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가득한 놋쇠그릇 신비의 맛, 진주비빔밥
부모님의 묘를 이장하는 날, 몹시도 흐린 날이었습니다.
유골을 화장하여 자그마한 단지에 넣어 보자기로 쌌습니다.
아버지, 엄마, 큰오빠....
나란히 안고 납골당으로 향하였습니다.
아버지의 항아리에서 전해오는 따스함이 꼭 체온을 느끼는 기분이었습니다.
육 남매의 막내다 보니 잠을 잘 때에도 아버지 곁이었습니다.
한쪽 다리를 아버지의 다리 사이에 끼우기도 하고 또 들어 올리기도 하면 언제나 막내가 편안하도록 해 주신 다정한 분이었습니다. 엄마는 잔정은 없지만 손재주가 많은 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부숴놓으면 엄마가 뚝딱 제대로 만들어 놓곤 했으니 말입니다. 큰오빠 또한 장남으로 태어나 고생 많이 했습니다. 동생들 데려다 공부시킨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 분이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자주 만나지 못합니다.
그날은 형제들이 다 모였습니다.
봉안식을 마치고 나니 12시...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가까이 사는 형부가 추천한 '설야' 진주비빔밥 전문점이었습니다.
▶ 식당 입구
▶ 시장통입니다.
▶ 메뉴판
▶ 각종 나물에 육회가 올라갑니다.
제가 먹은 건 육회가 아닌 살짝 익혀달라고 주문했습니다.
▶ 아삭했던 김치
▶ 마늘과 풋고추
▶ 오징어포무침
▶ 석쇠구이
▶ 맛이 깔끔했던 오이 양파무침
▶ 여린 상추
▶ 부추전
▶ 물김치
▶ 땅콩조림
▶ 한 상 가득 차려졌습니다.
▶ 무국(빛이 들어가서 사진은 좀 이상합니다.) 맛은 괜찮았습니다.
▶ 쓱쓱 비벼 석쇠구이와 함께 먹었습니다.
▶ 상추쌈도 싸 먹었습니다.
▶ 누룽지
▶ 맛있게 먹는 가족들 모습
▶ 다 비운 빈그릇
밥을 먹으면서 이 집의 특징인 놋그릇을 보고 또 어릴 적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이거 엄마가 닦는 것 많이 봤지."
기왓장을 부드럽게 깨 짚으로 닦으면 반짝반짝 윤이 났습니다.
"막내 오빠는 잘 닦았었잖아."
교감 선생님이신 막내 오빠는 참 꼼꼼한 성격이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무쇠솥에 밥을 했습니다.
나보다 6살 많은 오빠는 불을 지피는 것도 밥물 잡은 것도 가르쳐주고 성냥을 켜 불을 부쳐 주곤 했습니다. 그러다 밖에서 누군가 인기척을 하면 모른 척 나가버리곤 했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놋그릇으로 우리 모두를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맛있게 비빔밥을 먹으며 추억여행도 함께한 행복한 점심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언니네로 가서 과일을 깎아 먹으며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늘어놓았습니다. 늦은 오후가 되자 각자의 일터로 떠났습니다.
피붙이와 나눈 시간이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습니다.
그저 사는데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이제 다들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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