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아세요?
며칠 전, 친구들과 함께 생선구이 전문점을 다녀왔습니다. 갈치 고등어 가자미 등 오븐에 노릇노릇 구워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반대쪽 테이블에서
"생선 대가리 안 먹으면 이쪽으로 줘!"
"대가리를 뭐하게?"
"야! 너 몰랐어? 애는 꼬리한 냄새가 나는 내장을 좋아하잖아."
"호호~ 맞아."
친구는 생선 살점보다는 머리와 내장 부분을 쪽쪽 소리 내며 빨아먹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옆에서는 모두 말립니다.
"야! 너 그러다 나중에 아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뭐라고 하는데?"
"우리 엄마는 생선살은 싫어해! 대가리만 먹어"
"며느리가 대가리만 주면 어쩔래?"
"아니야! 우리 엄마는 생선을 좋아해!"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맞습니다.
누구나 입에 맞는 걸 좋아하는 식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챙겨주고 싶고 먹여주고 싶어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 엄마는 유난히 찜을 좋아하셔!"
"우리 엄마는 고기, 특히 갈비를 좋아하셨지."
"우리 엄마는 약밥이었어."
"그래도 너희는 부를 엄마가 있잖아!"
왜 그렇게 울컥하던지요.
'약밥'만 봐도 엄마가 그리워지고 눈물이 납니다.
엄마는 너무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12살이나 차이 나는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그 때 나이 16살....
아무것도 없는 살림, 큰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고, 아버지가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며 지내며 번 돈은 고스란히 큰집으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오두막집에 살림을 분가해 육 남매를 낳으셨습니다.
당신은 서당 대문 앞에도 가보지 않았기에 자식농사 잘 지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두 분은 허리가 휘도록 일하셨습니다. 남편이 소 장사를 하러 장에 나가고 나면, 자식 돌보는 일과 농사일, 집안일은 모두 엄마 몫이었습니다. 당신들 몸이 녹아내려도 알뜰살뜰 힘을 모아 육 남매 모두 이 세상의 일꾼으로 훌륭히 키워내셨지요.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일할 수 있는 건 어머니 아버지 덕분임을 압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살아오시면서 효도 받을 만하니 이미 아버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막내로 태어 난 제가 시집가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떠나셨습니다.
몇 년을 엄마 혼자서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가까이 살고 있는 우리 집으로 엄마를 모셔왔습니다. 치아도 안 좋고 하여 죽을 자주 만들어 드렸습니다.
"여보~ 들어 올 때 죽 끓일 수 있게 뭣 좀 사 와~"
"알았어요."
방앗간으로 가서 깨도 사고, 전복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약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와~ 너무 맛있어 보인다.'
단순히 그런 생각으로 한 봉지 사 들고 현관문을 들어서자 엄마는 나를 반갑게 맞으면서
"아이쿠! 우리 막내가 엄마가 약밥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았누?"
얼른 받아 들며 한 조각 입에 넣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속으로 체할까 걱정도 되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음~ 엄마가 좋아할 줄 알고 내가 사 왔지." 혼자 속울음을 삼키며 슬쩍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고마워~ 잘 먹을게."
".............."
그랬습니다.
난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그 때까지도 몰랐던 것입니다.
시집가서 아이를 둘이나 낳았는데 말입니다.
자라오면서 늘 자식들 먼저 챙겨 먹이고 당신의 배는 굶주렸을 터인데...
정말 몰랐습니다. 엄마가 약밥을 좋아하셨다는 것을....
당신이 내게 준 그 사랑 반도 드리지 못하였는데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떡방앗간을 지날 때에는 약밥은 꼭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엄마가 그리워서 말입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세상에 단 한 분뿐인 나의 어머니를 떠 올려 봅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보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에게도 좋아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면 정말 큰 일입니다.
약밥 하나면 어머니의 표정은 금방 달라질 것이고,
그리고 매우 행복해하실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살아 계실 때 챙겨 드리는 것.
나에게는 작은 수고이지만 어머니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부모님이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시는지,
어떤 색깔을 가장 좋아하시는지,
어떤 노래를 가장 좋아하시는지,
어떨 때 가장 행복하신지,
더 늦기 전에 살펴보고 가장 좋아하는 것 한 가지씩 꼭 해 드리면 어떨까요?
