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상에 오르는 제수용품도 주문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설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울 생각을 하면 벌써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럿 모인 동서들과 남편의 흉도 봐 가면서 ....우리집 남자들 심부름도 잘 해 줍니다. “삼촌~ 계란이 모자라요” 한마디만 하면 금방 달려가 사오곤 합니다. 여자들만 부엌으로 몰아넣었기에 고생한다며, 일을 다 마치고 나면 가까운 참숯 굴로 데려가 찜질을 시켜 주기도 합니다.

내가 준비한 음식들 맛있게 먹어준다면 그 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란 생각으로 명절을 보냅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보낸다면 명절증후군은 느낄 수 없을 것 입니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명절 되시길 빌어 봅니다.

Posted by *저녁노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오드리햅번

    벌써부터 지치면 안되죠.
    맛난 것 많이 만드셔서 즐거운 명절되셔야죠..
    저는 즐기면서 차례상을 차립니다.

    2008.02.03 19:34 [ ADDR : EDIT/ DEL : REPLY ]
  2. 딸이 있어 어미맘을 헤아려준다는 게 너무 기특하고 고맙지요^^
    삶이 힘겨운데다 + 멀리있으면 아무래도 맘이 멀어지는가 봅니다.
    윗동서형님보다는 아무래도 아랫동서와 더 잘 통하고 편합니다.
    일을 많이 해서 몸이 지치는 것보다는 윗사람의 시샘어린 충고(?)가
    맘을 불편하게 하지만... 대꾸한마디 할수없음이 가슴앓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명절증후군증세가 아주 심했었지요.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2008.02.03 19: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lkljiljh

    그 명절증후군이 특정인에게만 일어난다는 게 문제죠.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허례허식은 없어져야 할 듯 싶어요. 아직도 대다수의 남자들은 텔레비전만 보지 않나요?

    2008.02.04 08:25 [ ADDR : EDIT/ DEL : REPLY ]
  4. 백작

    오드리와 lkljiljh는 너무 수준이 다르군요 오드리헵번 아주 훌륭하십니다. 그런 마음이면 남편한테 사랑받고 자식들도 아주 잘될것 입니다

    2008.02.04 08:40 [ ADDR : EDIT/ DEL : REPLY ]
  5. skybluee

    명절증후군.
    생각하기 나름인 것 맞아요.
    즐겁게 일 합시다.
    며느리가 많아 즐겁겠어요. 전 혼자라 늘~~쩝...ㅎㅎㅎ

    2008.02.04 08:49 [ ADDR : EDIT/ DEL : REPLY ]
  6. 사랑초

    형제애가 돈독한 가정이십니다.
    며느리들이 잘 해야 가정이 행복합니다.
    부럽네요

    2008.02.04 08:49 [ ADDR : EDIT/ DEL : REPLY ]
  7. 구름나그네

    계금으로 모든 걸 해결하시는군요.
    돈관계가 안 끼면 싸울 일 하나 줄어드는 법이죠.
    현명하십니다.
    우리도 요번 명절에는 의논 해 봐야겠어요.

    2008.02.04 08:50 [ ADDR : EDIT/ DEL : REPLY ]
  8. 이솔

    누구를 함부로 예단하시는 윗 분... 대화가 잘 통해서..공평하게 돈도 나누고 하는 저런 집은 전국에 5프로도 안될 듯...나머지는 이런 저런 불평으로, 대화할 만한 분위기도 안돼서..왜냐..윗 사람, 아랫 사람..나이..이런 저런 이유로 허심하게 말을 터놓으면..되려 욕먹을 수 있으니까요.. 속앓이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명절 때 되면 일주일 전부터 몸 한 군데가 안 좋음..올해는 기관지가..작년은 머리가... 아무도 뭐라고 안 해도 그런데..제사의 중심에 있는 분들은 더하겠죠.. 뭔 수준 운운하십니까? 제사 때 직계 가족하고만 보는 것도 아니고..얼마나 복잡한 관계인지 모르시는군요..

    2008.02.04 08:56 [ ADDR : EDIT/ DEL : REPLY ]
  9. 밝은미소

    언제나 함께 할 가족이 있다는 게 행복이지요.
    다같이 하면 재미있겠어요.
    저는 늘 혼자이니 그러려니 하며 지내요.
    다복하심이 부럽네요.

    2008.02.04 09:34 [ ADDR : EDIT/ DEL : REPLY ]
  10. 고무신

    명절~
    생각만으로도 머리 쥐나는 사람 많아요.
    다들 내 맘같지 않으니 생기는 병이죠.
    잘 이겨냅시다.~

    2008.02.04 09:35 [ ADDR : EDIT/ DEL : REPLY ]
  11. 며느리

    남자분들이나 며느리가 아닌 분들이 말은 교과서적으로 잘도 하시죠. 남들은 가차없이 평가하면서요. 욕을 먹을 발언이지만, 정작 생각을 바꿔야할 분들은 며느리보다는 시부모님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부디 딸과 다른 이중잣대로 보지 마시고, 며느리는 일해야하고 남자들이 가사하면 눈에 불 켜시는 그 생각부터 버리시길 제발제발 부탁드립니다. 성별을 버리고 부부를 동등한 사람으로 대해 주시는 그 날을 고대해 봅니다.

    2008.02.04 11:07 [ ADDR : EDIT/ DEL : REPLY ]
  12. 복순이

    주위에 좋은 분들이 계시니..일을해도 힘들지가 않겠군요.
    특히 동서들이 화목해야 형제도 우애가 좋고...부모님도 기뻐합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즐겁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잘사는 윗 형님들은 항상 마음에 빚을 지고 살겁니다.
    나중에 본인들도 그런 대접을 받게 되고요.
    福 받으실겁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8.02.04 12:36 [ ADDR : EDIT/ DEL : REPLY ]
  13. 부럽고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

    2008.02.04 18:06 [ ADDR : EDIT/ DEL : REPLY ]
  14. 경이맘

    정말 훈훈한 글입니다. 님은 정말 복받으실거에요~^^
    설날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고요 어머님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08.02.04 21:07 [ ADDR : EDIT/ DEL : REPLY ]


"); wcs_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