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도시에서 살면서 농사라고는 지어 보질 않은 사람들이 토지만 가졌다는 명분으로 그 돈을 찾아 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잘 모르는 농부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정에도 부모님이 남겨주신 땅이 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밭과 논을 우리 형제들은 모두 큰오빠 명의로 다 넘겨주었습니다. 혹시나 오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올케는 어떻게 하고 있나 싶어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언니!”
“고모. 별일 없지? 아이들은 건강하고?”
“응 잘 있어. 근데 언니! 직불제로 세상이 어지러운데 언니는 어떻게 하고 있어?”
“몰라 그런 것~”
“왜?”
“첫 해인가? 오빠 앞으로 나온 돈 농사짓는 분에게 갖다 줬어.”
“정말?”
“너희 오빠 성격 알잖아.”
“허긴, 큰오빠야 청렴결백하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었지.”
언니의 말을 듣고 보니, 큰오빠는 본인 앞으로 나온 돈마저 ‘이건 내 것이 아니야.’ 하면서 은행에서 돈을 찾아서 농사를 짓고 있는 어르신에게 봉투에 넣어 전해 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부터는 임대한 사람이 직접 받아먹을 수 있도록 해 주었던....
평소 큰오빠는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학부모들이 들고 오는 선물들을 되돌려 보내신 분이고, 동생 5명을 돌보며 가족을 이룬 분이기도 합니다. 늘 그렇지만 누군가 내게 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분이 누구야? 라고 묻는다면 두 말 하지 않고, ‘우리 큰오빠’라고 대답합니다. 건장한 체구에 아픈 곳이라곤 없던 분이었는데 2004년 12월 12일 간암으로 홀연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큰오빠가 떠나고 난 뒤, 올케조차 그 돈에 욕심내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읍장으로 계신 형부가
“토지 원부 갖다 주세요. 제가 돈 받을 수 있도록 해 드릴게요.”라고 해도
“우린 그런 욕심 없어요.”합니다.
농심이 불났다고 하며 허수아비를 불태우는 사진을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양심 바른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늘 큰오빠가 우리 형제에게 전해 주신 말
“내 가진 것만 소중히 여기고 남의 것 탐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쌀 직불제를 타 먹은 사람들 중에 고위공무원들도 끼어 있다고 합니다. 원래 있는 사람들의 욕심은 더 하고, 채우고 싶은 욕심은 더 많다고 하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오빠!
오늘도 당신의 그 위대한 삶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늘나라에서 잘 계신 거죠?
쌀 직불금은 쌀 시장 개방으로 인해 추곡수매제가 없어진 2005년부터 시행되었고,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소득 보전을 목적으로 3,000평에 70만원의 고정 직불금과 쌀 목표가격(2007년 ~ 2012년 1가마 80kg당 170,083원)과 산지 가격의 차이의 85%를 보전해주는 변동 직불금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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