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09. 9. 13. 08:12

새벽녘에 사라진 시어머님을 보니 눈물이....


우리 시어머님은 83세, 육남매 곱게 키워내기 위해 자식위한 삶을 사셨기에 지금은 어디 한 곳 아프지 않은곳이 없으십니다. 지금은 몸이 좋지 않아도 자식집보다 당신 집이 좋다고 하십니다. 며칠 전, 시골에 혼자 지내시는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야야! 내가 배가 아프다.”
“그래요? 그럼 애비 가 보라고 할게요.”

화들짝 놀란 남편은 아침 일찍 모시고 왔습니다. 속이 불편하다고 하니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 위내시경까지 하였으나 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우리 집에서 보내면서 어머님은

“나 좀 집에 데려다 주라.”
“가서 뭐하시게요.”
“내가 이렇게 있다가 바보가 되것다.”

“먹는 걸 제대로 못 드시니 살도 다 빠졌잖아요. 그냥 여기 계세요.”

“집에 가고 싶어.”

그래도 시골에서 함께 지내고 계신 작은 어머님 동생인 사돈어른과 낮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동네 경로당에도 놀러 가곤 합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계시려니 얼마나 갑갑하신지 이해는 갔습니다. 하지만, 사돈 어르신과 입맛이 맞지 않아 음식을 드시지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라면에 풋고추 썰어 넣어 얼큰하고 짭짤한 걸 좋아하시는 사돈 어르신, 매운 것은 입에도 못 대시는 우리 어머님. 제대로 먹을 수 없었고, 알뜰살뜰 아끼고 버리지 못하는 어르신이라 먹던 것 냉장고에 넣었다가 또 데워 드시고, 약간 상한 것도 먹어도 된다는 생각 가지신 분이라 식중독을 일으킨 것 같았습니다. 먹거리를 사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와도 유통기간을 넘겨 버리게 되는 게 더 많아 속이 상합니다. 이렇게 와서 챙겨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상황이라 사돈 어르신께 함부로 말도 못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으니 남편은 그냥

“좀 나아진 것 같으니 내일 성묘하러 가면서 모시다 드리자.”

“또 아프시면 어떻게 해?”
“그때 또 모시고 오면 되잖아.”

“정말 모르겠다.”










성묘를 가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습니다. 노랫소리에 잠을 깨 부엌에 나가려고 하니 어머님도 따라서 일어나셔서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혼자 뚝딱거리며 아침준비를 하였습니다. 녀석들도 일어나면 아침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밥상을 차려놓고

“어머님! 식사하세요.”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보니 어머님의 모습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보! 여보! 어머님이 안 계셔!”

“화장실에 없어?”
“응.”

“이 새벽에 어딜 간 거야?”

달그락 달그락 현관문 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초인종이 울립니다.

“누구세요?”
“응. 나야!”
화들짝 문을 열고

“어머님! 어디 갔다 오세요.”
“응 차 타러 갔지.”

“지금 몇 시인 줄 아세요?”
“5시.”

“시골 가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나가셨어요?”
“.............”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십니다. 잠시 정신 줄을 놓으신 걸까요? 착각을 하신 것이겠지요.

얼마나 집에 가고 싶으셨으면 가방까지 챙겨 들고 나가셨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어머님! 그렇게 가고 싶으세요?”
“그럼 우리 집에 가고 싶지.”



일주일 전보다 제법 똘망 똘망 몸이 좋아지신 어머님을 모시고 새벽길을 달려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혼자 집을 지키시던 사돈 어르신이 우리를 반겨주십니다. 그리고 어머님은 이것저것 안방에 앉아서 해야 할 일들을 시키십니다.

“어머님! 도라지 어느 밭에 있어요?”
“응. 저기 길가에 밭에 있지.”

도라지를 캐와 막내 동서가 사 보낸 통 오리 한 마리를 솥에 넣고 푹 고우니 뽀얀 국물이 우러났습니다. 한 그릇 드시게 가져다 드리면서

“어머님! 어디 불편하시면 바로 연락하세요.”
“오냐. 걱정 하지마!”

