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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10년 만에 내린 반가운 눈

by 홈쿡쌤 2009.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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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제가 사는 동네에도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태풍이 몰아쳐도 비켜간다는 축복의 땅이라 그런지 좀처럼 눈 보기가 어려운 남녘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5살~6살쯤인가 제법 눈다운 눈이 내리고 거의 10년 만에 밟으면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습니다. 추운 줄도 모르고 문을 열어놓고 내리는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 스키복, 장갑 모자를 씌워 운동장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동글동글 눈을 굴러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즐겼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오르는 언덕에서 빈 박스와 비닐조각을 가지고 썰매를 탔습니다. 동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어찌나 신이 나던지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나 어릴 때 비료 자루로 즐기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별스러운 놀이기구가 없었기에 눈이 오면 강아지마냥 좋아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된 딸아이

“우리 아까 학원 앞에서 눈싸움했어.”
“정말?”
“너무 재미있었어.”

“너 6살 때 학교 앞에서 비닐조각으로 썰매 타던 기억 나?”
“응. 언니랑 오빠들이랑 정말 재미있었어.”

“딱 10년 만이야.”
“그렇게 오래되었네.”

딸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려 보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교직원 인사이동이 있어 길이 미끄러울 것 같아 시내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아직 햇살이 퍼지지 않아서 그런지 뽀얗게 교정을 덮고 있었고, 나무 위에는 눈꽃을 피워냈으며, 운동장에 남아있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에 발자국을 새기며 동심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어제 오후 늦게 아이들이 놀다간 흔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동그랗게 굴러 눈사람을 만들어 세워놓았던 것입니다.

‘얼마나 신이 났을까?’

새하얀 눈이 이렇게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 다 주는 것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눈이 자주 오는 곳에서야 지겹다는 말도 하겠지만, 설경을 보러 찾아가지 않으면 눈요기조차 하지 못하는 곳이라 10여년 만에 내린 눈이 반가울 수밖에.



▶ 아파트에서 바라 본 뒷산

▶ 차에 내려앉은 하얀 눈

▶ 하얀 솜이 피어있는 모습 같습니다.

▶ 봄방학이라 아무도 없는 운동장

▶ 화단에 핀 눈꽃


▶ 텅빈 교정


▶ 장난스럽게 만든 눈사람

▶ 발자국


▶ 나무에 내려앉는 눈꽃

 

2009년에 내린 첫눈으로

행운이 가득할 것 같은 예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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