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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엄마를 떠올리게 한 화단에 핀 목화
매일 같은 곳만 바라보고 사는 내가 되어버렸나 보다.
며칠 전, 차 한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언제 그랬나는 듯 겨울을 담은 것처럼 쌀쌀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덥다고 아우성쳤던 일어 어저께인데 말입니다.
코로 차 향기를 맡으며 눈을 돌려 화단을 바라보니 하얗게 피어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와 살며시 밖으로 나와 보았습니다. 내 눈에 들어온 건 바로 목화였던 것.
"우와! 언제 목화를 심어 두었지?"
지나치면서도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몰랐던 것입니다.
가뭄으로 낮게 핀 하얀색, 분홍색으로 피어난 목화꽃을 발견하고는 지나가던 아이를 보며
"00아! 이것 봐"
"이게 무슨 꽃인 줄 알아?"
"네. 문익점이 가져와 심었다는 목화잖아요."
심어 놓았지만 제대로 보질 못하고 지나친 것 나뿐인 것 같았습니다.
목화는 나에게 추억이요 그리움인데 말입니다.
목화 시험재배장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우리 어릴 적 먹거리 없어 목화 다래 따 먹다 엄마한테 혼이 났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요즘에야 지천으로 깔린 게 먹을 거리이니 말입니다.
자원과 자연의 소중함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노란 꽃이 입을 살짝 벌리려고 합니다.
선명한 분홍색이었다가
피어나면서 분홍 꽃으로 변하였습니다.
뽀얗게 핀 목화입니다.
어릴 때 조금 덜 익어도 대를 베어 햇살에 늘어놓으면 뽀얗게 피어나는 목화입니다.
양지쪽에 늘어 둔 뽀얀 목화를 어린 손으로 하나 둘 땄었습니다.
엄마는 투박한 손으로 하나 둘 따 모아서 딸 시집 보낼 때 이불로 만들었습니다.
한 땀 한 땀 떠서 딸과 사위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이불을 만듭니다.
엄마가 만들어 준 목화 솜 이불, 20년 가까이 되자 너무 무거워 솜을 타서 이불 2개를 만들었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남편은
"요즘 이불 잘 나오는데 뭐하러 다시 만들어?"
"엄마가 내게 남기고 간 유산이야."
"....................."
"엄마가 직접 만들어 준 모시옷과 솜이불은 버릴 수가 없어."
그 말에 남편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성 가득 담아 만들어 보낸 이불이라 쉽게 버릴 수가 없습니다.
물려받은 재산 하나 없지만,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6남매 반듯하게 키워내셨고,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만하니 간암 선고를 받고 저세상으로 떠나셨습니다. 가까이 살고 있는 막내인 우리 집에서 생활하실 때 잘 해 드리지 못한 게 늘 걸립니다.
밥을 드시지 못하고 죽을 드시는데도 죽 끓일 재료가 떨어져 남편에게 혼난 적도 있습니다.
언제나 가까이 있어줄 줄 알았습니다.
영원히 함께 해 줄 줄 알았습니다.
유난히 손재주가 좋으셨던 엄마였습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내 주어가면서 자식 위한 삶을 살다 떠나셨습니다.
목화를 보니 왜 이렇게 엄마가 그리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엄마!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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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꽃 너무 예쁘네요..어렸을적 많이 보았던 꽃이라서 그럴까요..항상 추억이 교차하는 꽃입니다. 노을님의 아름다운 추억이 번져나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답글
어릴 적 집에서 재배하던 목화밭이 생각나는군요. ㅎㅎ
답글
엄마라는 단어에 무작정 이끌러 들어왔답니다..
저희엄마도 살아생전에 작은 꽃은 눈에 안찬지..늘상 잎이 큰 작약이나 수국을 좋아하셨죠~~
저도 오늘은 엄마가 쪼매 그리운 날입니다..ㅎㅎ좋은 날 되세요~~^^
답글
목화에 담긴 추억은 어머니의 흔적과 같군요.
맞습니다.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그 솜이불 소중한 유산입니다.
저는 그런 솜이불이 수십억 물려준 돈뭉치보다 더욱 귀중하다 생각합니다.
저도 목화를 참 많이도 따먹었습니다만..ㅎㅎ
트랙백 남겼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답글
거의 매일 엄마를 생각하면서 덮는 이불은 남다르겠네요. 엄마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답글
목화 꽃 정말 신기하네요~~
목화 하면 이불이 먼저 생각이 나니~~
답글
목화꽃 사진들을 한자리에서 일케 많이 접해본것은 첨이에욥^^
느낌이 넘 좋은데요???
답글
제게도 20여년전 엄마가 화초 삼아 키운 목화에서 딴 솜이 조금 있어요.
지금도 만지면 느낌이 정말 좋아요. ^^
답글
살아 생전에 더 잘해드려야 하는데 하면서도
저도 엄니께 잘 못해드리고 있지요 ㅠㅠ
저녁노을님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답글
몇년전 성묘할때 보고 참 오랬만에 보는듯 합니다.
잘 봤습니다~~
답글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 그대로 뿜어져 나오는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그 그리움 어머님께도 전해지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답글
따뜻해보이는 목화솜과...
더 따뜻한 저녁노을님의 글^^
좋은 글 잘보고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답글
ㅎㅎ 목화꽃 오랜만에 보네요..ㅎㅎㅎ
답글
저도 오늘은 어머니께 전화 한통 넣어드려야 겠습니다~~...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으시죠 ㅠ.ㅠ
꽃이 예쁘게도 피었습니다 ~~
답글
온통 그리움이네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답글
목화를 한번도 실제로 본적도 없고,
사진으로만 접하였을땐 그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받지 못했는데
노을님의 사진은 손을 대면 뜯어질것 같은 착각을~^^
저 솜뜯어다 올겨울 따뜻하게 지내고 싶네요~
답글
저도 목화솜이불, 26년째 쓰고 있어요.
벌써 4번이나 솜을 틀었지요.
물론 좋은 솜으로 엄마가 손수 만드시기도 했지만
어쩌면 마지막 남은 엄마 손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버리질 못하네요.
올해도 다시 한 번 솜을 틀어볼까 해요.
답글
목화 꽃핀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신기하네요.
답글
잘 보고 갑니다 ^^
편안한 밤 되세요~*
답글
저도 오랜만에 목화를 보니 이모생각이 납니다. 다행히 아직 생존해계시네요. 뵌지는 20년도 넘었습니다만....ㅠㅠ 어릴때 이모집에 갈때 길옆으로 보이던 목화가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이 납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