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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사촌 형제의 다툼, 당황스러웠던 아들의 말

by 홈쿡쌤 2013.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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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형제의 다툼, 당황스러웠던 아들의 말





어제는 겨울비가 오랜만에 촉촉이 내렸습니다.
시댁은 6형제로 남편과 바로 밑에 남동생 둘의 조카들은 고만고만하여 서로 어울려 다니길 좋아합니다.
고2인 아들,
고1인 인천 조카
중1인 김해 조카
방학만 되면 서로 오가며 친하게 지내다가 이번 겨울방학은 조금 특별한 모임이 되었습니다.

중1인 김해 조카가 사춘기인지 엄마 말을 잘 듣지 않고 컴퓨터 게임, 핸드폰에 빠져 공부를 소홀히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바쁜 나날의 연속이라 동서와 자주 부딪히고 서로 스트레스가 심하였습니다. 할 수 없어 이번 겨울 방학 동안 무서운 삼촌에게 기본 습관을 바꾸기 위해 우리 집에 내려와 있기로 했습니다. 숙제를 내주고 검사도 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가르쳐주는 대학생이 되는 딸아이가 멘토가 되어주었습니다.

거의 한 달 동안 말도 잘 듣고 공부하는 습관도 들이고 있는데 아들 녀석은 동생이 마음에 들지 않나 봅니다.
"엄마! 난 동생 없는 게 정말 행복한 것 같아."
"왜?"
"말을 안 들어요. 말을."
"그래도 잘 달래야지."

그러던 휴일에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함께 공부하고 있던 녀석들이 머리 깎으러 가자고 제의를 했나 봅니다.
남편이 나서며
"어서 가자. 내가 태워줄게"
"삼촌! 저 머리 안 깎으면 안 돼요?"
"뭐?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그런 말이 나와? 네 맘대로 해."
내려올 때 깎고 왔다는 머리가 이마를 덮고 있어 눈에 거슬렸던 것입니다.

남편은 조카와 아이들을 데리고 앉아 가족회의를 자주 엽니다.
조카의 머리는 곱슬머리입니다.
그래서 스트레이트 파마를 2달에 1번, 4만 원을 주고 한다고 합니다.
"남자가 외모에 그렇게 신경 쓰면 어떻게 해."
사춘기라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는 걸 이해는 하지만,
남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자신감과 내면을 키우는 일에 힘써야 된다는 말을 합니다.
멋을 내기보다 깨끗하게 씻고 다니면 된다는 말까지 덧붙입니다.
"너희들은 스트레이트 하는 걸 어떻게 생각해?"
"난 반대"
"나도 반대."
"본인은 스트레스야. 곱슬머리라는 게."
"그걸 이겨내야지."
"그래도 어쩔 수 없을 땐 물리적으로라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
나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가족 모두가 반대합니다.
사실, 이마에 여드름이 가득하여 머리카락으로 더 심해진 느낌이긴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도 나누었기에 머리 깎자고 하면 쉽게 따라나설 줄 알았던 것입니다.

남편이 화를 내고 나가버리자 아들 녀석이 덩달아 화를 내며
"엄마! 숙모한테 전화 할거야. 데리고 가라고."
"안돼! 숙모 걱정해."
힘으로 이기지 못하고 전화기를 꾹 눌러 숙모와 통화를 합니다.
"너 말 안 들으려면 집에 가라"
"야! 아이한테 무슨 그런 말을"
"밥값이 아깝다. 핸드폰도 없애라고 해."
"..............."
매일 아침 핸드폰은 화장대 앞에 가져다 놓았다가 밤 10시에 가져가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찌나 민망한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들 녀석은 화를 내며 학교로 가방을 메고 나가 버립니다.

혼자 어떻게 할지 몰라
"너희들 도서관 간다고 했지? 얼른 챙겨. 숙모가 데려다 줄게."
"네."
눈물을 뚝뚝 흘리던 조카도 쓱 눈물을 닦고 따라나섭니다.


조카 둘을 도서관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면서
'자식 키우기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하였습니다.
걱정하고 있을 동서에게 카톡으로 도서관 갔다고 말을 해 주었습니다.

 오후 6시, 삼촌과 함께 들어서는 조카의 머리는 짧게 깎고 들어서는 게 아닌가.
"어? 아들! 눈썹이 나오니 이목구비가 뚜렷하니 정말 좋다."
"이마에 여드름 얼른 낫겠다."
모두가 한마디씩 합니다.
알고 보니 조카는 삼촌(아빠)에게 전화로 혼이 나고  둘은 도서관 앞에 있는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깎고 왔던 것입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 사진을 찍어 동서에게 보냈습니다.




나 : 동서야, 민성이 이뿌제?
동서 : 형님. 감사합니다. 토요일 갈게요.
         좀만 고생하세요.
         앞으로도 이렇게 깎으면 좋을 텐데
       
다 형님 덕분입니다. 감사 감사^^






또 남편은 가족회의를 열었습니다.

오늘 정말 각자 집으로 보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머리까지 깎고 다시 마음 다잡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형님이 한 말 마음에 담고 있지 말라고 하자
"아닙니다. 형아 잘못 없어요. 제가 잘 못해서 그런데요 죄송합니다."
똑 부러지게 말을 하는 조카가 대견합니다.
다투면서 성장해 간다는 말도 있듯 사촌이지만 더 돈독하게 잘 지내라는 당부 잊지 않았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해 난 참 좋아 보였습니다.
그래도 고집스러움은 조금 줄여주었음 하는 맘입니다.

한 달가량 있으면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습관 들이는 게 최고의 목표였습니다.
이제 집에 돌아가면 실천할 일만 남았습니다.
누가 보던 보질 않던 스마트폰 만지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조카로 성장해 주면 참 좋겠습니다.

촉촉이 내리는 겨울비가 봄을 재촉하듯
너희들의 형제애도 더 돈독해질 거란 희망을 가져!

집에 가서도 잘할 수 있지?
그럴 거야. 숙모는 너희들을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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