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09. 11. 9. 09:42

시어머님께 기저귀를 채우지 않는 이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이 내렸습니다. 가을은 ‘찰나의 계절’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정말 잠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는 계절 같아서 말입니다.  어느 구석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시는 시어머님이 우리 집으로 모셔 온 지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알츠하이머 초기증상을 보이는 시어머님은 몇 번 짐을 쌌는지 모릅니다.

“어머님! 어디 가시게요?”
“응. 우리 집에 가야지.”

“시골 가 봐야 아무도 없는데 혼자서 어쩌시려구요.”
“그래도 가고 싶다.”

“...............”

그저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자꾸 움직여야 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아침 일찍 머리감기고 세수시켜놓고는

“어머님! 속옷 갈아입으세요.” 하면서 옷가지를 앞에 놓고 아침밥을 준비하러 나갔습니다. 대충 부엌일을 정리해두고 방으로 들어와 어머님이 벗어놓은 옷을 세탁기에 넣기 위해 확인을 해 보니 팬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어머님이 입은 옷을 확인하니 팬티는 벗지도 않고 그 위에 옷을 입었던 것. 깜빡깜빡 정신없는 행동을 하시고, 당신 혼자서 밥도 차려 먹지 못해 남편이 들어와 점심을 챙겨 드리고 나가고,  겨우 혼자 화장실에 다녀오는 게 전부인데 그래도 오랬동안 머물렀던 시골집이 그리우신가 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엄마! 큰일 났어.”
“왜?”
“할머니가 옷에 오줌 쌌어.”
“어쩌냐? 우리 딸이 할머니 옷 좀 갈아입혀야겠다.”

“알았어.”

“샤워기로 대충 씻기고 입혀.”

“응”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중3인 딸아이, 녀석이 어릴 때 할머니의 돌봄 받았기에 되돌려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퇴근시간이 되자 한걸음에 달려가 보았습니다. 딸아이는 할머니가 적셔놓은 옷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물을 받아 통에 담가두었더군요. 가족들 저녁을 해 먹이고 시어머님이 화장실을 가시기에 얼른 달려가 옷을 올려 드리는데 기저귀를 차고 있는 게 아닌가.

“어머님! 기저귀 언제 찼어요?”
“응. 00이가 아까 해 주더라.”

“네.”

알고 보니 딸아이가 옷을 갈아입히면서 채워주었던 것입니다. 아직 누워 있기만 한 게 아니어서 기저귀를 채운다는 게 싫어 사 놓기만 하고 장롱 위에 올려놓았는데 그걸 딸아이가 채웠나 봅니다.

"입고 있을까?"
"아니, 이젠 됐습니다."

시어머님이 자주 실수를 해도 기저귀를 채우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친정엄마가 몸이 안 좋아 우리 집에 와 계실 때가 생각나서입니다.


친정엄마는 워낙 깔끔한 성격이고 자존심 강한 분이라 꼭 혼자서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화장실 가는 길에 옷에 다 싸버려도 말입니다.

“엄마! 기저귀 차자.”
“싫타.”

단 한마디뿐이었습니다. 며칠을 그렇게 옷을 갈아입히고 하다

“엄마! 이러면 내가 힘들잖아! 집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

나도 몰래 엄마한테 짜증을 내 버렸습니다.

“오냐. 알았다. 그럼 요강을 하나 사 온나.”
남편은 그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가더니 의료기 상사에 가서 병원에서 받아내는 통을 하나 사 가지고 왔습니다. 그 뒤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앉아서 볼일을 보곤 했습니다. 그것도 몇 번 사용하지 않고 기저귀를 차야 하는 상황까지 오더니 이틀을 꼼짝없이 누워만 계시다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자 마음에 너무 걸렸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하고 말입니다. 당신이 싫어했던 행동이라 어머님께 기저귀 채우는 일을 잠시 미뤄왔습니다. 그런데 딸아이가 채워 놓았던 것입니다.


학원 갔다가 들어오는 딸아이에게

“할머니 기저귀 왜 채웠어?”
“엄마는 왜 사 놓고 사용하지도 않고 그래?”
“................”
사람이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허무하겠습니까. 아직 감각이 살아있고, 그 마음 어떤 것인지 헤아리기에 내 몸 조금 힘들어도 기저귀를 채우지 않는다는 말을 하자

“엄마 힘들잖아!”

“손빨래하는 것도 아니고, 세탁기 돌리면 돼!”

“그래도 애벌빨래는 하잖아!"
"엄마 하나도 힘 안 들어."
"알았어.”

그리고는 할머니가 조금 더 움직이지 못하실 때 채우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직은 화장실 가는 길이 오래 걸려도 빨리 옷을 내리지 못해 오줌 몇 방울이 옷에 떨어져도, 어머님 혼자 힘으로 해 낼 수 있는 게 감사할 뿐입니다.


어머님! 건강하세요.

아니, 더 나빠지지만 말고 지금처럼만 머물러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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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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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긴병에 효자, 효부 없다고 하는데... 고생되시더라도 참고 잘 보살펴드리세요.
    잘 보고 갑니다.
    건강한 한주일 되세요.