남편이 성묘를 다 하고 내려와 등목 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루에 걸터앉아 손을 흔드시는 어머님의 얼굴엔 편안한 미소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나 편하자고 가까이서 챙기려고 했고, 사각 속 링처럼 아파트라는 감옥에 갇혀 있게 하면서 어머님 마음 너무 헤아리지 못했나 싶은 생각에 죄스러움 감출 수 없었습니다. 어떤것이 진정한 효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돌아오는 발걸음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건강하세요. 어머님.


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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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겨울바다

    저는 6남매의 막내입니다.
    어머님 연세도 83세 이구요.....
    현재 어머니께서 시골에 혼자 계시면서 연세가 있어 밥 한그릇 드시면서 힘들어 하시는데
    일찍 시집와서 시부모님, 자식들 키우시느라 시골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겠습니까?
    어머님께 같이 잠시라도(1주일~1달) 함께 계시자면서 말씀드리면
    절대 같이 있지 못하겠느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의 몸이 힘들어 할진데 자식들에게 불편함을 주기가 싫은 모양입니다.

    아파트가 감옥이라 하시면서 2~3일후면 떠나고 싶어 합니다.

    당신과 함께 언제나 함께 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계실때 자식된 도리로서 마음편하게 해주고 싶어요..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빕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2009.09.13 12:15 [ ADDR : EDIT/ DEL : REPLY ]
  3. 맞아요..울 어머님도 서울 오시면 내려가기 바쁘세요..
    사실 여기서는 하루종일.. 며느리하고 마주 보고 있는것 외는 할일이 없으시잖아요..
    애들은 학교갔다오면 지 공부에 바쁘고, 아들은 늦게 퇴근해 오고 하니..

    시골에서 적당한 일거리와 친구들이 있는 즐거움이... 크지 싶습니다..

    이쁘고 착 한 마음을 가진 며느님과 넉넉한 시어머님... 보기 좋으네요..
    여기저기 시댁흉보는 글보다... 참 따사로운 글입니다

    2009.09.13 12:41 [ ADDR : EDIT/ DEL : REPLY ]
  4. 어르신들은 아무리 편리한 곳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손때 묻은 곳만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솔직히 자신의 채취가 담긴, 손때 묻은 그 곳이 자신에겐 가장 편한 곳이죠.

    몸 아프신데도, 시골 집에 가시겠다고 하시던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네요.

    끝내 집에 못 가보시고, 병원에서 돌아가셨는데.. 군대 있을때라 임종도 못 지키고 안타깝습니다.

    덕분에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고 가네요.

    2009.09.13 13: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나그네

    다른건 몰라도 시어머님이 며느리는 잘 뒀네요. 남편분이 처가에 잘해야될듯 ㅋㅋㅋ

    2009.09.13 13:19 [ ADDR : EDIT/ DEL : REPLY ]
  6. 총각

    아...
    이런 분같은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ㅠㅁㅠ
    그러면 이 한 몸 불살라서 잘해주고 살 수 있을 거 같은데..ㅠㅠ

    2009.09.13 13:23 [ ADDR : EDIT/ DEL : REPLY ]
    • 구경꾼

      총각 꿈 깨세요.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고,
      남자도 여자하기 나름입니다.

      같은 사물을 보고도
      글 잘쓰는 여자도 있고,
      생각을 많이하는 사람도 있고
      말을 조리있게 잘 표현하는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마음은 그게 아닌데 표현이 서툰 사람도 있고요.

      또한 사람이기에 언과 행이 다를 수 도 있습니다.

      흔히들 착한역의 탤런를 보고
      평상시의 모습과 생활이 그러하리라 오해하는데
      역활과 본 모습은 다른거랍니다.

