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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스트레스 받는다는 ‘선생님의 가정방문’

by 홈쿡쌤 2008.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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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는다는 ‘선생님의 가정방문’



  이제 중2가 된 딸아이 신학기를 맞아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 바뀌어 버린 분위기에 적응 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다. 나와는 달리 성격이 활발하고 친구들을 잘 사귀는 편이라 걱정은 하지 않고 지내고 있는데 며칠 전, 시무룩한 얼굴로 내게

“엄마! 어떻게 하지?”
“뭘?”
“선생님 우리 집에 가정방문 오신데...”
“1학년 때에는 안 왔잖아!”

“근데 이번 선생님은 다 가신다고 말씀하셨어....”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사립학교이다. 공립과는 달리 학생들 구제도 심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시킨다는 소문 때문인지 1지망에서 밀리는 학생도 다분히 있는 학교라 불만은 없는 형부모이다. 신학기 3월말이 되면 3일간은 단축수업을 하고 학생들의 집을 방문하는 기간이 있다. 학생들의 생활모습을 눈으로 확인도 하시고, 학부모와 상담도 한다는 취지에서 말이다. 어떤 분이 현명하신지는 잘 모르겠으나,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가정환경조사서를 사전에 읽어 보시고 어려운 집이나 결손가정, 소녀가장의 집에만 방문을 했었는데 이번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가가호호 다 방문을 하실 모양이다.


“집에 와도 아무도 없다고 하지.”
“그렇게 말씀 드렸어요.”

“그래도 오신데? "
 "그냥 어떻게 사는지 환경만 보고 가면 된다고 하셨어.”

“참나~ 뭐가 그래?”
 "몰라 짜증나~  "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남편이 한 마디 한다.

“아빠가 선생님 찾아뵙는다고 집으로 오시지 말라고 해”
“진짜? 아빠 선생님 만나려 오실 거예요?”
“그럼”

사실, 우리 집은 단순히 잠자기 위한 집입니다. 입주를 한 지 우리아이들 나이보다 더 먹었고,  아들 녀석 어릴 때 화가가 되려고 그랬는지 크레파스로 낙서투성이고, 침대도 아가씨 때 사용하던 것이라 녀석이 뛰고 굴러 형태는 사라지고 매트리스만 턱하니 버티고 있고, 시동생이 사 준 소파도 가죽이 떨어져 너덜거리니, 선생님이 집을 방문한다는 말에 우리 딸아이 질색을 할 수 밖에....


어제는 다른 반인 딸아이의 친구가 찾아왔기에
“00아~ 너희선생님 가정방문 왔었니?”
“네...”
“집에 아무도 없잖아. 부모님 직장 나가시고...”
“저 혼자 있었어요.”

“그래? 오셔서 뭘 했어?”
“조금 앉아 계시다 그냥 가셨어요. 제 방 구경하시구요.”

집에 아이밖에 없다는데도 오셔서 뭘 보고 가셨을까?  공부방을 살피고 가셨다는데, 좋게 생각하면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보고 가신 거겠지? 바쁜 세상에 그런 건 그냥 아이와의 대화만 해 봐도  알아 낼 수 있지 않을까?

방학이 되면 리모델링을 해 준다는 약속을 해 놓고, 불편함 못 느끼고 물건 제자리 앉혀놓고 깔끔히 먼지 털어가며 그냥 지내고 있는 상황인데도, 자존심 강한 딸아이 선생님께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가 보다. 허긴, 나 역시 친구들이 우리 집 앞에 까지 찾아와도 커피한잔 하고 가라는 말이 안 떨어져 그냥 보내는 일이 허다했으니까. 그 맘 이해는 간다.


우리가 자라던 70년대는 선생님의 가정방문이 그렇게 행복했었는데, 지금은 다른 학교에는 없어진 가정방문이 반갑지가 않으니 세월이 많이 바뀐 탓일까? 내가 속좁은 것인가? 찾아오시는 선생님을 위해 연가를 낼 수도 없고...반갑게 맞이 해 주지 못하니 우리가 찾아 가 뵙고 싶은 마음은 남편과 같은 생각이 들고,  가만히 생각하면 제대로 된 공부방 없이 온 가족이 함께 지내는 아이라면 예민한 사춘기인 시기이기도 해 선생님의 방문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을 것 같은..... 과연 우리 아이만 스트레스를 받았을까하고 의문이 간다.

요즘은 거의 신학기 때 학교에서 총회를 열어 학부모와 상담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
어떤 방법이 더 좋은지는 모를일이다.

찾아간다는 말에 안 오신다는 말씀을 전해 듣긴 했지만,

선생님의 가정방문,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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