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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팔씨름 한판으로 오랜만에 보는 부자간의 환한 웃음

by 홈쿡쌤 2011.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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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씨름 한판으로 오랜만에 보는 부자간의 환한 웃음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 녀석은 아무리 챙겨 먹여도 키가 자라지 않아 걱정했는데 여름방학이 지나자 이제 제법 아빠 키를 따라잡아 가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한 살 위인 누나의 그늘에 가려 제 모습을 나타내지도 못하더니 성적도 제법 올리며 공부에 재미를 붙이는 것 같아 안심됩니다.

며칠 전, 매일 학교에서 늦게 돌아와 얼굴 볼일도 없는 녀석인데 전국 연합 시험을 쳤다며 저녁도 먹지 않고 일찍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들입니다.
평소에는 "다녀왔습니다."하고 인사만 하면 자기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서로 대화를 나눌 시간도 눈을 마주칠 일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침 남편도 일찍 들어와 오랜만에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더니
"아빠! 나랑 팔씨름할래요?"
"갑자기 무슨 팔씨름?"
"우리 반에서 내가 1등이란 말이야."
"그래? 그럼 한번 해 봐 아빠랑."
승부욕이 강한 녀석이고 한창 피가 끓는 때라 아들과의 팔씨름을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습니다.
  






이불을 걷고 침대 가장자리에 둘은 엎드렸습니다.
당연, 제가 심판이 되었습니다.

"잠시만, 공정하게 해야지."
"자, 시작!~"
힘을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손과 팔에 들어간 힘은 부자간의 자존심 싸움이었습니다.
남편은 52세이지만, 평소 다져진 운동실력으로 아직 힘이 넘칩니다.
하지만, 아들은 역부족이었습니다.
아빠에게 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우와! 아빠 팔힘 장난 아니네."
"짜식! 아빠 이기려면 아직 멀었어."




이번엔 왼손입니다.
그 역시 아들이 지고 말았습니다.


오랜만에 아빠와 아들이 함께 노는 모습을 봅니다.
중학생이 되고 난 뒤 처음 보는 관경이었습니다.

어릴 때에는 자주 외출도 하고 아버지의 무등도 태워주고 총 놀이도 해 주었는데 어느새 자라 공부에 쫓겨 애틋한 정을 나눠 본지도 오래된 것 같습니다.


세월이 더 지나면 아들이 이기겠지요.
점점 기운 떨어지는 아빠가 되어가니까요.  

남편은 남편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각자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함께 할 시간조차 부족합니다.


팔씨름 한판으로 부자간에 오랜만에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남자로서 인생의 멘토도 되어주고,
가끔이라도 이런 웃음 담 너머로 흘리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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