      2009.09.13 13:50 [ ADDR : EDIT/ DEL ]
  7. 마음

    님 같은 며느님을 두신 님의 시어머님이 부럽네요.
    저희 집은 맏며느리가 시어머니한테 일년에 한번도 안부전화 안해요.
    뭐 부탁할 거 있을 때 빼고요.
    그러면서 시어머니 앞에 앉혀놓고 손아래동서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손위동서한테 안부전화 해야되는거 아니냐고 뭐라네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손위동서도 제대로 안 챙기냐구요.;;;
    자기 성질나면 주위에 사람들이 있든 없든 시어머니한테 삿대질까지 하구요.
    손아래동서한텐 전화해서 본인도 옛날엔 예뻤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전화 끊어버리는 일도 부지기수......
    전화벨만 울리면 심장이 두근거린다네요.
    시집 식구들도 좋고 다 좋은데 동서자리가 맘에 안 들어 이혼까지 생각했다구요.--;
    학력위조에 집안사정까지 다 속이고 시집와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다 속아주신 시어머니를
    마치 제 도우미처럼 부리려하질 않나 손아래동서한테 스토커짓을 하질 않나...
    그래서 지금은 아예 인연끊고 산답니다.
    오빠가 그 여자랑 결혼하기 전엔 정말 화목한 집안이었는데
    정말 사람 잘 보고 들여야된다는 말이 딱 맞는 거 같아요.
    그 집 부모도 똑같더라는... 결혼식때도 자기네는 일가친지랑
    인연끊고 살아서 올 사람도 없다며 밥값은 많이 쳐서 50명분만
    내겠다지를 않나 예식비용도 1/3만 내겠다고 우기더라는.
    어른들이 집안분위기를 보고 사람들여야 한다는 말뜻을
    알겠더라구요.

    우리집에도 님같은 언니가 집에 들어왔음 좋았을텐데......
    부러운 마음에 본의아니게 신세한탄만 하다 가네요.
    앞으로도 행복하세요.

    2009.09.13 14:13 [ ADDR : EDIT/ DEL : REPLY ]
  8. 글줄사이로 상대가 보일 때가 있듯, 글넘어로 상대의 마음이 전해질 때가 있습니다.
    저녁노을님의 이번 포스팅이 이런 경우 인 것 같네요.
    딱히 말로 꺼내지 않아도, 속에 담긴 서로를 향한 마음이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정말 행복한 한주되세요. ioi~

    2009.09.13 14:40 [ ADDR : EDIT/ DEL : REPLY ]
  9. 어머님 사랑하는 맘이 넘치시네요... 83세시면 당연히 살림하시긴 좀 힘드신 나이인데도 당신이 사시던 시골이 좋으신가봅니다... 아파트는 아무래도 답답하지요~ 아는 사람도 없구요... 잘 모셔다 드렸어요... 자주 전화드리시구요... 어머님에 대한 저녁노을님의 사랑이 넘치는 글 잘 봤습니다... 어머님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09.09.13 15:16 [ ADDR : EDIT/ DEL : REPLY ]
  10. 서..설마..

    저기 있는 사진들..혹시 저기서 시어머니란분이 사는건가요? 정말 그렇다면 해도해도 너무하네..지금 세상이 어느땐데 저런곳에서 살게 하냐..ㅉㅉ저게 바로 불효다.

    2009.09.13 15:34 [ ADDR : EDIT/ DEL : REPLY ]
  11. 연세가 드실수록 더 외롭지 싶은데 ..
    자식에게 부담이 될까 하는게 부모의 마음이니..
    그걸 자식이 알아 줘야 할 것 같으네요..

    2009.09.13 16: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저희 어머니도 서울 오시면 몇일을 못견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시골이 편하신가 봅니다.
    살아생전에 효도해야 하는데...

    2009.09.13 20:17 [ ADDR : EDIT/ DEL : REPLY ]
  13.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저의 할머니께서도 서울집(막내삼촌)에 가시면 금방 내려오시더라구요.. 시골이 편하신가 봅니다. 말년에 몸이 불편하셔서 저의집에서 3년정도 사셨어요(시골) 그리고 저희 어머님도 왜이렇게 쉰 음식을 드시는지 ;; 쉬지않게 항상 음식은 조금만 하라고 해도 워낙에 손이 크셔서 많이 해놓고 먹지못한 쉰음식을 드시는데 ... 이거때문에 저랑 자주 싸우죠 ㅡㅡ;;;

    2009.09.13 21: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서윤서하아빠

    부모님에 대한 글은 언제 읽어도 가슴 따뜻한 것 같습니다. 특히, 명절이 다가오는 시기...더더욱...

