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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피서지에서 엄마 밥 동냥하는 효녀 시누이

by 홈쿡쌤 2009.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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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에서 엄마 밥동냥하는 효녀 시누이



해마다 시어머님의 생신을 맞이해 피서를 떠나곤 했는데 육 남매 곱게 키워내신 시어머님이 하루하루 건강이 달라 보이고 앉아계시는 시간보다 누워계시는 시간이 더 많아 돈으로 해결하면 되는 식당을 찾지 않고 많이 번거롭지만, 시골집에서 생신상을 차려드렸다. 사촌형제와 이웃 할머니들,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간 듯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나니 아이들이 난리다. 한여름 더위로 등에서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도 하는 무더운 날씨였다.

“엄마! 우리 어디 안가?”
“어디를?”
“계곡 간다고 했잖아!”

“숙모! 심심해 죽겠어요.”

“계곡 안 가면 집에 가요.”

컴퓨터도 없고 TV만 보고 앉아있으니 많이 갑갑한가 보다.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시누이가 나섰다.

“그냥 발이나 담그고 오게 계곡 가자!”

“우와!” 마냥 신이 난 녀석들이다.

“어머님! 우리 계곡에 놀러 가요.”
“내가 가도 되것나?”
함께 생활하고 계시는 작은어머님 동생분이

“이럴 때 안가면 언제가 따라가자.”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듯하시더니

“내가 안 가면 저 할망구가 가고 싶것나. 가자.” 하시며 따라나서신다. 아이들이 먹을 과일을 준비해서 계곡으로 향하였다.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지게 한다'는 지리산은 한라산, 금강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삼신산의 하나로 국내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5 개시.군에 둘러싸여 언제 봐도 넉넉한 어머니 품속 같은 산이 지리산(智異山)이다. 지리산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계곡이 산재해 있다. 특히 경상남도 산청 쪽 지리산에는 백운계곡, 마야계곡, 청개골계곡, 거림계곡, 중산리계곡ㆍㆍㆍ 등 다른 지역의 이름깨나 났다는 웬만한 계곡들도 이쪽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다. 백운계곡으로 들어갔다가 앉을 자리조차 없어 되돌아 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시누이가

“고모부가 동창회 한다고 가 있는 곳으로 가자.”

다시 차를 몰고 거림계곡으로 향하였다. 전화연락을 미리 받은 고모부는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명당자리까지 마련해 두고 있었다.


내리쬐는 햇살을 피할 수 있게 시원한 계곡이 흐르고 숲이 우거진 곳에 평상을 펴고 자릿세도 없이 음식만 시켜먹으면 된다고 하신다.

“오늘은 내가 쏜다!” 언제나 밝으신 고모부의 말에 아이들은 귀가 쫑긋한 가 보다. 미리 시켜놓고 들어서자마자 푹 삶은 닭 두 마리가 식탁위에 올려진다. 도토리 한 접시까지.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젓가락질에 여념이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시어머님은 닭을 드시지 않는다. 그러자 시누이는 한마디 한다.

“당신은 장모가 닭을 못 드시는 것도 모르나?”

“글나? 그럼 오리로 시킬 걸 잘못했네.”

이왕 나온 음식이니 아이들이나 잘 먹게 내버려두었다. 압력솥을 그대로 들고 와 닭죽을 먹이려고 하는데 밥 한 그릇과 된장국이 시어머님 앞에 놓인다.

“형님! 된장국도 팔아요?”
“아니, 여긴 그런 것 안 팔지.”
“근데 어떻게 된장국을 가져왔어요?”
“응. 내가 가서 설거지해 주고 받아왔다.”

일손이 많이 모자란 걸 알고 수북이 쌓인 그릇들을 씻어주니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고 새댁이 야무지네.” 하시며 고마워하더라는 것. 그리고는 엄마가 식사해야 되는데 닭죽을 드시지 못한다고 하자 밥과 된장국을 주더라고 하신다. 언제 봐도 우리 형님이 시어머님을 챙기는 일을 따라갈 수 없다. 아무리 엄마라고 하지만 말이다. 이게 엄마와 시어머니의 차이란 말인가. 피서지에서 ‘엄마 밥 동냥하는 형님’으로 이름난 효녀로 소문 나겠다. 

이제 힘이 들어 계곡에 발을 담그는 일조차 어려워 시원한 평상에 누워 계시는 시어머님. 아무리 둘러봐도 걸음걸이조차 힘겨운 할머니를 모시고 나온 가족은 우리뿐이었다. 그런 걸 보면 어머님은 자식농사 하나만은 정말 잘 지으신 것 같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효자 아들, 딸을 두었으니 말이다.
















지리산에 묻힌 산청군 시천면 거림 마을, 거림 계곡 바위에 앉았다. 8월 중순 더위를 잊고 계곡에 앉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은 법, 흐르는 물이 맑고 시원하기만 하였다. 산을 오르지 않고 계곡에 내려가 몸을 숙여 물속에 발을 담그니 이보다 편안한 게 어디 있으랴 싶다. 우거진 숲에서 들리는 매미, 새소리 함께하며, 소(沼)에 발을 담구고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얼마 만에 가져보는 여유로움인가.



                  ▶  부끄럽다고 얼굴은 마다하고 발만 보여주는 녀석들



                  ▶ 제일 신이 난 막내삼촌 아이들


▶  시어머님과 사돈어른



▶ 낚시하는 모습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저녁노을


“고모부! 정말 고마워요.”

“뭘, 장소가 괜찮았어?”
“그럼요. 최고의 휴가였어요.”

“사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다보니 피서를 떠난다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늘, 고생이 많아.”

“아뇨. 저는 형님이 있어 든든해요.”

“그래요. 내년에는 더 좋은 곳으로 가요. 잘 가요.”
포근하게 안으며 등을 토닥거려 주시는 고모부!

“네. 안녕히 가세요.” 모두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돌아 왔다.

내년에도 어머님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하루해를 마감하며 저 붉게 불타는 노을처럼 열심히 보낸 시간이었다. 내일이면 또 다시 희망처럼 떠오를 태양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게 아닌지....


★ 교통안내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 단성IC→시천(국도20번)→곡점마을→내대마을→거림계곡

- 산청IC→금서면 매촌(국도59번)→밤머리재→시천→곡점마을(국도20번)→내대마을→ 거림계곡


<국도3호선>

- 신안면원지→시천(국도20번) → 곡점마을 → 내대마을 → 거림계곡

- 산청읍→금서면 매촌(국도59번)→밤머리재→시천→곡점마을(국도20번)→내대마을→ 거림계곡


★ 현지교통 : 진주나 산청(원지)에서 중산리행 버스 이용(1시간 간격운행)


★ 주변명소 : 산청양수발전소, 지리산 빨치산토벌전시관, 지리산 조식유적지, 대원사, 내원사 덕천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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