저처럼 후회하시지 말고
지금! 잘 살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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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안부 한번 물어봐야겠어요....
2011.09.23 15: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왠지 뭉클해지는데요...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2011.09.23 15: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시집와서 엄마에게 투정만 부렸지...뭘좋아하는지, 뭘하고 싶어하는지..
생각도 못해봤네요...
좋은글 잘보구 갑니다..^^
너무 멀어 늘 마음뿐인데...
2011.09.23 15:40 [ ADDR : EDIT/ DEL : REPLY ]우리 어머니가 좋아하셨던게 뭐였나..
저는 왜 생각이 안날까요?
어른이 되면서 더이상은 받는 것이 아니라 베풀어야 하는 입장이 되어가죠.
2011.09.23 15: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그러면서 우리에게 무한정 주는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워 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네요
부모님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ㅜㅜ
2011.09.23 16: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포스팅 잘보구 갑니다~
날씨가 너무 화창하구 좋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여~!^^
눈물나게 만드시네요...ㅠㅠ
2011.09.23 17: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퇴근길에 어머니께 전화해서 은근슬쩍 물어봐야겠네요.
울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지? 딱히 한가지가 안 떠올라서요.
고운 마음, 따스한 글 감사합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글입니다. 뒤 늦게 효도하려고 하면 부모님이 기다려주지 않으신다는 말.. 참 많이 들었는데... 잘 해야지 하면서도 시간만 이렇게 흘려보내고 있네요. 오늘은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서 집에 들어가렵니다.
2011.09.23 18:21 [ ADDR : EDIT/ DEL : REPLY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좋아하시는 음식이 무엇인지..저도 아직 모르네요. 이번에 슬쩍 여쭤봐야겠습니다^^
2011.09.23 18:52 [ ADDR : EDIT/ DEL : REPLY ]가족이 행복이죠.
2011.09.23 19:42 [ ADDR : EDIT/ DEL : REPLY ]여러가지 생각하게 되네요.
행복한 저녁 되세요.
네..오늘 어머니께 전화한통해야겠슴다^^
2011.09.23 20: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어머니가 좋아 하시는 것은 생선 머리인줄만 알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2011.09.23 20: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그런 환경에서 자란 우리는 부모님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죠
약밥...어른들이 많이 좋아하던 음식이죠
즐거운 주말되세요
아가, 나는 배가 아파서 나중에 찾아 먹을께 우선 너부터 먹어라 하면서 솥바닥에 남은 꽁보리밥을 닥닥 긁어서 아들한테 주고는 당신은 굶었다고 합니다.
2011.09.23 21: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저희 어머님 연세 74세신데 최근
2011.09.23 22: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살집이 불어서 걱정입니다.
여태 날씬하시다 어느순간 외할머니 체질을
따라가시는 건지...걱정입니다...
엄마가 좋아라 하실 걸 미리 아시고
2011.09.23 22: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즐겁게 해드리는 노을님의 맘이 따뜻해보입니다...^^
노을님 오랜만이지요~~
건강히 잘 지내시지요~~^^*
잠시 들렀다갑니다..^^
살아계실때 잘 해야 할텐데
2011.09.23 22: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먹고사는일에만 매달려 사는
불효자의 마음이 참으로 아프네요,,;;
효자는 못될망정 불효자는 되질 말아야할텐데
부모님이 언제까지나 기다려주시는게 아니죠..
반성합니다..;
비밀댓글입니다
2011.09.24 00:28 [ ADDR : EDIT/ DEL : REPLY ]좋은 포스팅이네요. 내일 당장.. 전화라도..해야겠어요^^
2011.09.24 00: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이번주도 수고하셨어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잘보고갑니다
2011.09.24 01: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찡하네요
부모님이 뭘 좋아하시는지 이제라도 잘 알아서 해드래야겠습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2011.09.24 01:46 [ ADDR : EDIT/ DEL : REPLY ]파란만장한 연애사 쓰구있는 친구들,커플들 보면 부럽지만그냥 남의 이야기려니 하면서 살고있답니다...ㅋ
2011.09.24 05:31 [ ADDR : EDIT/ DEL : REPLY ]이러다 만년솔로 되는건 시간문제겠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