    건강하실때 더욱 잘해드려야 하는데,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마음과는 달리

    잘 되지 않는 효도에 마음이 아프네요...

    덕분에 좋은글 보며 부모님 생각 해 볼 수 있었네요.

    2009.09.13 21:33 [ ADDR : EDIT/ DEL : REPLY ]
  15. 참.. 훈훈한 글이네요...

    2009.09.13 22:42 [ ADDR : EDIT/ DEL : REPLY ]
  16. 산사과

    저희 어머님은 병원에서 3개월을 계시다가 지난주에 조용히 보내드렸는데 4일장 동안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어머님의 빈소를 지키면서 병원 생활이 얼마나 갑갑해 하셨을까 생각하면 눈물이 절로 나네요. 착한 며느리는 아니지만 딸 없는 어머님께 딸 노릇 할려고 노력했는데 가시고 보니 어쩔 수 없는 며느리였네요. 잘 찾아 뵙지도 안 했고 전화 받으면서 또 투정 부리신다고 말씀드리고 어머님 다시 뵙고 싶습니다. 어머님의 그 손을 다시 한 번 잡고 싶습니다. 어머님 못난 제게 사랑 주셔서 고맙습니다. 편히 가세요. 당신 아들과 사랑하면서 잘 살께요.....

    2009.09.13 23:28 [ ADDR : EDIT/ DEL : REPLY ]
  17. 마음이..

    따듯해 지는 글이네요.. ^^

    2009.09.13 23:35 [ ADDR : EDIT/ DEL : REPLY ]
  18. 눈끝이 찡하네요...TT 마음이 훈훈해져요 ^^

    2009.09.13 23: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참 효부십니다.
    에구구 저도 마음은 더 잘 해드리고 싶은데 왜 자꾸만 마음처럼 안되는지...
    내일 아침에는 어머니께 안부전화라도 드려야겠네요

    2009.09.14 01: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제가 부끄럽네요.. 저도 시어머님하고 시아버님한테 더 신경 써야겠어요^^;;

    2009.09.14 09:56 [ ADDR : EDIT/ DEL : REPLY ]
  21. 시골집

    시골집 춥고 비좁고...화장실도 그렇고..정말 불편함 그 자체 인데....팔순이 넘으신 노인네 홀로...젊은사람

    들에게 민폐 안끼치려고 그렇게 사신다 하는것을 안다면.....사진의 시골집이 맞다면...얼렁좀 고쳐 주시죠..

    저또한 시골에 부모님 집이 잇는데..연세도 이젠 있고 해서..

    제가 가서 잠깐만 있어도 화장실이며...부엌이며 너무 힘들고 불편해서

    저두 여유안돼지만..천만원쯤 드니..앞쪽에 샷시 하고..(겨울에 샷시해노면...햇살이 있어 따숩어서
    아주 좋죠...마루에서 주무시고 하시고) 빨래도 겨울이나 장마 철에 널수 있고...애들과 가면...놀이터가 돼
    더군여../^^

    화장실을 안쪽에 만들고..부엌도 사진처럼 푹꺼져서 다 채운후 보일러 넣고 씽크대 달고..

    시골은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춥고 귀찮죠...
    안쪽에 작은 방을 하나 방수 처리 해서 만들엇죠...

    논네들이 관절이 안좋으시니...푸세식은 아주 무릎에 쥐약입니다..
    양변기 놓고...세면대 달고....거울 달고..


    부담스럽다고 처음에는 막 손서리 치셧는데..
    그냥 고집부려 공사 막해버렷죠...

    수리하시고 몇년...
    지금은 저희도 시골집에 가면...아주 편하게 쉬다 올수잇고...
    올라오는길에...눈물 조금 덜납니다..

    그나마 춥고 불편해 하실 모습이 조금은 작게 보여서...

    팔순이신데..지금 수리한다 시면...살 날 얼마 안남앗다고 보나마나 싫다 하시겟네요...

    착한 며느리 어투로 글을 참~~하게 쓰셧는데...
    좀 일찍 집수리부텀 해주셧다면 ㅡㅡ;;

    2009.09.14 14:46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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