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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몸은 고달파도 마음만은 여유로운 명절이 되는 이유

by 홈쿡쌤 2012.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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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고달파도 마음만은 여유로운 명절이 되는 이유



오늘은 멀리 떨어져 지내던 가족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요?

며칠 전, 지인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큰아들도 아니면서 큰아들 노릇하며 제사 모시는 사람,
명절이 없었으면 하는 사람,
시댁 '시'자도 듣기 싫다는 사람
별의별 사연들이 다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인은 그런 말을 합니다.
무거운 상을 들고 들어가기 힘이 들어 남편을 불렀더니 시어머님이
"어라. 비켜라. 내가 들고 갈게."하시며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고 하십니다.
그리고는 남자는 술 마시고 놀고 있고 여자들만 부엌일 하며 술상 차려내는 일을 아직도 하고 있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세월이 많이 변했습니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는 소리도 옛말이 되었는데 말입니다.










어제저녁 늦은 시간에 전화벨이 울립니다.
"처제! 차 있나?"
"네. 성서방도 들어왔어요."
"그럼 와서 과일 좀 가져가라."
"네. 그럴게요."
외출하기 싫어서 혼자 궁시렁거리자 남편이
"먹을 것 준다는데 얼른 가지러 가야지."하며 재촉합니다.

할 수 없이 옷을 챙겨입고 나섰습니다.
"올케한테 전화하니 무주 간다더라."
"무주? 스키장에?"
"응. 제사도 없으니 놀러가겠지."
"와! 부럽다. 우짜모 그래되노?"
"처제도 교회다녀라."
"...................."
그냥 쓴웃음만 짓고 말았습니다.
큰오빠가 살아계실 때에는 시골에서 형제들이 모여 얼굴이라도 보곤 했는데 오빠마저 하늘나라로 떠나고 나니 친정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친정 형제들은 모두 교회 나가니 간단히 추도식만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 시어머님이 살아계신 데 못한다 소리 못하고 시댁에서 지내다 추석부터 우리 집으로 모셔와 차례를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엔 큰아들도 아니면서 해야 한다는 생각에 며칠을 잠못이루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 다 털어내고 나니 지금은 홀가분합니다.
"부처님한테 공들일 생각 말고 부모님한테 잘해야된다."는 말도 있듯이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즐겁게 하기로 말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생각 바꾸니 마음의 평온을 찾았습니다.




1. 딸보다 며느리 맘 헤아렸던 친정엄마

결혼하기 전, 명절이면 늘 엄마를 도와 차례 음식을 준비하였습니다.
서른이 넘도록 결혼을 하지 않고 있으니 엄마는
"너 어디 가지 말고 얼른 와서 음식 준비하자."
"칫, 맨날 엄마는 나만 시켜먹어."
"억울하면 시집가라 너도."
"아이쿠! 서러워라. 알았어. 얼른 갈게."
버스를 타고 오일장 봐다 놓고는 나만 기다리는 엄마였습니다.

토닥토닥 엄마와 둘이서 두부, 묵도 만들었습니다.
하나 둘 네 명이나 되는 올케들이 들어섭니다.
조용하던 시골집이 시끌벅적 요란해집니다.
콩나물도 길러서 만들어 먹으니 모든 게 맛있다고 하는 올케들입니다.

올케가 집에 오면 부엌에는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설거지 않는다고 야단을 하면 올케들은
"어머님! 고모 그냥 둬요. 이제 우리가 하면 됩니다."
"것 봐! 언니가 한다잖아. 엄마는..."
 혀만 낼름 내밀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럴 때 올케는 "어머님! 우리 고모같은 사람없어요."
'어머님 좋지, 시누이 좋지, 결혼 잘 한 것 같아요.'
'명절 스트레스 없으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에요.'

모두가 엄마가 가운데서 질서를 확실하게 잡아주기 때문이란 걸 압니다.
결혼을 해 보니 말입니다.

명절이면 더 그리워지는 친정엄마입니다.
엄마! 보고 싶어요.





2. 간섭하지 않는 시어머니

서른넷, 서른셋 노처녀 노총각이 늦은 나이에 첫눈에 반해 맞선 본지 한 달 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낯설기만 한 시댁에서 형제들이 모여 행복한 명절을 보냈습니다.
"어머님! 이건 어떻게 할까요?"
"내가 뭘 아냐! 니들이 알아서 해라."
뭐든 쉽게 넘어가는 호인이셨습니다.

팔순을 넘기신 나이에 아들이 부엌에서 설거지하고 음식 만드는 일을 돕는다는 건 상상도 못한 삶을 사셨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모든 게 변화한다는 걸 아신 어머님이셨습니다.
"어머님! 00이 아빠 설거지 시킵니다."
"어머님! 삼촌 전 부치는데 도우라고 합니더."
"오냐. 그래라. 함께 해야지."
남편이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해도, 빨래를 늘어줘도, 청소기를 돌려줘도
아무런 간섭하지 않으십니다.

"난, 너희들이 잘 지내는 것 보니 행복하다."
그게 제일 큰 소원이라는 어머님이십니다.




3. 마음씨 착한 두 동서

 밑에 동서는 치과 간호사로,
막내 동서는 한의원에서
동서 둘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형님! 시장 보셨어요?"
"응. 내일 보려고."
"고생스러워서 어떻게 해요."
"고생은 무슨"
"형님, 팔도 아픈데 생선 여기서 그냥 사 갈까요?"
"조금만 사면 되는데 뭐하게. 괜찮아."
"일찍 가서 준비할 테니 함께 일해요."
"그래 알았어."
"눈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네요."
"그러게 눈오면 내려 오지 마!"
"아닙니다. 그래도 가야죠."
12시간을 넘게 도로에서 보내도 고향길이 즐겁다 합니다.
마음 씀씀이가 너무 예쁜 동서입니다.





4.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시누이

부부 사이는 당사자만이 아는 일이 많습니다.
싸움을 하면 두 사람의 말을 다 들어봐야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손위 시누이는 늘 동생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닌 제 편이 되어줍니다.
무슨 일만 있으면
"형님!"하면서 하소연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문디 자슥 아이가!"
동생에게 욕을 하며 올케 말이 옳다며 무조건 들어주며 위로해 줍니다.


비록 몸은 고달파도 마음만은 여유롭습니다.
고생하는 줄 알아주는 동서 둘이 있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시누이가 있으니 말입니다.

명절, 온 가족이 함께 맞이하고 즐긴다면 행복한 시간일 것입니다.


오늘부터 명절준비로 바쁠 것 같습니다.


                                     
                                  고향 잘 다녀오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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