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씨답지 않게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심해서 그럴까요?
온통 세상은 꽃들로 가득한데 중1인 아들 녀석은 감기 몸살로 이틀을 보내버렸습니다.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자는 녀석의 머리를 짚어 보니 불덩이였습니다.
"아들! 왜 이래?"
"감기인가 봐~"
체온계를 가지고 와 온도를 재어보니 무려 39.8도로 벌컥 겁이 났습니다.
할 수 없이 자고 있는 가족들 모두 깨워 아침밥을 먹고 남편과 함께 아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하였습니다.
난 당연히 내과나 소아과를 가서 주사한대 맡고 약 먹이자는 생각이었는데
남편은 신약보다는 한약이 더 좋다며 친구가 운영하는 한약방으로 향합니다.
"주사를 맞히고 해열제를 먹이면 빨리 내릴 텐데..."
"감기엔 쉬는 게 최고야."
"그래도 이렇게 아픈데..."
내 다리를 베개 삼아 누워있는 아들의 머리는 아직도 불덩이였습니다.
그 고집 이길 수가 없어서 그냥 한약방으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나? 감기에 몸살까지 왔네" 하시며 한약을 4첩 지어 줍니다.
"어떻게 다려 먹여?"
"약탕기 있잖아 내가 다릴게.."
아픈 아이를 보고 2-3시간을 또 기다려야 하고 약을 달이려면 얼마나 번거로운데...짜증을 내자
"아들! 너네 엄마 맞아?"
"........."
"꼭 계모처럼 왜 저래?"
"당신이 다 하셔 난 몰라!"
"알았어."
사실, 주사 한 대 맡고, 약 받아가서 먹이면 될 껄 약탕기에 불 올려놓고 불 조절에, 얼마나 남았나. 신경 써야하고, 짜서 먹이는 일이 얼마나 번거롭습니까. 어차피 감기 몸살이야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일이고 약으로 조금 도와준다는 것 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나와 생각이 많이 다른 남편은 집에 와서 약탕기를 꺼내고 가스위에 불을 올려 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누워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너무 심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빨리 빨리와 느긋함의 차이였을까요?
쌉쌀한 한약냄새가 풍겨 나오니 엄마 생각이 간절해 졌습니다.
유독, 몸이 약했던 난 어릴 때 한약을 참 많이 먹었습니다.
조그마한 아궁이를 만들어 약탕기를 올려놓고 장작으로 불을 지피며 부채로 바람 불어넣어가며 정성스럽게 달이던 엄마의 모습....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 엄마의 정성 반도 못 따라가겠지만,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며 불 조절을 하며 약을 달였습니다.
▶ 한약 1봉지
▶ 약탕기에 넣고...
▶ 물 4컵정도를 붓습니다.
▶ 중불에서 끓이다가 약불로 1시간 30분 정도 삶아줍니다.
▶ 삼베에 약을 붓고....
▶ 막대기로 돌려가며 꾹 짜 줍니다.
▶ 2/3컵 정도
쓴약도 꿀꺽 꿀꺽 잘 먹어주는 아들 녀석 일요일 오후가 되니 조금 괜찮은지
"엄마! 나 독서실 갈래~"
"오늘은 그냥 쉬어"
"많이 좋아졌어요."
요즘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할 시간에 아파서 누워있는 녀석이라 스스로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몸이 건강해야 공부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는 날이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린 편리함에 익숙해져 버렸나 봅니다.
그저 번거롭고 더디 가는 게 싫어져 버렸으니...
바쁜 세상이라 그럴까요?
다시 한 번 느린 걸음을 생각 해 봅니다.
녀석, 엄마가 전해주는 정성과 사랑담긴 한약먹고, 툭툭 털로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 가득합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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