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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축의금 속에 든 빈 봉투

by 홈쿡쌤 2009.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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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속에 든 빈 봉투
 

주말에는 큰오빠의 아들이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함께 하지 못하는 오빠가 원망스러웠지만,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조카의 모습에서 또 아버지와도 같은 큰오빠의 체취를 느꼈습니다. 화려한 호텔도 아닌 수협에서 목사님의 주례로 간단한 예식이었습니다. 큰오빠 자리에 작은 오빠가 대신 앉았습니다. 6남매의 큰아들로 살아가면서 동생들 뒷바라지 다 하고 공부까지 시킨 오빠의 빈자리는 너무 크게 느껴졌습니다. 형제 모두가 속 울음을 삼키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저 하늘나라에 계신 걸 아쉬워 하면서 말입니다.


집안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꼭 남편이 혼주의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받는 자리에 앉게 됩니다. 아마 빈틈없고 꼼꼼한 성격 때문일 것입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사는 남녘에는 결혼식이 1시 이후가 되면 찾아와 주셔서 고맙다는 간단한 인사장과 함께 1만 원짜리 한 장을 넣어 축의금을 낸 사람들에게 나눠줍니다. 한 사람이 축의금 봉투가 10장을 대신 가져왔어도 10장의 답례품을 모두 주는 게 관습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시 이전에는 대부분 뷔페 식권을 줍니다.


조카의 결혼식이 1시인지라 모두 식권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큰 오빠와 친분이 깊은 교장선생님 한 분이

“1시라 점심을 먹고 올 것도 같은데.....”

“그럼 어쩌죠?”
“만 원짜리 봉투도 만들어 놔 보죠.”

부랴부랴 바쁘게 봉투를 사 와서 반반 봉투를 만들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남편은 축의금을 받으며

“점심 안 드셨으면 식권 드릴게요.”

“점심 드셨어요?”

일일이 물어보고 봉투를 나눠 드렸습니다.

조금 있으니 사람들이 하나 둘 다시 남편에게로 와

“저기~ 식권으로 바꿔주시면 안 될까요?”

“아! 네. 바꿔가세요.”

가만히 보니 뷔페 식권은 18천 원으로 식사를 하지 않고 가는 사람들을 위해 빵으로 바꿔주고 있었습니다. 롤빵 2개 정도면 15~16천 원은 하니까 말입니다.


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난 뒤 남편은

“축의금 받으면서 꼭 돈 봉투 확인해야겠더라.”
“왜요?”
“빈 봉투도 나오는 것 보면 말이야.”

“빈 봉투?”
“응. 그냥 이름 적고 인사장이나 식권 받아가도 모르겠더라.”

그날도 한꺼번에 몰려드는 축하객들로 분주한 틈을 타 빈 봉투만 건네고 돈이 든 봉투인지 식권인지는 몰라도  받아 간 모양이었습니다.

남편은 항상 봉투에 번호를 적어 넘겨주면 축하객 이름과 돈을 확인하고 가방에 넣습니다. 그런데 큰 올케 동생이 함께 접수를 하면서 급한 마음에 그냥 봉투에 번호만 적어 받아 넣고, 남편은 식권을 나눠주었던 모양입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았어?”
“응. 마지막에 혹시나 해서 몇 개 열어봤지.”

시간이 조금 남아 남편이 하던 습관대로 번호, 이름, 돈 봉투를 확인하는데, 빈 봉투가 2개나 나왔다고 하였습니다.

“올케한테 말했어?”

“응. 모르는 이름이라고 하더라.”

식권에서 바쁘게 돈 봉투를 만드느라 정신 못 차리고 조금 늦게 도착하였더니 그 틈에 이런 일도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봉투에는 이름 석자만 적혀 있었지만, 정말 실수로 돈을 안 넣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족 중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니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을까 하고 의문스러웠습니다. 언젠가 축의금을 노리는 상습범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세상에는 별스런 사람이 다 있다는 걸 실감하는 날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축의금 조의금을 낼 때, 이름만 적으십니까?

그렇다면 간단히 근무처나 어디 산다는 주소 하나 더 쓰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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