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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용돈, 이모를 울려버린 조카의 한 마디
즐거운 추석 보내셨나요?
조용하던 집안이 시끌벅적했습니다.
인천, 김해, 멀리 사는 동서네 두 가족이 모이니 어릴 때 6남매 모아놓은 듯 북적였습니다.
고소한 기름냄새 풍겨가며 함께 음식을 장만하고 잔을 돌려가며 한 잔씩 붓고 절을 올렸습니다.
상차림에 대해 설명도 해 주고,
할아버지를 추억하며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차례를 지내고 난 뒤 조카들에게 용돈을 줍니다.
딱히 정해진 건 없지만,
초 중학생은 1만 원
고등학생은 3~5만 원의 용돈을 주고 있습니다.
그저 감사하게 받는 조카들입니다.
작은 추석날 전을 부치고 튀김을 하고 나물을 데치고
이것저것 바쁜 손놀림을 하고 있으니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여보! 형님이야. 전화받아봐."
밀가루 뭍은 손으로 뛰어와 전화를 받으니
"처제! 와서 과일이랑 고춧가루 좀 가져가!"
"네. 그럴게요."
대답만 해 놓고 일에 빠져 깜박 잊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언니가 또 전화를 걸어옵니다.
"일 다 했어?"
"거의 다 해 가"
"그럼 얼른 와서 가져가라. 현관 앞에 내놓으니 손님들이 오가서 보기 그렇다."
"금방 갈게."
고추 전 하나만 부치면 되는 걸 보고 동서에게 맡기고 언니 집으로 향했습니다.
문을 열어주는 건 조카였습니다.
"00이 오랜만이야."
"응. 이모. 얼른 와."
"공부는 잘 돼 가?"
"이모. 나 1차 합격했어. 면접도 봤고."
"정말? 축하 해."
"최종 합격 통보 받아야지."
"열심히 했으니 잘 될 거야."
큰 조카는 공대를 나왔으나 적성에 맞지 않았는지 서울까지 유학을 가 학원에서 의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언니가 주는 짐을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물론, 두 조카가 짐은 차에까지 실어 주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용돈이라도 좀 줘야 될 것 같아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두 장을 빼 내 앞에 선 작은 조카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두 장을 더 꺼내 큰 조카에게 주려고 하는데
동생 손에 있는 5만 원을 빼 들며
"이모! 이거면 됐어."
"아니야. 너도 받아."
"이모! 나중에 합격하면 더 좋은 거 사 줘!"
그렇게 말을 해 놓고 저 멀리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아가씨 때 언니 집에서 생활한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어린 조카와 같은 방에서 자면서 연탄가스를 마셔 죽을 뻔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직장생활 하는 언니라 점심을 싸서 식탁 위에 올려놓고 출근을 하고 나면
혼자 먹기 싫어 밥을 먹은 것처럼 하려고 베란다 밖으로 버리곤 했던 조카입니다.
그런 녀석이 올곧게 자라 이모를 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손을 흔들어 주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심성 곱게 잘 자랐으니 최종 합격까지 해 존경받는 의사선생님이 되어줬음 하는 맘 간절합니다.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에게 두 손 모아 봅니다.
믿음직한 우리 조카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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