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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딸이 내게 살림밑천인 이유

by 홈쿡쌤 2009.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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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내게 살림밑천인 이유

우리말에 ‘딸은 살림 밑천이다.’라고 하는 말이 생길 정도로 첫딸이 중요하다는데 그 이유는
농사를 짓는 경우 밑에 줄줄이 생기는 동생들을 돌보라고 그런 말이 생기지 않았을까. 그러니 대부분 장녀는 친정에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여 동생 등록금에 보태고 자신은 국민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누나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6명은 기본인 많은 형제를 돌봐야 하는 ‘엄마 대신’인 사람이 바로 장녀였기에. 검정 고무신 하나로 헤어질 때 까지 신었었고, 설빔으로 나이론 옷 한 벌 얻어 입으면 좋아서 온 동네를 자랑하려고 입고 다녔는데, 요즈음 아이들에게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아주 옛날이야기로밖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찢어질 정도로 가난한 시골 풍경을 말이다. 그 시절을 아는 사람은 그래도 좀 괜찮은데 모르는 사람은 아마 살림밑천이 뭔지 모를 경우도 있다고 본다.



오늘은 우리 딸이 16번째 맞이하는 생일날이다. 매년 생일 케이크는 시골에서 올라온 할머니가 사 주시는데 올해는 몸이 안 좋으신지 전화조차 없다.

“어머님! 잘 주무셨어요?”
“오냐.”
“오늘 00이 생일인데 모르셨어요?”
“아이쿠! 이젠 손녀 생일도 잊고 산다.”

“그러셨어요?”
“정성껏 차려서 기도해라. 나 대신에.”
“네. 어머님.”

하루가 다르게 총기마저 떨어지는 시어머님이시다.


상을 차려놓고 시어머님처럼 절을 올리진 못하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저 건강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딸이 되게 해 주십사 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촛불을 밝히고 케이크를 잘랐다. 그런데 딸아이

“엄마! 쌩유!”

“응?”
“아~ 엄마는 저를 낳아 주셨잖아!”
“호호. 그런 뜻이었어?”

“그럼 나는?”
“아빠도 쌩유!”

늘 밝고 명랑한 녀석이다.


우리 부부는 서른넷, 서른셋, 노총각 노처녀가 맞선으로 만났다. 맞선을 본 지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한 달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나야 막내라 차고 올라오는 동생이 없었지만, 남편은 애인까지 있는 동생 때문에 집안에서 골칫거리였었던. 그렇게 신혼살림을 차리고 곧바로 첫딸을 낳았다. 하얗게 핀 안개꽃 사이로 붉은 꽃이 유난이 아름다웠던 태몽을 꾸고 얻은 녀석이라 내겐 보물과도 같았다.


딸이 내게 살림밑천인 이유

첫째, 동생을 잘 돌본다.

딸과 아들은 연년생으로 한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는 짓은 10살은 더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아빠가 동생을 때리면 못 때리게 막아섰고, 유치원 다닐 때에도 두 손을 꼭 잡고 함께였고, 초등학교 다닐 때 준비물, 숙제는 누나가 미리 알아서 다 챙겨주었다.


둘째, 부부싸움에 중재 역할을 잘한다.

살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가끔 싸울 때가 있다. 그러면 항상 녀석은 이쪽저쪽 말이 다르다. 아빠 앞에 가서는 ‘아빠가 이해해야지. 먼저 사과해. 아빤 남자잖아!’ 내 앞에서는 ‘아빠 정말 속 좁지? 나 같아도 화나겠다.’ 하면서 말이다. 딸 때문에 부부싸움도 오래가지 못한다.


셋째, 엄마 마음을 잘 읽어낸다.

딸과 엄마는 친구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차츰 나이 들어가고 갱년기가 찾아오는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웃음을 불어넣어 주는 딸이다. 많은 관객이 몰린다는 영화가 있을 때

“엄마! 우리 영화 보러 가자.”

“친구들이랑 같이 가! 왜 엄마를 데리고 가려고 해?”
“나야 친구들과 매일 놀잖아!"

"그냥 담에 친구랑 봐.”
”엄마! 놀아주려고 할 때 함께 놀아! 그럼 안 놀아준다.”

“알았어.”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서 심야영화를 곧잘 보곤 한다.

넷째, 마음씀씀이가 어른스럽다.

딸아이는 나이에 비해 많이 어른스럽다. 몇 년 전, 가족들이 생일을 모두 챙겨주지 못할  때 아침잠이 많아 일어나지도 못하는 녀석이 새벽에 일어나 미역국을 끓여 준 기특한 딸아이.  더보기를 클릭^^


그리고 며칠 전, 할머니의 생신 때에는 팬티를 선물로 사서 왔다.

“어? 딸! 왜 팬티 통이 두 개야? 엄마 거야?”
“엄마는! 할머니 거랑 그 할머니 돌보고 계신 다른 할머니 것이지.”

“사돈 할머니?”

“응”

시골집에는 작은어머님 동생분이 몸이 안 좋은 어머님과 함께 지내고 계시는데 그 사돈 어르신의 선물까지 함께 산 모양이었다.

“와! 우리 딸 정말 기특하다.”

“내가 좀 그렇지?”


다섯째, 공부도 열심히 잘한다.

‘딸은 엄마의 꿈이다.’ 라는 글귀가 책상 앞에 붙어 있었다.

“딸! 이게 뭐야?”

“응. 요즘 내가 방학이라고 너무 마음이 풀어진 것 같아 붙어봤어.”

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스스로 알아서 조절할 만큼 열심히 잘하는 딸이다.






엄마는 그저 나만 생각하지 않고 뒤돌아 볼 수 있는 배려 있는 마음 가지고,

건강하고 무슨 일이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길 바랄뿐이야.




사랑 한다 우리 딸!

진심으로 생일 축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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