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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내가 어려울 때 남에게 도움을 받고 보니

by 홈쿡쌤 200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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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려울 때 남에게 도움을 받고 보니


 

어제는 디카 속에 든 파일을 정리하다 보니 잊고 있었던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매해 삼월이면 대한적십자에서 고지서 한 장이 날아옵니다.

"어? 이거 안 오더니 올해는 왔네."

사실, 해마다 내야 되는 세금 같은 줄 알고 한 번도 기일을 넘기지 않고 20년 가까이 납부를 해 왔었습니다. 다른 건 자동이체로 처리 다 되고 적십자회비만 내면 되는 월말, 조퇴를 생각하고 조금 일찍 나가려고 하는데 동료 한 사람이

"그거 꼭 내지 않아도 돼"

"엥? 무슨 말이야?"

"세금 내듯 의무사항 아니라고."

"정말?"

"............."

'바보 아니야?' '너무순진하다'하는 투로 말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넘겨버렸습니다. 괜히 내 돈 내고 사람 바보취급 당하는 기분이라서 말입니다. 한 번 내지 않으니 이듬해에는 납부 고지서도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년째 납부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추석을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던 시어머님의 실수로 시골집을 다 태우고 말았습니다.

추석을 거꾸로 보내게 된 이유는 내가 어려울 때 적십자에서는 작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남편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000할머니 아드님 되시죠?”
“네.”
“여기 00면사무소입니다. 구호물품이 나와서 그러는데.”
“무슨 구호물품인데요?”
“할머니 앞으로 적십자사에서 주는 물품입니다.”
“아니. 필요 없습니다.”
“신청만 하면 다 나오는 것이니 부담 가지실 필요 없고 면사무소로 나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냥 준다는 말 때문이었는지 제법 며칠이 흘렀는데도 구호물품을 가지러 가지 않았습니다. 담당자가 가져가라는 전화를 또 한 번 받고는

“우리 집 사랑채에 좀 갖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석 때 성묘하러 가니 창고에 적십자 마크가 크게 찍힌 커다란 봉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들고 나와 풀어보니 휴대용 가스 렌즈 1개, 코펠, 쌀 10kg, 모포 2개, 속옷 2벌, 체육복 2벌, 참치, 햄, 고추장, 된장, 치약, 치솔, 비누등 그 속에는 기본 살림살이가 다 들어 있었습니다. 재해로 아무것도 없는 어려운 상태에서는 일어설 수 있도록 해 주는 힘이 되는 물건들이었습니다.


"다음부턴 영수증 날아오면 꼭 납부해."

"알았어."

남편의 한 마디는 나를 더 부끄럽게 하였습니다.


내가 낸 6천 원의 돈이 이 세상을 밝게 한다는 걸 몰랐던 것입니다. 가진 것 움켜질 줄만 알았지 베풀 줄 몰랐던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나눔은 쉬운듯하면서 어려운 일입니다.


'나눔은 희망입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희망은 나눌수록 커지며, 어떠한 역경도 넉넉히 이길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된다고 합니다. 나눔은 물질뿐만이 아니며 당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 부드러운 미소, 유머도 좋은 나눔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도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 가는 데 힘이 되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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