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3. 9. 21. 07:37

차례상에 밥 한 그릇 올리자는 말에 발끈한 사연





새벽같이 일어나 차례상을 준비했습니다.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 하나둘 깨워 욕실로 들여보내고
정성껏 절을 올렸습니다.

어른이 없어 많이 서툴지만 특별한 예식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기에
남편이 먼저 절을 올리고 동생과 조카들도 함께 예를 올렸습니다.

파킨슨병과 치매로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요양원 생활을 하시는 시어머님
"가지 가지 상차린다고 고생했네."
".............."
차례가 끝나갈쯤 시어머님이 뒤에 앉아 계시면서
"밥 한 그릇 더 떠 놓아라."
"왜 엄마?"
"그냥 그런 게 있다."
"이유를 이야기해야지."
나는 어머님이 들리지 않게 남편을 보며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아버님 제사야 지내지만 다른 분 영혼 못 모셔!"
"................"
분위기는 서늘해졌습니다.

셋째 아들이면서 차례와 제사를 모시는 집안 사정 말 못하지만
아침밥을 먹으며 남편이 어머님께 여쭤봅니다.
"엄마! 아까 그 말이 무슨 말이야?"
"아니, 그냥 밥 한 그릇 떠 놓으면 좋다고 해서."
"그럼 아버지만 지내자. 당신 신경 안 써도 돼!"
그러면서 생각이 참 많이 다르다는 말을 합니다.
그저 숟가락 하나 더 걸치면 되는 걸 왜 안 한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름도 성도 모르는 분을 모신다는 게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니 아무 말도 못하였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일까요? 나쁜 며느리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차례를 지내고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여 성묘길에 오릅니다.
언제나 우리를 반겨주는 커다란 정자나무입니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시아버님께로 향합니다.
이제 가을빛이 눈에 들어옵니다.



술 한 잔 따르고 모두 함께 절을 올립니다.
살아생전에 그 모습 상상하면서....




 시아버님의 며느리 사랑은 각별하셨습니다.
서른셋, 서른넷, 노처녀 노총각이 결혼해
첫딸을 선물 받았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딸아이는 시골에서 자라났습니다.
여섯이나 되는 내 자식은 등어리 업어 보지도 않으셨는데
할아버지는 손녀가 예뻐 업고 이리저리 다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주말이라 시댁에 와서 딸과 함께 지내다가
하룻밤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딸아이도 울고,
엄마이니 나도 울고,
눈알이 빨갛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본 시아버님
"야야! 너희 시어머님 니네 집으로 모시고 가거라."
"아버님은 어떻게 하시구요?"
"나야. 어른이니 괜찮아."
".............."





겨우 6개월을 시골에서 지내다가
시어머님은 우리 집으로 와서 딸을 돌봐주셨습니다.





 주말마다 반찬을 준비하여 시골로 향했습니다.



 




하얀 백구두에 활을 쏘셨던 멋쟁이 시아버님이 그립습니다.










 









 



 









 






























 







큰집에 들렀더니 마당엔 깨 타작이 한창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키
어릴 때 오줌싸면 머리에 둘러쓰고 소금 얻으러 갔었던 기억나지 않습니까?




수수를 벌써 수확하여 걸어두었습니다.





 









가을이 오고 있는 모습
정겨운 고향 풍경이었습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하루가 됩니다.
딸아이를 업고 이웃집으로 향하는 시아버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얼른 가거라"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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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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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희도 그래요. 그런데 저는 그냥... 가만 있습니다.
    왜 하려는지 알 것도 같고...
    위에서들 하니 따라해야 할 것도 같고.. 그래서요.

    이렇게 두루 살피며 보내셨군요?

    2013.09.21 07:44 [ ADDR : EDIT/ DEL : REPLY ]
  2. 가족들이라고 해서 생각이 다 같을 수는 없지만..
    자신의 주장보다는 때론 어른의 말에 수긍하는 것이
    가족의 평화를 지키는 좋은 방법도 되지요..ㅎ

    2013.09.21 08: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만약 저두 이런 상황이었다면 노을님과 똑같이 했을꺼에요..
    노을님은 나쁜 며느리가 아니에요^^

    2013.09.21 08: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예쁜 꽃들과 정겨운 풍경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연휴 되세요.^^

    2013.09.21 08: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여러가지 풍습들이 있는것 같아요 ㅎ
    이제 완연한 가을이네요
    잘보고갑니다

    2013.09.21 08: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명절 차례도 생략하려는 요즘..
    꼬박고박 차례상과 성묘다녀오는 것도 쉽지 않아요.. ^^

    2013.09.21 08:46 [ ADDR : EDIT/ DEL : REPLY ]
  7. 그렇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해봐야할 사항이죠
    덕분에 잘보고갑니다

    2013.09.21 08: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네요
    주말 잘보내세요

    2013.09.21 08: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다 같은 생각을 할 것 같아여 . ^^
    추석 한가위 잘 보내셨나여 .. 감기 조심하시구여 ..

    2013.09.21 09:28 [ ADDR : EDIT/ DEL : REPLY ]
  10. 가랑비

    밥한그릇 쉽게 생각할수 없지요 저라도 그랬을것 같아요 ㅎㅎ

    2013.09.21 09:30 [ ADDR : EDIT/ DEL : REPLY ]
  11. 비밀댓글입니다

    2013.09.21 09:51 [ ADDR : EDIT/ DEL : REPLY ]
  12. 농촌 냄새가 물씬 합니다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요즈음은 제대로 첮아봡지도 못하네요
    이제 10일 남았습니다. 생태교통이^^

    2013.09.21 10: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시아버님이 며느님을 정말 많이 예뻐하신듯 하네요
    남은 연휴도 즐겁게 보내세요

    2013.09.21 11: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에궁~~ 어머님이 무슨 이유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노을님 누가 뭐래도 너무 착하고 멋진 며느님이십니당~~^^
    남은 연휴도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 되셔유~^^*

    2013.09.21 12:40 [ ADDR : EDIT/ DEL : REPLY ]
  15. 함께 살고 있는 동안에 잘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래도 나중에 후회의 눈물은 흐르겠지만 말이죠~~

    2013.09.21 13: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마음 아프시겠습니다.
    그래도, 제사를 모시는것만해도,
    나쁜 며느리, 당치도 않아요.
    저녁노을님이 얼마나 애쓰시는지, 저도 마음을 충분히 느껴요~

    2013.09.21 17: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인사드리고 갑니다.
    남은 하루 평안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2013.09.21 19: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집집마다 가정사가 있도 풍습도 다르니
    어느게 옳고 그르다고 따질일이 아니지요.

    2013.09.22 02:21 [ ADDR : EDIT/ DEL : REPLY ]
  19. 비밀댓글입니다

    2013.09.22 22:23 [ ADDR : EDIT/ DEL : REPLY ]
  20. 배현두

    밥한그릇 때문에 좋고 나쁘고가 아니고 시어머님 연세에 사실날이 얼마 안되실것 같은데 살아계실동안에 떠놓고 돌아가시면 며느님 마음대로하시면 되잖아요?

    2013.09.24 10:57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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