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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어떤 게 진정한 효일까? ‘시어머님의 눈물’

by 홈쿡쌤 2008.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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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 진정한 효일까? ‘시어머님의 눈물’



일요일, 늦잠을 자고 싶어도 이십년을 넘게 직장생활을 해 온 탓일까? 항상 그 시간이면 눈이 떠인다. 곤히 자고 있는 남편과 아이 둘, 이불 덮어주고 살며시 부엌으로 나왔다. 바로 먹을 수 있는 된장국 보글보글 끓여놓고 와이셔츠 등 손빨래도 하고 세탁기를 돌려놓고, 싹싹 먼지 빨아들이는 청소기도 쓱쓱 밀고 있을 때 요란한 벨소리... 어머님일거라 생각하고 수화기를 드니

“오늘 올 거여?”
“네. 체육대회가 있어 가야 합니다.”

“알것다. 난 절에 다녀올게”

“그러세요. 나중에 뵐게요.”


해마다 시골에서 열리는 띠별 체육대회가 있어 남편과 둘이 봄 향기 그윽한 시골로 달려갔다. 조용하던 작은 학교가 북적이는 사람들, 요란한 음악으로 요란한 운동장이 되었다. 지금 시골에는 한참 딸기 따내고 수박 모종 옮기는 작업이 한참이라 모두가 바쁜 시기이다. 하지만, 12지간 띠별로 모여 가족 체육대회를 여는 것이다.


  게임이 거의 끝나갈 때 쯤,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보니 막 도착한다고 하셔서 걸음 걷는 걸 힘들어하시는 게 생각나 모시러 나갔다. 어머님이 늘 끌고 다니시는 유모차를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니 콩나물시루에 직접 키운 제사 때 길이가 짧아 가져가지 못한 숙주나물과 명태 말린 것, 찹쌀가루 입힌 고추 등 또 여러 가지 싸 주신다.

따스한 햇살 부서지는 마루에 어머님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야야~ 니 큰형님이 암이라꼬?”
“네? 어머님이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알게 됐어.”
“누가 그러던가요? 말씀 해 보세요.”
“제사 때 큰 시숙이 그러더라.”
“........................”

아무 말도 못 하였다.

말을 하면서 어머님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고이더니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우린 어머님 걱정 하실까봐 아무 말도 못 했는데....”

“불쌍해서 어쩌누?”
“너무 걱정 마세요. 수술 잘 되었으니 괜찮겠지요.”

“그럼 얼마나 좋아...”


지금 형님의 상태는 편도암에서 골수까지 번져 수술을 두 번 하였고, 서울을 오르내리며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명절이 되어도 큰며느리가 오지 않고, 제사가 되어도 오지 않자 많이 노하신 모습 보였는지 큰아주버님이 어머님께 사실대로 말을 한 모양이다. 팔순을 넘긴 어머님은 이웃사람들의 눈 많이 의식하시고 아직 큰아들 큰며느리 따지시는 분이니 노여워하실 수밖에....

어머님은 특히 잠도 못 주무실 정도로 걱정이 많으신 분이다. 그래서 쉬쉬 하며 지내왔는데, 아주버님의 입장에서는 사실을 알아야 노여워하시지 않을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린 것 같은...


연신 한 숨만 푹푹 내리시는 모습에서 나 또한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자식 위해서라면 내 목숨도 아깝지 않으신 분인데....


그렇게 마주앉아 있을 때 어머님의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시오~” 가만히 들어보니 2-3일 후에 절에 다니시는 보살님을 모셔 작은 굿까지 할 모양이다. 그러시는 게 마음 편하실 것 같아 모른 척 듣기만 하고 집으로 향했다.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오면서 사실을 말했더니

“형님은 생각이 있나 없나? 엄마야 죽던 말든.........”

“어머님이 노여워하시니 사실을 알려 드린 거겠지.”

“그래도 우리는 뭐꼬 그럼?”

“어머님도 성격 좀 고쳐야 해요.”

“그게 하루아침에 되것나?”

 "아주버님 맘도 이해해 주세요. 혹시 당신보다 일찍 떠나게 되면 그 충격은...."
 "..............."

어젯밤도 꼬박 하얗게 지샜을 것이다.

밥도 드시지 않고 걱정만 하고 앉았을 것이다.


걱정한다고 될 문제가 아닌데도,

내 몸 하나보다 자식을 더 생각하는 것,

바로 이게 엄마의 마음인가 보다.


우리 형님 얼른 몸 추스르고 일어났으면 참 좋겠다.

어머님을 위해서라도....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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