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에서 혈혈단신으로 넘어와 가난과 배고픔에 온갖 고생을 하던 중, 회장을 만나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승리 카센터까지 차릴 수 있었습니다. 회장이 죽고 회장 아들인 정길에게 해고를 당하지만, 정길네가 부도로 망했다는 소식에 정길네 가족들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옵니다. 하지만, 정길네 가족의 철없음은 상상이상이었고, 회장님에 대한 은혜를 갚는 의미로 정길네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던 것.
SBS 주말드라마 '그대 웃어요'(극본 문희정/연출 이태곤)는 빼놓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요즘 이런 가족이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이 가는 훈훈한 드라마입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정길네가 사람 될 조짐이 보이는 사이 강만복(최불암)은 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선생님! 내 병이 유전됩니까?"라고 하며 자식들에겐 절대 물러주고 싶지 않은 병이라는 말에 눈물 나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아버지 모습이었습니다. 의사들도 3개월이 될지 6개월이 될지 모른다는 말에 암을 친구삼아 “내가 부탁함세. 더 이상 자라지 말고 지금만큼만 있어주게나. 말동무도 되고 오래오래 같이 살다가 천천히 가세”어른답게 암을 받아들입니다. 간암 진단을 받고 삶을 포기했지만, 점차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정인의 가짜임신 소동과 증손자의 이름을 얼굴도 모른 채 어떻게 받느냐는 정인의 말에 만복은 치료를 받고 다시 살아야겠다는 힘을 얻게 됩니다.
그 와중에 '멍구' 커플 현수(정경호 분), 정인(이민정 분)은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병마저 가족에게 숨기고 싶었지만, 그토록 기다리던 손주(현수와 정인)의 결혼식을 마치고 피로연 도중 화장실에서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갑니다. 그때에도 '난 괜찮다. 아이들 신혼여행 갔지?'라고 하며 가족 걱정부터 앞세웁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인 만복의 건강을 염려하는 현수와 정인은 가족들에게는 신혼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신혼 첫날밤의 로맨틱한 분위기에 한껏 부풀어 있던 현수를 설득해 몰래 집으로 돌아와 만복의 상태를 살핍니다. 신혼여행도 반납한 채 만복을 위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으며 요즘 보기 드문 효를 실천하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 같아 너무 흐뭇하였습니다.
시골에서 물러 받은 재산 하나 없이 살림을 꾸리고 살면서 6남매를 낳아 각자의 위치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밑거름을 주신 분입니다. 남편의 나이 서른넷, 나의 나이 서른셋, 노총각 노처녀가 만나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는지 몰라도 우리는 맞선을 본 지 한 달 만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장가를 가지 않고 있어 그랬던지 유독 아버님은 셋째 며느리 사랑은 남달랐습니다. 시골에서 생활하면서도 아버님은 하얀 바지에 백구두까지 신고 활을 쏘러 다니시는 한량이셨습니다. 결혼 후 살림밑천인 첫딸을 선물 받았습니다. 두 달간의 휴가를 마치고 출근을 하게 되자 아이를 맡길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아버님이
"야야~ 00이 우리가 데리고 가면 안 되겠나?"
"그래 주시면 감사하구요."
그렇게 짐을 싸서 시골로 딸아이를 보냈습니다. 주말마다 딸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갔습니다. 딸아이가 조금씩 자라 엄마를 알아보게 되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면 고통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어머님이 등에 업고 이웃집으로 마실을 가고 나서야 우린 차를 몰고 떠나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나의 눈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신 우리 아버님
"아가! 엄마 모시고 집으로 가거라."
"네?"
"시어머니 모시고 가서 아이 키우라고."
"아버님은 어쩌시려고?"
"나야 어른이니 뭔 걱정이고."
"그래도..."
"아이나 잘 키워."
시아버님의 그 한마디에 주섬주섬 챙겨 어머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그 후에는 아버님의 반찬을 만들어 주말마다 찾아가곤 했습니다. 자식을 6명이나 키워도 한 번도 업어주지 않았던 아버님이 딸아이를 등에 업고 마당을 이리저리 움직이십니다.
"하이쿠! 손녀는 등에 업소?"
"처음 해 보니 좀 어색하네."
그저 쳐다보기만 해도 흐뭇했습니다. 3살이 되자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하니
"안돼! 아이들한테 맞고 오면 어쩌라고." 하시는 바람에 4살이 되어서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동생이 부모님에게 건강검진을 받아보라고 예약을 해 놓았습니다. 남편과 함께 병원을 들려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선생님이
"할아버지 큰 병원으로 모셔 가셔야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조직 검사가 조금 이상합니다. 얼른 대학병원으로 가 보세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말이었습니다. 평소 감기 한번 앓지 않은 건강한 분이었기에 말입니다. 대학병원에서의 결과는 흉선암이었습니다.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3기였던 것. 병원복을 입고 있으면서
"태어나서 처음 병원복 입어보네."
"................"
건강은 장담하지 못한다는 말을 실감 나게 해 주었습니다.
병원에서 더 이상 약조차 쓸 수 없다고 하기에 우리 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아버님은 하루가 다르게 약해져갔습니다. 뵙기가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그러자 어머님이
"그냥 시아버지 모시고 시골로 갈란다."
"네. 알겠습니다."
산소 호흡기를 꼽고 눕지도 못하고 앉아 고통을 참고 계시던 아버님은 손녀 손자의 재롱을 보고는 아픔을 잊고 웃음을 되찾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퇴근을 하고 잠이 와 칭얼거리는 녀석을 무릎에 앉히고 꼬불꼬불한 길을 50분가량 달려 매일같이 아이 둘을 데리고 시골로 향했습니다.
"뭐 하러 이렇게 매일 와!"
"아이들 보며 아버님이 좋아하시잖아요."
"그래도 네가 힘들잖아. 집에서 노는 사람도 아니고."
"괜찮아요. 사시면 얼마나 사신다고...."
그러다 병을 앓으신지 6개월 후 우리와 영원한 이별을 하고 말았습니다. 평생 자식위해 희생만 하시다 행복이란 걸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사실, 아버님이 주신 한 없는 사랑 절반도 갚지 못하였습니다. 아버님은 무엇이 그렇게 급했던지 효도할 시간적 여유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아버님! 조금 있으면 당신 손녀가 여고생이 됩니다. 공부도 곧잘하니 모두가 아버님 덕분임을 압니다. 그래서 더욱 그립고 보고 싶을때가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더욱 안타깝습니다. 유일한 간 이식 가능자인 정길이 깊은 고민에 빠졌지만, 짐을 꾸려 '멀리 떠난다.'라는 말을 남기고, 정경은 간 기증을 하겠다는 재일교포가 나타나서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가는 걸 보면 아마 서정길이 강만복을 위해 간 이식 수술대에 오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게 하였습니다. 가족드라마답게 간 이식을 받고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종영을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늘 그렇지만, 떠나보내고 후회하는 우리의 삶이니 살아계실때 효도하는 게 최고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이번 설날에는 부모님 어깨라도 주물러 드리고 오시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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