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로 남부지방에는 아직도 무더운 한여름속입니다. 검은 아스팔트위로 올라오는 열기는 숨을 막히게 할 정도니 말입니다. 방학이지만 며칠간의 연수를 끝내고 2부제로 차를 가져갈 수 없는 날이라 할 수 없이 양산을 들고 출근을 하기 위해 아침 9시쯤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 안에는 몇 안 되는 승객들이 각자 볼일들을 보고 돌아가는 길이라 그런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다 내리고 할머니 두 분과 저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뒷좌석에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일어서더니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버스기사에게 다가섰습니다.
“저~ 도립병원 가는데 어디서 내립니꺼?”
“네. 할머니 위험한데 자리에 앉아 계시면 제가 내려드릴게요.”
연로하신 할머니는 버스가 흔들림으로 인해 멀리 가시지 못하고 바로 제가 앉은 앞자리에 털썩 주저앉으셨습니다. 도립병원은 시내에 있다가 옮긴지 얼마 되지 않는 병원입니다. 아직 노선버스조차 병원 앞을 지나다니지 않는 상황입니다.
“할머니 도립병원엔 진료하러 가세요?”
“아녀~ 친구하고 영원한 이별을 하러 가~”
“............”
더운 여름을 넘기시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떠난 친구와 이별을 위한 슬픈 발걸음이었던 것입니다.
잠시 후, 버스는 가야할 길을 가지 않고 우회전을 하였습니다. 머리로 스치는 건 버스 기사분의 친절인 것 같았습니다.
“기사분이 할머니 다리 아프실까봐 병원 앞까지 모셔다 드리네요.”
“그려?”
“이 버스는 이리 오지 않고 저쪽으로 가야하는데 한참을 돌아왔습니다.”
“아이쿠 기사님 정말 고맙습니더.” 라고 하시며 절을 꾸벅 하시며 차에서 내리셨습니다.
사실, 조금마한 배려인데도 기사분의 친절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종점에서 내려야 하는 제게 되돌아오면서,
“손님~ 시간 빼앗은 것 아닙니까? 학교 가시는 모양인데...”
“아닙니다. 방학이라 천천히 가도 됩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아닙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꼭 돌아가신 우리 엄마 같아서...”눈시울을 붉히십니다.
기사분의 어머님은 많이 아프셨지만, 병원신세 한번 지지 않고 얼마 전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니 가슴에는 흰 리본을 달고 계셨던....
먼저 양해를 구해야했지만 승객이 나 혼자뿐임을 알고 먼저 행동으로 옮기셨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내리쬐는 햇살 받고 걸어가시게 하고 싶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말만 들어도 얼마나 효자였는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었음 하는 맘 간절해지는 훈훈한 날이었습니다. 버스기사분의 친절로 인해 오늘은 내내 행복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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