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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명절, 최고의 선물 '할머니! 저 취직했어요

by 홈쿡쌤 2008.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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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최고의 선물 '할머니! 저 취직했어요.'
 

지리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인지 설날 아침 문을 열고 나갔을 때에는 꽁꽁 얼음이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언제 일어나셨는지 우리 시어머님은 벌써 부엌에서 불을 지피고 계셨습니다.
"어머님~ 일찍 일어나셨네요."
"벌써 일어났냐?"
"네."
"와. 너무 추운 날입니다."
"그러게... 따시게 입었나? 감기 걸릴라."
"여러 겹 입었어요."
그렇게 일찍부터 차례준비에 부산하게 움직였습니다.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절을 하는 데,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이 오지 않아서 그런지 어머님의 마음은 무겁기만 한가 봅니다. 잘 살던 못 살던 모든 자식들이 다 모여 즐거운 명절을 보내면 좋으련만, 세상일이 어디 내 마음대로 쉽게 돌아가는 게 아니니....

사촌들이 오가고 외사촌들까지 다녀가고 난 뒤, 하나 밖에 없는 시누와 시고모부님, 조카들이 왔습니다.
시댁의 고명딸인 시누이 댁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신 시고모부님, 군대 다녀온 조카, 사대 졸업반인 조카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1월 31일 임용고사 최종 발표로 합격 소식은 듣고 있었지만, 마당을 들어서는 조카를 보고 다들 한 마디씩 합니다.
"와~ 축하한다."
"선생님 어서 오세요."
"코 질질 흘리던 00 이가 벌써 선상님이 되었나?"
모두가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제 막 중학생이 되는 우리 아들이야기로
"이젠 열심히 해야지? 누나한테 공부 어떻게 했는지 물어 봐"
"열심히 로는 안 되지. 미친 듯이 했어."
4학년 동안 내내 임용고사 시험을 위해 학교 가까이 집을 얻어 하숙을 하면서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동안에는 반에서는 늘 1등을 했고, 전교 5등 이내에는 놓치지 않았던.....
9명을 선발하는데 350명이 접수를 했고,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기에 그 9명 속에 당당히 합격을 했습니다. 요즘, 최고의 졸업 선물이 '취업'이라는 소리도 있지 않습니까. 얼마나 경사스러운 일입니까.

온 집안 가득 시끌벅적 보내고 난 뒤, 고모 네도 떠나고, 두 동서 가족들도 친정으로 떠나고 우리가족과 시어머님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 떠나보내고 나니 시어머님의 불편한 심정을 내게 살짝 털어 놓습니다.
"호야도 좋은데 취직해서 이 할미 좀 보러 오면 좋으련만..."
".............."
큰 손자 녀석은 유학까지 다녀왔건만, 마땅한 직장을 잡지 못하고 아픈 형님의 병간호만 하고 있으니 마음 한 컨으로 갑갑한 모양입니다. 명절날에도 오지 못하고 얼굴조차 볼 수 없으니 .....

시골에는 현관문만 꼭 닫으면 남남처럼 지내는 도시와는 달리, '어느 집 손자는 뭐가 되고, 어느 집 손녀는 뭐가 되었다고 하더라' 하면서 집안의 가정사를 속속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명절에는 희비가 엇갈리는 만남이 되곤  하는 것 같습니다. 고향길이 금의 환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으니 말입니다. 노인정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처럼 말을 할 수 있으면 그 또한 어머님의 가장 큰 행복일 것 입니다.

세상은 노력하는 자에게 희망을 손에 쥐어 줄 것입니다.
어떤일이든 1등과 꼴찌는 있는 법이니, 합격하는 사람이 있으면 불합격하는 사람도 있는 법입니다.
큰조카라고 노력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기에 실패와 시련이 다가와도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래 봅니다.

좁은 문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가 주어진다면 참 좋겠습니다.

‘할머니! 저 취직했어요.“

시어머님에게 제일 기쁜 소식으로 날아오길 소망 해 봅니다.
다음 추석에는 환한 모습으로 할머니를 찾아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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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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