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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새벽녘에 사라진 시어머님을 보니 눈물이....

by 홈쿡쌤 2009.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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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사라진 시어머님을 보니 눈물이....


우리 시어머님은 83세, 육남매 곱게 키워내기 위해 자식위한 삶을 사셨기에 지금은 어디 한 곳 아프지 않은곳이 없으십니다. 지금은 몸이 좋지 않아도 자식집보다 당신 집이 좋다고 하십니다. 며칠 전, 시골에 혼자 지내시는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야야! 내가 배가 아프다.”
“그래요? 그럼 애비 가 보라고 할게요.”

화들짝 놀란 남편은 아침 일찍 모시고 왔습니다. 속이 불편하다고 하니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 위내시경까지 하였으나 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우리 집에서 보내면서 어머님은

“나 좀 집에 데려다 주라.”
“가서 뭐하시게요.”
“내가 이렇게 있다가 바보가 되것다.”

“먹는 걸 제대로 못 드시니 살도 다 빠졌잖아요. 그냥 여기 계세요.”

“집에 가고 싶어.”

그래도 시골에서 함께 지내고 계신 작은 어머님 동생인 사돈어른과 낮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동네 경로당에도 놀러 가곤 합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계시려니 얼마나 갑갑하신지 이해는 갔습니다. 하지만, 사돈 어르신과 입맛이 맞지 않아 음식을 드시지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라면에 풋고추 썰어 넣어 얼큰하고 짭짤한 걸 좋아하시는 사돈 어르신, 매운 것은 입에도 못 대시는 우리 어머님. 제대로 먹을 수 없었고, 알뜰살뜰 아끼고 버리지 못하는 어르신이라 먹던 것 냉장고에 넣었다가 또 데워 드시고, 약간 상한 것도 먹어도 된다는 생각 가지신 분이라 식중독을 일으킨 것 같았습니다. 먹거리를 사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와도 유통기간을 넘겨 버리게 되는 게 더 많아 속이 상합니다. 이렇게 와서 챙겨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상황이라 사돈 어르신께 함부로 말도 못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으니 남편은 그냥

“좀 나아진 것 같으니 내일 성묘하러 가면서 모시다 드리자.”

“또 아프시면 어떻게 해?”
“그때 또 모시고 오면 되잖아.”

“정말 모르겠다.”










성묘를 가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습니다. 노랫소리에 잠을 깨 부엌에 나가려고 하니 어머님도 따라서 일어나셔서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혼자 뚝딱거리며 아침준비를 하였습니다. 녀석들도 일어나면 아침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밥상을 차려놓고

“어머님! 식사하세요.”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보니 어머님의 모습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보! 여보! 어머님이 안 계셔!”

“화장실에 없어?”
“응.”

“이 새벽에 어딜 간 거야?”

달그락 달그락 현관문 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초인종이 울립니다.

“누구세요?”
“응. 나야!”
화들짝 문을 열고

“어머님! 어디 갔다 오세요.”
“응 차 타러 갔지.”

“지금 몇 시인 줄 아세요?”
“5시.”

“시골 가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나가셨어요?”
“.............”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십니다. 잠시 정신 줄을 놓으신 걸까요? 착각을 하신 것이겠지요.

얼마나 집에 가고 싶으셨으면 가방까지 챙겨 들고 나가셨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어머님! 그렇게 가고 싶으세요?”
“그럼 우리 집에 가고 싶지.”



일주일 전보다 제법 똘망 똘망 몸이 좋아지신 어머님을 모시고 새벽길을 달려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혼자 집을 지키시던 사돈 어르신이 우리를 반겨주십니다. 그리고 어머님은 이것저것 안방에 앉아서 해야 할 일들을 시키십니다.

“어머님! 도라지 어느 밭에 있어요?”
“응. 저기 길가에 밭에 있지.”

도라지를 캐와 막내 동서가 사 보낸 통 오리 한 마리를 솥에 넣고 푹 고우니 뽀얀 국물이 우러났습니다. 한 그릇 드시게 가져다 드리면서

“어머님! 어디 불편하시면 바로 연락하세요.”
“오냐. 걱정 하지마!”

남편이 성묘를 다 하고 내려와 등목 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루에 걸터앉아 손을 흔드시는 어머님의 얼굴엔 편안한 미소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나 편하자고 가까이서 챙기려고 했고, 사각 속 링처럼 아파트라는 감옥에 갇혀 있게 하면서 어머님 마음 너무 헤아리지 못했나 싶은 생각에 죄스러움 감출 수 없었습니다. 어떤것이 진정한 효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돌아오는 발걸음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건강하세요.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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