    2009.11.09 14: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치매 환자 외할머니 돌보시다가 엄마가 자쳐 먼저 가셨다는 ;;
    벌써 일년이 조금 지났지만 아직도 충격에 힘이든 저에요..

    노을님 늘 잘 드시고 어른 돌보시는 일도 중요 하지만 노을님도
    자신 몸 부터 잘 보살피셔요 ..존경하옵니다,,

    가족 모두가 사랑으로 똘똘 뭉친 집안팍 이시네여,,늘 배우고 갑니다...

    2009.11.09 14: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노을님은 정말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2009.11.09 14: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오마니

    저희 어머니증상과 똑같으시네요 저희 아이가 할머니 씻겨드리고 하던때가 생각납니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나을때가 있습니다. 아주 힘드시지요 저희 어머니는 지금 요양원에 계신데요 가실때 저희 아이들이 한말이 생각납니다 자식들이 여섯인데 돌아가며 모시면 되지 왜 요양원에 모시냐고요 아직 까지 마음이 아픕니다 아이들에게 못보일것 보인것같구요 아주 마음이 착하신분 같아요 힙내세요

    2009.11.09 14:43 [ ADDR : EDIT/ DEL : REPLY ]
  6. 참...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저렇게 되는데...
    그게 슬프기도 하고 그렇군요...
    운동을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2009.11.09 14: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향기

    저희 시어머님 작년 11월에 수술하시고 회복이 더디어 3개월은 종합병원에 3개월은 국립재활원에 입원해 있는동안 남편은 어머님 돌보느라 병원에서 살고 전 일하고 아이들 돌보고 병원에서 나오는 빨래해서 갖다주고 쉬운일이 없더라구요~ 이제는 많이 좋아지셔서 보조기구 이용해서 다닙니다..
    움직일수 없는 상태에서도 절대로 누워서 소변을 안보시는 어머님때문에 남편과 저 그리고 간호사까지
    체중이 많이 나가니 혼자서 할수 없어서 서너명이 움직여야하는데도 꼭 화장실 가시자고 하십니다..
    그땐 아~ 제발 기저귀라도 차고 계실수없나 싶었는데..어쩌면 그런 오기로 인해 그나마 회복이 빠르지
    않나 싶네요.. 저흰 방에 이동식 변기놓아드렸습니다~ 낮에는 화장실 이용하시고 주무실땐 방에서
    일 보십니다~ 기저귀 한통 사놓고 저희도 예쁘게 모셔놓고 있거든요..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힘내세요.. ^^*

    2009.11.09 15:38 [ ADDR : EDIT/ DEL : REPLY ]
  8. 노을님이 정성이 대단하십니다.
    저희 모친도 70대에 100수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지만 보통 힘들일이 아니지요.

    2009.11.09 15: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정성이 대단하십니다.
    건강이 더 악화되질 않길 바랍니다.

    2009.11.09 16: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나그네

    항상 건강하셨음 좋겠습니다.

    2009.11.09 17:26 [ ADDR : EDIT/ DEL : REPLY ]
  11. 정말 볼때마다 느끼지만 노을님 감동이예요 .ㅠ.ㅠ

    2009.11.09 18:42 [ ADDR : EDIT/ DEL : REPLY ]
  12. 시어머님 소식 올릴때 마다 그냥 고개가 숙여집니다.

    2009.11.09 18: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정말 찡해지네요. 저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부모님 건강 한번 챙겨봐야 겠어요.
    요즘들어 늘어가는 부모님의 흰머리를 볼 때면
    뭉클하더라구요. ㅜㅜ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구 항상 감기 조심하세요. ^^

    2009.11.09 19: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노을님 대단하시네요 고운 날되세요

    2009.11.09 22: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에고~~눈물겹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고 대단합니다.
    저희 할머님은 어머니 다리 수술하시고 늘 농삿일로
    집을 비우시는지라 작년에 병원으로 모셨답니다.

    2009.11.09 23: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참 감동적입니다.
    노을님 가족은 복 받으실겁니다.
    할머님 기력이 꼭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2009.11.10 00: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어머님이 조금이라도 움직이실 수 있게
    배려해주시는 마음이 참... 아름답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

    2009.11.10 01:36 [ ADDR : EDIT/ DEL : REPLY ]
  18. 노모 모시느라고 고생하십니다.
    오늘도 멋지게 보내세요~

    2009.11.10 06: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마음이 짠~ 해지는 글이었습니다.
    저도 노모를 모시고 있지만 (<--어머니 말로는 어머니가 저를 데리고 있다는 ㅠㅠ), 건강하시기만 바랄 뿐이죠. ^^

    2009.11.10 08: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노모님 마음까지 배려을 아끼지 않으시니 ..
    어쩐지 남의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들어 맘이 찡합니다..
    누구나 나이가 드는 법인데 하는 생각에..
    정말 수고가 많습니다..
    노을 님 늘 건강하시길요..

    2009.11.10 09: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아 정말 모시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요
    대단하시네요~

    2009.11.19 16:03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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