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무 과한 추석 선물들...
시골 들판에는 누런 벼들이 익어가고 있었고, 산자락을 따라가 보니 토실토실 과일들이 가을 햇살을 먹고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추석이 빠르게 다가 온 탓에 햅쌀로 차례 상을 올리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였던 것 같습니다.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소원도 빌었습니다.
여러분도 따스한 고향 잘 다녀오셨나요?
멀리 있는 형제들이 모여 오붓한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시어머님의 정성이 마당 가운데 쏟아집니다.
"우와 어머님 이게 다 뭐에요?"
"응 하나씩 갈라 가거라."
"힘드신데 이런 걸 왜 하셨어요?"
"이게 재미 아니가."
그렇습니다. 바로 자식들에게 나눠주는 행복이었던 것입니다. 봉지 봉지 말린 마른 나물들, 볶은 깨소금, 참기름, 여름 내내 땀 흘리며 손수 심어 기른 감자, 뻥튀기, 물 주어가며 발 자라지 않게 키운 숙주나물, 밤, 잔파, 고구마 등 아들 딸 나눠 줄 것들을 내 놓습니다. 형제 수에 맞춰 6봉지를 만들어 담아보니 박스를 가득 채워버립니다. 하지만, 나눠주는 행복도 잠시, 각자의 집으로 떠나가는 자식들을 바라보는 어머님의 마음은 늘 짠하신가. 봅니다.
하나 둘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려고 나섰는데
"야야~ 시장 보느라 고생 많았지?"
"아닙니다. 어머님. 아범하고 함께 시장 봤어요. 많이 도와줘서 괜찮아요."
"엄마! 생선도 다 내가 씻었어!"
"맞아요. 저는 그 시간에 헬스장 가서 운동했어요."
"그래 잘혔다. 네가 도와야지 우짜것노."
그렇게 한바탕 또 온가족이 함께 웃었습니다.
대문 밖으로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고명딸이 시누이가 눈치를 합니다.
"이거. 내 옷 사다가 네 생각나서 하나 더 샀어."
"형님~"
"95 사이즈 하면 되지?"
"네."
"색깔이 맘에 드는지 모르겠다. 등산 갈 때 입어"
"고맙습니다."
"고생했어."
"........."
가까이 친정이 있는 막내동서가 마지막으로 떠나기로 하고 막 나서려고 하는데 바로 밑에 동서가 또 나를 불러 세웁니다.
"형님! 저 잠시만 봐요."
"왜?"
"이거~" 하면서 하얀 봉투를 꺼내며 내 손에 잡혀줍니다.
"이게 뭐야??"
"형님 고생하셨잖아요."
"고생은 뭘, 아니야."
서로 당기고 밀기를 하다 결국 제가 지고 말았습니다.
"다 같이 고생했는데 이런 걸 왜 해"
"아무것도 안 하고 명절 공짜로 보내잖아요."
그리고 셋째 며느리이면서 늘 큰며느리 노릇을 해야 하니 그것도 맘에 걸린다고 하면서....
사실, 우리 집에는 매달 형제끼리 많지 않은 돈이지만 3만원씩 계금을 모읍니다. 그 돈으로 아버님 제사, 어머님 생신, 명절 때 들어가는 돈은 계금으로 해결을 하고 있습니다. 공금으로 시장을 보고 했는데 따로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가 고운 우리 동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 봉투를 받아 집에 와 열어보니 20만원이나 들어있었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고생이라고 할 수 없는 누구 한 사람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그 대가는 너무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받은 나의 선물
"여보! 고생 많았어." 하면서 집안 청소며 뒷설거지까지 해 놓고 안마를 해 주는 남편의 손길이었습니다.
짧은 연휴 탓에 하루 푹 쉬지도 못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하루인 것 같습니다. 몸이 피곤하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기가 또한 쉽습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피로도 좀 풀고, 차 한 잔 나누며 여유를 가져 보는 게 어떨까요? 일상으로 돌아온 길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추석이 풍요로운 이유는 이렇게 서로 알아주는 따뜻한 마음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록, 몸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마음만은 너무 행복한 추석이었습니다.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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