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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차례상에 밥 한 그릇 올리자는 말에 발끈한 사연

by 홈쿡쌤 2013.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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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에 밥 한 그릇 올리자는 말에 발끈한 사연





새벽같이 일어나 차례상을 준비했습니다.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 하나둘 깨워 욕실로 들여보내고
정성껏 절을 올렸습니다.

어른이 없어 많이 서툴지만 특별한 예식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기에
남편이 먼저 절을 올리고 동생과 조카들도 함께 예를 올렸습니다.

파킨슨병과 치매로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요양원 생활을 하시는 시어머님
"가지 가지 상차린다고 고생했네."
".............."
차례가 끝나갈쯤 시어머님이 뒤에 앉아 계시면서
"밥 한 그릇 더 떠 놓아라."
"왜 엄마?"
"그냥 그런 게 있다."
"이유를 이야기해야지."
나는 어머님이 들리지 않게 남편을 보며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아버님 제사야 지내지만 다른 분 영혼 못 모셔!"
"................"
분위기는 서늘해졌습니다.

셋째 아들이면서 차례와 제사를 모시는 집안 사정 말 못하지만
아침밥을 먹으며 남편이 어머님께 여쭤봅니다.
"엄마! 아까 그 말이 무슨 말이야?"
"아니, 그냥 밥 한 그릇 떠 놓으면 좋다고 해서."
"그럼 아버지만 지내자. 당신 신경 안 써도 돼!"
그러면서 생각이 참 많이 다르다는 말을 합니다.
그저 숟가락 하나 더 걸치면 되는 걸 왜 안 한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름도 성도 모르는 분을 모신다는 게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니 아무 말도 못하였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일까요? 나쁜 며느리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차례를 지내고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여 성묘길에 오릅니다.
언제나 우리를 반겨주는 커다란 정자나무입니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시아버님께로 향합니다.
이제 가을빛이 눈에 들어옵니다.



술 한 잔 따르고 모두 함께 절을 올립니다.
살아생전에 그 모습 상상하면서....




 시아버님의 며느리 사랑은 각별하셨습니다.
서른셋, 서른넷, 노처녀 노총각이 결혼해
첫딸을 선물 받았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딸아이는 시골에서 자라났습니다.
여섯이나 되는 내 자식은 등어리 업어 보지도 않으셨는데
할아버지는 손녀가 예뻐 업고 이리저리 다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주말이라 시댁에 와서 딸과 함께 지내다가
하룻밤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딸아이도 울고,
엄마이니 나도 울고,
눈알이 빨갛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본 시아버님
"야야! 너희 시어머님 니네 집으로 모시고 가거라."
"아버님은 어떻게 하시구요?"
"나야. 어른이니 괜찮아."
".............."





겨우 6개월을 시골에서 지내다가
시어머님은 우리 집으로 와서 딸을 돌봐주셨습니다.





 주말마다 반찬을 준비하여 시골로 향했습니다.



 




하얀 백구두에 활을 쏘셨던 멋쟁이 시아버님이 그립습니다.










 









 



 









 






























 







큰집에 들렀더니 마당엔 깨 타작이 한창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키
어릴 때 오줌싸면 머리에 둘러쓰고 소금 얻으러 갔었던 기억나지 않습니까?




수수를 벌써 수확하여 걸어두었습니다.





 









가을이 오고 있는 모습
정겨운 고향 풍경이었습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하루가 됩니다.
딸아이를 업고 이웃집으로 향하는 시아버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얼른 가거라"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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