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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시어머님과 처음 해 본 화상통화

by 홈쿡쌤 2009.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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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과 처음 해 본 화상통화


  시어머님 나이 83세, 16살에 아무것도 없는 시골로 아버님의 얼굴도 한번 뵙지 않고 결혼을 하신 분입니다. 5남 1녀, 6남매 낳고 기르면서 당신의 허리는 땅에 닿을 것처럼 되어버렸고 어디 한구석 안 아프신 곳이 없으신 분입니다. 그래도 당신 몸 하나 움직일 때까지는 시골에서 혼자 끓여 먹고 친구와 지내겠다며 자식들에게 폐 끼치기 싫다 하십니다. 그런데 이제 그것조차 힘겨우신지 몸살을 앓아 우리 집으로 모시고 와 한 달을 넘게 지내시다


“야야~ 이제 날씨도 따뜻해지니 우리 집에 갈란다.”

고집에 못 이겨 몇 가지 반찬을 해 드리고 시골로 모셔다 드렸습니다. 일주일이 지나 주말이 되어 시골을 다녀올까 생각 중인데 어머님한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미야, 막내 따라 갈란다.”

“어떻게 가시려고요?”
“막내가 데리러 왔네. 거기 가서 링거라도 하나 맞으면 기운이 생길 것 같아서....”
“그러세요.”

막냇삼촌이 출장 갔다가 어머님을 뵈려 시골로 찾아왔던 가 봅니다.


사실, 어머님 모시고 있으면 신경 쓰이는 게 한둘이 아닙니다. 아이처럼 하나하나 챙겨 드려야 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동서도 집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 점심을 어떻게 해?”
“시골에서 혼자 차려 드셨는데 그건 하겠지.”

“그런가? 어머님 목욕은 시켰을까? 전화해 볼까?”
“어허~ 별걱정을 다 한다. 제수씨가 알아서 다 해.”

그러면서 동서에게 부담된다고 하면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어머님이 내 마음속에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밥숟가락을 들어도 ‘어머님은 식사하실까?’ 잠자리에 들면서도 ‘어머님도 주무시겠지?’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내뱉습니다.

“제수씨가 잘해 드릴 테니 걱정 마라니까.”

“아니, 걱정이 아니고 자꾸 생각이 나네.”

옛말 하나도 틀린 것 없나 봅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나간 자리는 허전한 법이라고 말입니다.


어제는 저녁을 먹고 TV 앞에 앉았는데 남편 휴대전화가 울어댑니다.

“여보! 엄마 화상전화야!”

신기한 마음에 바싹 다가앉았습니다. 아직 초등학생인 조카들이 걸었던 모양입니다.

“00아~ 할머니 얼굴 한번 비춰 봐.”

“어머님! 식사하셨어요?”
“오냐.”

“00아 똑바로 비춰보라니까.”

아직 서툴러 화면 귀퉁이로 얼굴이 반쯤 보였습니다.

“잘 지내다 오세요. 어머님.”

“그래. 너희도 잘 지내라.”


아이처럼 신기해하며 몇 분간 통화를 하고 나니

“전화 요금 장난이 아닐 텐데.”

“10초에 30원이야.”

“허걱! 어머님 전화 요금 많이 나와 고모한테 혼나겠다.”

“고모가 내는 거야?”

하나밖에 없는 고명딸이 사 준 것인데 얼마 전 우리 집에 계실 때 새 휴대전화로 바꿔 드렸더니

“할망구들한테 가서 자랑해야지.” 좋아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덕분에 어머님 얼굴 뵐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손으로 돌려 교환원이 연결해 주던 시절에서 이렇게 많이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 어머님 또 그랬을 겁니다.

“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여~”

이렇게 자식들의 보살핌 받고 사시는 것 보니 우리 어머님은 참 복이 많은 분인 것 같습니다.


어머님!
막내아들 며느리가 주는 사랑 많이 받고 돌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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