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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으로~

'무도' 한 톨의 쌀알에는 농부의 88번의 땀

by 홈쿡쌤 2009.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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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한 톨의 쌀알에는 농부의 88번의 땀



 

어제 방송된 MBC 주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20.2%(TNS미디어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토요일 예능프그램 시청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날 ‘무한도전’의 예능 1위 탈환 주역은 단연, 최근 엉덩이춤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걸 그룹 카라였습니다. 추수 도중 모든 출연진이 카라의 엉덩이춤을 추며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것.


벼농사 도전의 시작은 엉성했습니다. 고사를 지내는 상에 돼지머리 대신 정준하를 앉힌 것부터, 길은 논 정리 시간에 선글라스를 벗지 않고 일하면서 뽑지 말아야 할 모를 한 움큼 뽑아 시청자와 멤버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길의 실수 이후 멤버들은 진지해졌고, 벼농사가 사람 손길이 많음을 깨달아갑니다. 결국 유재석은 촬영 도중 동료 연예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합니다. 멤버들의 부탁을 받고 달려온 연예인들은 아이돌그룹 카라를 비롯해 바다, 쥬얼리, 변기수, 이문이, 에픽하이, 김범 등 말 그대로 초호화 게스트였습니다.





 시골에서 농사꾼의 딸로 살아왔기에 더욱 실감 있게 다가오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긴 겨울을 보내고 봄에는 한 해의 농사일로 일손이 바빠집니다. 볍씨를 물에 담가 놓았다가 모판을 만듭니다. 그러다 6월이 되면 모네기를 시작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에는 가정실습이라고 바쁜 일손을 도와주기 위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논두렁 타고 다니며 아버지와 함께 묶어 놓은 모 논 가운데로 던져 넣고, 있는 힘을 다하여 못줄을 잡아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나면 고파오는 배 달래기 위해 먹는 새참 죽, 국수, 수제비 등 들판에서 먹는 그 맛이란. 금방 검은 가마솥에 불 지펴 지은 구수한 잡곡밥과 감잎으로 싼 갈치 찜, 명태 찜, 지금은 아마 그 맛 느낄 수 없습니다. 먹을거리 지천으로 깔려있는 요즘과 같은 시기와 들판에서 자장면 시켜먹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적당한 물을 채운 논에서 어머니께 모심는 방법을 배워 감촉 좋은 땅 밟아가며 심을 때면 어김없이 내 다리를 물고 있는 거머리에 놀라 '엄마야!' 하며 고함을 지르며 뛰어 나오던 모습.


한 톨이라도 더 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름 내내 논바닥에 엎드려 피를 뽑아야 했던 우리 부모님들. 그렇게 먼저 심어 놓은 벼들은 벌써 땅 냄새를 맡고 뿌리 내려진 초록빛을 내며 튼튼히 자라 가을이면 누렇게 황금들판을 만듭니다. 저녁 무렵 물고에 설치해 두었다가 새벽같이 나가 보면 통발 속에 하나 가득 살아 움직이는 미꾸라지. 손으로 잡던 고동.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메뚜기 잡아 구워먹었던 일들이 생생하기만 합니다. 고개 숙인 벼, 낫질을 하여 베어놓고 며칠을 말려 볏단을 만들어 발을 굴러가며 탈곡기로 타작을 했습니다. 수확이 많지 않아 먹기 싫도록 먹어야했던 보리밥, 학교에서는 혼식을 권장하며 도시락 검사까지 했다면 요즘 아이들 믿을 수 있으려나?

 

가로 4.5mm 세로 2mm 두께 1.5mm. 바로 쌀 한 톨의 크기입니다. 한자로 쌀 미(米)자가 위에 팔(八) 아래에 팔(八)이 합쳐져 그렇게 되었고, 88번의 손길이 들어간다는 실제 그만큼의 노력이 든다고 합니다. 요즘이야 기계화로 인해 그 정도의 손길이야 가지 않겠지만 수고로움은 그에 못지않을 거라 여겨집니다.


“밥알 남기지 말고 깨끗이 먹어라.”

“싱크대에 쌀 한 톨이라도 흘려보내지 마라.”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하는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어왔던 말입니다.


불교에서는 ‘발우공양’이라 하여 밥은 물론이고 자신이 먹은 그릇이 깨끗이 되도록 남김없이 먹습니다. 발우공양은 소화하기 힘들 만큼 배부르게 먹고, 남은 음식을 함부로 버리는 우리의 생활 습관을 되돌아보게 하며 소비하는 일상적인 삶을 넘어 생산하는 삶을 배우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한 톨의 쌀알에는 농부의 88번의 땀이 배어 있습니다."
추수가 마무리되자, 멤버들과 게스트들은 함께 박수치며 일의 보람을 느끼는 모습을 보니 정말 훈훈했습니다. "쌀의 소중함을 알고, 앞으로 밥 먹을 때 쌀 한 톨도 흘리거나 남기지 말고 모두 먹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또한 직접 지은 쌀 ‘뭥미’는 불우한 이웃들에게 전달된다고 합니다.


 최근엔 재미없고 식상했으나 벼농사 특집은 무한도전다운 색깔을 띤 방송이었고, 오랜만에 훈훈했습니다.  1년 동안 벼농사를 기획하기 위해서 봄에는 모판에 모종 심기 -> 모내기 -> 여름에는 잡초제거 -> 가을에는 추수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중간마다 고사, 농악, 씨름 등, 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농사의 중요성과 농부들에 고생을 생각하게끔 해주는 방송으로, 교훈, 오락 등이 다 묻어있는 뜻 깊은 기획이 오랜만에 주는 ‘무한도전’의 진실성이었습니다.


이번 방송으로 농촌의 힘겨운 삶과 애환을, 쌀 한 톨의 소중함, 내 이웃을 생각할 수 있는 배려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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