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이 전해주시는 '가을 사랑'
한참 가을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황금색이었던 들판에는 참새 쫓던 허수아비만 쓸쓸히 서 있고, 알록달록 물들어 가는 산자락은 붉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가을이 주는 풍성함이 마음까지 포근하게 해 주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주말이면 늘 남편과 함께 찾아뵙는 시어머님은 육남매를 낳고 허리가 휘도록 공부시키고도 시골에 홀로 남아 계십니다. 평생 뼈를 묻고 살아가야 할 농사일은 손을 놓지 못하고 자그마한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섬주섬 손놀림하여 나물 몇 가지 무치고 쇠고기 국거리를 사다 놓고 오는 게 전부이지만, 언제나 까치발을 하며 기다리고 계시는 것 같아 가지 않을 수 없는......
늘 혼자 먹는 식사이지만 끼니만은 거르지 말라고 당부하건만, 조금만 아프셔도 곡기를 입에 넘기시지 못하시는 분이라 찾아 간 저녁은 꼭 함께 차려 먹고 집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생선살을 발라 어머님 밥 위에 올려주는 아들의 손길이 참 따스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안 왔어?"
"이제 컸다고 안 따라 오려고 하네요."
"녀석들....그럼 저녁은 우짜노?"
"다 해 놓고 왔어요."
사실, 두 녀석은 좋아하는 음식 시켜먹는 시간이 됩니다. 평소 외식도 잘 하지 않고 특히 피자 통닭은 생각도 못하는데 그날 하루만은 남편이 허락하는 날이 됩니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면 어머님의 사랑보따리는 가득 채워버립니다.
당신 몸 다 받치고도 모자란 영원한 내리사랑만 받는 우리입니다.
누렇게 익은 벼
메뚜기
잠자리
메뚜기잡기를 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살려주었습니다.
노란색이 들판과 어울리죠?
하늘 하늘 억새들이 가을바람에 춤을 추었습니다.
참깨
고추말리기
토란대와 팥
메주콩
자식들에게 보낼 밤
달걀
홍시 만들어 먹음 맛있겠죠?
봉지 봉지 차 안을 가득 채워버리는 사랑보따리 입니다.
어머님이 전해주시는 가을입니다.
어머님!
오래 오래 우리 곁에 머물려 있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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