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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엄마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아세요?

by 홈쿡쌤 2011.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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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아세요?



며칠 전, 친구들과 함께 생선구이 전문점을 다녀왔습니다. 갈치 고등어 가자미 등 오븐에 노릇노릇 구워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반대쪽 테이블에서
"생선 대가리 안 먹으면 이쪽으로 줘!"
"대가리를 뭐하게?"
"야! 너 몰랐어? 애는 꼬리한 냄새가 나는 내장을 좋아하잖아."
"호호~ 맞아."
친구는 생선 살점보다는 머리와 내장 부분을 쪽쪽 소리 내며 빨아먹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옆에서는 모두 말립니다.
"야! 너 그러다 나중에 아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뭐라고 하는데?"
"우리 엄마는 생선살은 싫어해! 대가리만 먹어"
"며느리가 대가리만 주면 어쩔래?"
"아니야! 우리 엄마는 생선을 좋아해!"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맞습니다.
누구나 입에 맞는 걸 좋아하는 식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챙겨주고 싶고 먹여주고 싶어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 엄마는 유난히 찜을 좋아하셔!"
"우리 엄마는 고기, 특히 갈비를 좋아하셨지."
"우리 엄마는 약밥이었어."

"그래도 너희는 부를 엄마가 있잖아!"

왜 그렇게 울컥하던지요.









'약밥'만 봐도 엄마가 그리워지고 눈물이 납니다.

  엄마는 너무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12살이나 차이 나는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그 때 나이 16살....
아무것도 없는 살림, 큰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고, 아버지가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며 지내며 번 돈은 고스란히 큰집으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오두막집에 살림을 분가해 육 남매를 낳으셨습니다.

당신은 서당 대문 앞에도 가보지 않았기에 자식농사 잘 지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두 분은 허리가 휘도록 일하셨습니다. 남편이 소 장사를 하러 장에 나가고 나면, 자식 돌보는 일과 농사일, 집안일은 모두 엄마 몫이었습니다. 당신들 몸이 녹아내려도 알뜰살뜰 힘을 모아 육 남매 모두 이 세상의 일꾼으로 훌륭히 키워내셨지요.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일할 수 있는 건 어머니 아버지 덕분임을 압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살아오시면서 효도 받을 만하니 이미 아버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막내로 태어 난 제가 시집가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떠나셨습니다.

몇 년을 엄마 혼자서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가까이 살고 있는 우리 집으로 엄마를 모셔왔습니다. 치아도 안 좋고 하여 죽을 자주 만들어 드렸습니다.
"여보~ 들어 올 때 죽 끓일 수 있게 뭣 좀 사 와~"
"알았어요."
방앗간으로 가서 깨도 사고, 전복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약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와~ 너무 맛있어 보인다.'
단순히 그런 생각으로 한 봉지 사 들고 현관문을 들어서자 엄마는 나를 반갑게 맞으면서
"아이쿠! 우리 막내가 엄마가 약밥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았누?"
얼른 받아 들며 한 조각 입에 넣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속으로 체할까 걱정도 되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음~ 엄마가 좋아할 줄 알고 내가 사 왔지."  혼자 속울음을 삼키며 슬쩍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고마워~ 잘 먹을게."
".............."

그랬습니다.
난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그 때까지도 몰랐던 것입니다.
시집가서 아이를 둘이나 낳았는데 말입니다.
자라오면서 늘 자식들 먼저 챙겨 먹이고 당신의 배는 굶주렸을 터인데...

정말 몰랐습니다. 엄마가 약밥을 좋아하셨다는 것을....
당신이 내게 준 그 사랑 반도 드리지 못하였는데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떡방앗간을 지날 때에는 약밥은 꼭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엄마가 그리워서 말입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세상에 단 한 분뿐인 나의 어머니를 떠 올려 봅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보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에게도 좋아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면 정말 큰 일입니다.

약밥 하나면 어머니의 표정은 금방 달라질 것이고,
그리고 매우 행복해하실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살아 계실 때 챙겨 드리는 것.

나에게는 작은 수고이지만 어머니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부모님이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시는지,
어떤 색깔을 가장 좋아하시는지,
어떤 노래를 가장 좋아하시는지,
어떨 때 가장 행복하신지, 

더 늦기 전에 살펴보고 가장 좋아하는 것 한 가지씩 꼭 해 드리면 어떨까요?

저처럼 후회하시지 말고
지금!
잘 살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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