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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아들생일날, 어머님으로 인해 나누는 '따뜻한 형제애'

by 홈쿡쌤 2008.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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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생일날, 어머님으로 인해 나누는
'따뜻한 형제애'

 

오늘 아침은 아들의 14번째 생일이었습니다.

며칠 전, 일요일 친구들을 모아 밖에서 하루를 꼬박 놀다왔지만, 그래도 당일 아침엔 미역국이라도 끓여야지 했는데 깜빡 잊어버리고 헬스장으로 운동하러 갔습니다. 열심히 자전거 바퀴를 돌리고 있는데 관장님이

"밖에 사장님 왔어요."

고개를 비쭉 내 밀고 문 쪽으로 바라보니 남편이 손짓을 합니다.

"당신 웬일이야?"

"내일 아들 생일인데 잊었지?"

"어머나! 어쩌지? 몇 시야?"

"10시 다 되어가."

"알았어. 옷 갈아입고 나올게. 마트가면 되겠다."

주섬주섬 옷을 바꿔 입고 나왔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안 까먹었지?"

"왜? 나도 까먹었지. 딸한테 전화가 왔더라. 내일 동생 생일이라며...."

"딸 아니었음 큰일 날 뻔 했네."

"그러게..."

다행히 11시까지 하는 마트에 들러 나물거리와 생선 케이크 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뚝딱거리며 도마소리를 내자 남편이 일어나

"내가 뭘 도와줄까?"

"시금치 좀 가려 주세요."

"생선 뒤집어 주세요."

"이것 좀 저어 주세요."

이것저것 보조 역할을 잘 해 주는 남편입니다.

"여보! 근데 어머님은 왜 안 오셨지?"

"이제 늙었나 봐."

"왜?"

"내가 전화하니 내일 아니가? 하시더라."

"정말 늙으셨나 보다. 총명하신 우리어머님이신데...."

"세월 앞에 장사 있나?"

하긴, 조금만 젊으셔도 새벽차를 타고 오셨을 어머님이십니다. 팔순을 넘기신 어머님에겐 새벽공기가 너무 차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우리 형제들의 우애는 어머님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줄 알고 있습니다.

6남매 잘 키워내셨고, 당신 아들의 생일은 물론이고 며느리와 손자들까지 챙기시는 분입니다. 우리는 달력에 커다랗게 표시를 해 두어도 기억해 내지 못하는데, 어머님은 머릿속에다 외우고 계십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많이 하신분도 아닙니다.

한번은 닭장 문에 "여기 배미가 드러이서니 손대지 마라.'라고 써 놓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님! 닭장에 웬 뱀이에요?" 하니

"장난 많은 녀석이 아무도 없을 때 와서 자꾸 문을 열어 놓고 가잖아." 하셔서 우린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학교 근처에도 아니 서당 근처에도 가 보지도 못한 까막눈이시지만 독학으로 공부 해 따박따박 한글을 읽어내시기도 합니다. 샘은 또 어찌나 밝으신지.....


오늘은 또 '멀리 떨어져 있어 가지는 못해도 정은 나누며 살아야지' 하시며 집집마다 전화를 해

"야야~ 오늘 00이 생일이니 축하 전화 한 통 해 줘라." 라고 당부하실 겁니다.


어머님이 오시지 않아도 늘 보아왔기에, 정화수 한 그릇 먼저 올리고 상을 차렸습니다. 어머님처럼 두 손 모아 빌지는 않아도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아들 녀석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 달라고....'

아침 식사를 하려고 차려놓은 상 앞에 앉으니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형! 생일 축하 해!"

"생일 축하 해!"

여기저기서 아들의 생일을 축하 해 줍니다.


늘 어머님 우리에게 전하시는 말씀

"내가 너희들 다정하게 잘 지내는 모습 보는 게 소원이다." 라고 하십니다.

비록 금전적으로 나누어 줄 만큼 부자는 아니지만, 무슨 일 있을 때 서로 도울 수 있는 형제애로 가득한 가족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점점 핵가족화 되어가고 있는 개인주의라는 말이 있긴 해도 아직 우리세대에는 이렇게 정을 나눌 수 있는 형제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합니다.


어머님 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주시길 소원 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 아들!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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