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08. 9. 1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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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 과한 추석 선물들...

시골 들판에는 누런 벼들이 익어가고 있었고, 산자락을 따라가 보니 토실토실 과일들이 가을 햇살을 먹고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추석이 빠르게 다가 온 탓에 햅쌀로 차례 상을 올리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였던 것 같습니다.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소원도 빌었습니다.

여러분도 따스한 고향 잘 다녀오셨나요?
멀리 있는 형제들이 모여 오붓한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시어머님의 정성이 마당 가운데 쏟아집니다.
"우와 어머님 이게 다 뭐에요?"
"응 하나씩 갈라 가거라."
"힘드신데 이런 걸 왜 하셨어요?"
"이게 재미 아니가."
그렇습니다. 바로 자식들에게 나눠주는 행복이었던 것입니다. 봉지 봉지 말린 마른 나물들, 볶은 깨소금, 참기름, 여름 내내 땀 흘리며 손수 심어 기른 감자, 뻥튀기, 물 주어가며 발 자라지 않게 키운 숙주나물, 밤, 잔파, 고구마 등 아들 딸 나눠 줄 것들을 내 놓습니다. 형제 수에 맞춰 6봉지를 만들어 담아보니 박스를 가득 채워버립니다. 하지만, 나눠주는 행복도 잠시, 각자의 집으로 떠나가는 자식들을 바라보는 어머님의 마음은 늘 짠하신가. 봅니다.

하나 둘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려고 나섰는데
"야야~ 시장 보느라 고생 많았지?"
"아닙니다. 어머님. 아범하고 함께 시장 봤어요. 많이 도와줘서 괜찮아요."
"엄마! 생선도 다 내가 씻었어!"
"맞아요. 저는 그 시간에 헬스장 가서 운동했어요."
"그래 잘혔다. 네가 도와야지 우짜것노."
그렇게 한바탕 또 온가족이 함께 웃었습니다.

대문 밖으로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고명딸이 시누이가 눈치를 합니다.
"이거. 내 옷 사다가 네 생각나서 하나 더 샀어."
"형님~"
"95 사이즈 하면 되지?"
"네."
"색깔이 맘에 드는지 모르겠다. 등산 갈 때 입어"
"고맙습니다."
"고생했어."
"........."

가까이 친정이 있는 막내동서가 마지막으로 떠나기로 하고 막 나서려고 하는데 바로 밑에 동서가 또 나를 불러 세웁니다.
"형님! 저 잠시만 봐요."
"왜?"
"이거~" 하면서 하얀 봉투를 꺼내며 내 손에 잡혀줍니다.
"이게 뭐야??"
"형님 고생하셨잖아요."
"고생은 뭘, 아니야."
서로 당기고 밀기를 하다 결국 제가 지고 말았습니다.
"다 같이 고생했는데 이런 걸 왜 해"
"아무것도 안 하고 명절 공짜로 보내잖아요."
그리고 셋째 며느리이면서 늘 큰며느리 노릇을 해야 하니 그것도 맘에 걸린다고 하면서....

사실, 우리 집에는 매달 형제끼리 많지 않은 돈이지만 3만원씩 계금을 모읍니다. 그 돈으로 아버님 제사, 어머님 생신, 명절 때 들어가는 돈은 계금으로 해결을 하고 있습니다. 공금으로 시장을 보고 했는데 따로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가 고운 우리 동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 봉투를 받아 집에 와 열어보니 20만원이나 들어있었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고생이라고 할 수 없는 누구 한 사람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그 대가는 너무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받은 나의 선물
"여보! 고생 많았어." 하면서 집안 청소며 뒷설거지까지 해 놓고 안마를 해 주는 남편의 손길이었습니다.

짧은 연휴 탓에 하루 푹 쉬지도 못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하루인 것 같습니다. 몸이 피곤하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기가 또한 쉽습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피로도 좀 풀고, 차 한 잔 나누며 여유를 가져 보는 게 어떨까요? 일상으로 돌아온 길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추석이 풍요로운 이유는 이렇게 서로 알아주는 따뜻한 마음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록, 몸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마음만은 너무 행복한 추석이었습니다.
동서들도 고생 많았어.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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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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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번 추석은 추석연휴가 아니라 추석휴일이었던거 같습니다..
    제사준비만도 빠뜻한 한가위였던거 같아요..

    즐겁게 잘 보내셨나보네요..^^*
    서로 아껴주시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네세요... 혹시나 몸살안나시게 몸도 잘 쉬시구요..*^^*

    2008.09.16 07:35 [ ADDR : EDIT/ DEL : REPLY ]
  2. Sub_zERo

    바탕이나 글자 색을 수정해주세요 잘 안보여요~

    2008.09.16 10:27 [ ADDR : EDIT/ DEL : REPLY ]
  3.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방명록 안쓰면 미워하실듯하여. 남깁니다 ㅎㅎ

    2008.09.16 11: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가을엔 좋은일들만 가득 하길 바랄게요~

    2008.09.16 12:43 [ ADDR : EDIT/ DEL : REPLY ]
  5. 저희두 9남매의 다섯째아들넵니다
    아직은 시엄니 혼자 5분거리에서 따로 사시지만
    겨울이면 저희 집에 와 계시고
    명절이면 "느그 집에서 하자~"고 보채서
    이번 추석도 저희 집에서 보냈지요
    추석을 지내고 시엄니를 모시려고 했더니
    울 시엄니 또 한바탕 난리가 나서
    침대만 우선 옮겨놧습니다

    2008.09.16 15:22 [ ADDR : EDIT/ DEL : REPLY ]
  6. cbhyo

    아름다운분들이시군요. 항상 서로위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2008.09.19 10:58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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