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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즐거워야 할 소풍이 옷 자랑하는 날이라고?

by 홈쿡쌤 2008.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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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야 할 소풍이 옷 자랑하는 날이라고?


  들판은 누렇게 물들어가고 산자락을 따라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가 탐스럽기만 한 가을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학교에는 봄 소풍을 가게 됩니다. 연 삼일 중간고사를 치르고 마음 홀가분하게 떠나는 즐거운 길일 것입니다.

“엄마! 나 참치김밥 싸줘!”

그저 아들 녀석은 별다른 관심도 없습니다.

그런데 중2인 딸아이는 옷 타령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시험 마지막 날,

“엄마! 나 시험 잘 쳤는데 옷 하나 사 주면 안 돼요?”

“무슨 옷이 필요해?”
“나 내일 소풍 가니까 그냥 청바지 하나만 사 주세요. 추석 때도 안 사 주셨잖아요.”

“알았어. 기분이다.”


  그렇게 시내에 나가 청바지를 사면서 셔츠와 함께 옷을 사 오긴 했는데 입어보지 않고 같은 치수를 들고 왔더니 크게 나왔는지 헐렁해서 바꿔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바지와 어울리는 옷을 찾느라고 온 집안을 다 뒤지며 투덜거리는 것입니다. 어릴 때에는 금방 자라 메이커 옷을 사 주지도 않았지만, 이제 한번 사면 3년을 넘게 입으니 128,000천원을 주고 청바지를 샀습니다. 아들은 면바지를 2개 27,000원 주고 사 주어도 아무 말 하지 않습니다. 짜증을 내는 딸아이를 보니 화가 나서

“야! 너 소풍을 가는 거니? 아님 패션쇼 하러 가는 거니?”
“엄마는,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할 것 아냐!”

“아니, 너 하는 것 보니 꼭 옷 자랑 하러 가는 것 같애.”
“그래 맞아. 옷 자랑하러 가!”

참 한심한 소리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겉에 걸치는 옷 보다 너의 마음이 더 중요한 거야.”

“옷이야 깨끗하게 빨아 입어면 돼”

“알아. 그래도....”

“친구들끼리라도 너무 표시 내고 하지 마. 그러는 거 아니야.”

“알았어요.”

아들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나서자 딸아이가 색상까지 맞춰가며 코디를 해 줍니다.

평소에는 교복을 입고 다니지만, 소풍가는 날은 편안하게 사복을 입고 가는 모양인데  메이커 옷을 선호하는 딸아이들에겐 친구들이 입고 오는 옷에 관심이 많은 가 봅니다.


겨우 맞는 옷을 하나 골라 놓고는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립니다. 곁에 있던 남편에게

“그냥 교복 입고 가면 좋겠다.”

“없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떻겠어?”

“그러게 말이야.”

아이들 마음은 똑 같을 것입니다. 풍족함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야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편부모 밑에 사는 아이,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사는 아이, 소년 소녀 가장도 많은 아이들입니다. 누군들 새 옷이며 메이커 옷 입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소외감 느끼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아이들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맘 간절해지는 날이 됩니다.


  우리가 어릴 때 소풍날은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새벽에 몇 번을 일어나 비가 오지는 않나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는데, 녀석 둘은 김밥을 다 싸 놓아도 일어날 시간이 되어도 꼼짝을 하지 않습니다. 

“야! 너희 소풍 안 갈 거니?”

“가야죠.”

“소풍 가는 날도 엄마가 깨워야 해?”

많이도 변해버린 세월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간식은 하나도 가져 가지 않고, 도시락만 챙기는 딸아이,

“엄마! 내 김밥은 왜 두 개나 돼요? 선생님 드려요?”
“엥? 00이 하고 나눠 먹어.”

“왜?”
“아빠랑 사는 애 있잖아.”

“아! 엄마는 이제 다른 반이야. 1학년 때 친구잖아.”

“그런가? 그래도 같은 곳으로 가잖아.”

“알았어. 나눠 먹을게.”

그저 친구들과 함께 하고, 많은 것 보고 느끼고 돌아오길 바래 봅니다.


오늘은 왠지 삶은 계란, 사이다가 생각나는 소풍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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