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을이의 작은일상

기다림의 미학 '남해 지족 죽방렴'

by 홈쿡쌤 2008. 8. 18.
728x90
반응형

기다림의 미학 '남해 지족 죽방렴'


 

  남편과 함께 한 남해 여행 마지막 날, 본 원시 어업 죽방렴입니다. 점심시간이 맞지 않아 우리가 탄 차만 잠깐 시간을 내어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사람은 역시 줄을 잘 서야 해!”하면서 찾아 온 행운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비록 고기를 어획하는 모습은 보질 못했지만, 죽방렴이 설치 된 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또한 조상들의 욕심 없는 마음, 기다림의 어법을 엿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v자형 죽방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삼동, 창선면 지족마을 사이를 흐르는 지족해협은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얕습니다.
죽방렴은 예종 원년(1496년)에 편찬된 ‘경상도 속찬 지리지’ 남해현조에 “방전에서 석수어, 홍어, 문어가 산출된다”고 적혀 있으니, 여기에 나오는 방전이 곧 죽방렴으로 500년의 역사를 가진 이 방식은 일명 ‘대나무 어사리’라고도 합니다.

길이 10m정도의 대나무 말목 3백여 개를 개펄에 박고 주렴처럼 엮어 만든 그물을 조류가 흐르는 방향과 거꾸로 해서 V자로 벌려두는 원시어장이며, 어기는 3~12월에 조업하며, 5~8월이 주 조업시기로 죽방렴 원통 속에 갇힌 고기는 간조 시에 어획하고 주로 멸치가 주종이나 꽁치, 병어, 전어, 새우 등 잡어가 잡힙니다. 죽방렴은 시속 13~15km인 이곳의 거센 물살을 이용해 옛사람들이 설치해 오늘에 이른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원시형태의 포획방식으로 빠른 유속으로 인해 헤엄칠 힘을 상실한 물고기를 말뚝을 피하며 밀려들어가 결국은 원통형의 대나무 발속에 모이 도록한 포획방식입니다. 죽방렴에서 포획하여 생산된 멸치는 전국 최상품으로 꼽히며 생선 또한 자연 그대로의 싱싱함이 살아 있어 맛이 일품.




  사실 바다라고 해서 아무 곳에나 죽방렴을 설치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죽방렴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우선 바닷물 깊이가 말목을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얕아야 하며, 뭍과 뭍의 사이가 길고 좁다란 해협을 이뤄야한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물살의 속도. 즉 물때에 들고나는 바다물살이 아주 빨라야 하는데, 지족해협은 바로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지리적 조건을 갖춘  지족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들고나는 바다 물살을 이용한 죽방렴 어법을 꾸준히 지켜왔다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죽방렴은 부채꼴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 부채꼴이 끝나는 부분에 원통형 대나무 통발인‘불통’이 있는데, 이것의 문짝이 들고나는 물살에 여닫히며 고기를 가두게 됩니다. 이렇게 불통에 고기가 갇히고 물때가 되면, 어부는 배를 타고 나가 불통에 든 멸치나 고기를 뜰채로 떠오면 된답니다. 죽방염에 드는 고기는 도다리, 숭어, 돔, 메기, 문어, 갈치, 가자미, 삼치와 같이 종류가 다양하지만 날씨가 따뜻한 봄부터 가을까지는 주로 멸치가 든다고 합니다. 이곳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가 그물로 잡은 멸치보다 값을 훨씬 더 쳐주는 까닭은 그물로 잡을 경우 멸치 비늘이 다 벗겨지고 떨어져 나가 맛이 없어지는 반면, 죽방렴 멸치는 산멸치를 그대로 떠오는 것이므로 비늘이 떨어질 염려가 없어 그만큼 더 맛있고 값도 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림의 어법. 옛 조상들의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죽방렴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환경 친화적인 고기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 흐름에 따라 불통에 드는 고기만 잡고, 가는 고기는 그대로 둡니다. 또 너무 작은 고기는 대나무 불통을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남의 것 욕심내고, 탐내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세상 양심 있게 고기잡이를 하는 곳. 그 맛의 원천은 결국 자연에 거스르지 않은 방법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족마을에 가면 우리네 양심이 깃든 그 아름다운 고기잡이 통을 만나 볼 수가 있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