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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남편이 숨겨 둔 기분좋은 '딴 주머니'

by *저녁노을* 2008.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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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숨겨 둔 기분좋은 '딴 주머니'

한 집안의 가계를 꾸려 가는 건 대부분 여자들로 남자들의 월급, 통장으로 고스란히 들어가 버려
손에 쥐어보는 즐거움도 없이 종이 명세표 한 장 받아 드는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눈으로 보는 그림의 떡처럼....

경제권을 여자가 가지고 있다 보니 남자들은 아내 몰래 비상금과 딴 주머니를 차게 되는 것일까요? 양말 속에, 책갈피 속에,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비상금을 숨겨 두기도 하는....

특히, 퇴직을 5년 앞 둔 남자는 필히 딴 주머니를 차야 한다고 합니다.
퇴직 후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그저 자리만 지키는 가장으로 남을 때, 아내 몰래 쓰일 곳 많이 생겨 거짓말 해 가며 손을 벌려야 할 상황이 있을 때, 딴 주머니를 차지 않는다면 내 손에 가진 돈 없어 초라한 남자로 남게 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며칠 전 우연히 컴퓨터 바로 옆 책꽂이에 15만원씩 들어 있는 돈 봉투가 몇 개 놓여 있어
"여보! 저기 책장에 있는 돈 봉투 뭐예요?"
"어 엉. 봤어?"
"네. 청소하다가  봤어요. 혹시 당신 비상금?"
"허허 아니야"
"그럼 뭔 데?"
"그냥 그런 게 있어"
"말 안 해 주시면 그 돈 제가 가져간다?"
"안 돼"
"그럼 말 해 주세요. 딴 주머니 찼어요?"
"아니, 아니야"하시면서

언젠가 아파트 소장님이 명절 선물이라며 가져 온 김 통, 남편 없을 때 받아 놓았다가 혼이 난 적 있었답니다.
"이런 걸 받으면 어짜노? 당장 갖다 줘!"
"........"

자신은 그렇게 들어 온 물건 받지 않으면서 몇 만원씩 하는 화장품 선물세트를 돌리는 것을 보고
"당신은 자선 사업가입니까?"하며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오가는 정까지 막는 것 같아서
난 명절만 되면 남편에게 입이 툭 나와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이번에도 알고 보니 그 돈 봉투는 남편이 우리 아파트 회장 일을 맡고 있으면서 판공비(?) 받은 돈이라고 합니다. 월 15만원을 받아 한 푼도 쓰지 않고 다달이 모아 두었다가 고생한 경비아저씨, 아파트 사무실 직원, 동 대표, 통 반장 등 주위 사람들에게 명절 선물을 그 돈으로 사서 돌릴 것이라 합니다.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죠. 제가 하지 말라고 했을까?"
"허허. 사람 맘이 그렇잖아. 보면 욕심 생기기 마련이고.."
"참나. 당신 마누라 그 정도 밖에 안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런데요?"
"그냥. 많이 벌어 주지도 못하면서 그 돈까지 써 버려 미안해서 그랬지"

괜스레 명절마다 돌렸던 남편의 그 선물의 깊은 의미를 느끼지 못하였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이번  설날에는 마음 편하게 함께 선물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딴 주머니란 생각이 들어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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