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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시어머님을 요양원으로 떠나 보내며....

by 홈쿡쌤 2010.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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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을 요양원으로 떠나 보내며....


개구리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었던 토요일 오후, 추적추적 어수선한 내 마음을 알 듯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막냇 삼촌이 전화를 해
"형수님! 엄마 요양원 보내게 나중에 모시러 갈게요."
"네? 아! 네."
 "어디 가시는 건 아니죠?"
"약속 없어요.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갈 겁니다."
"그럼 나중에 봬요.
"알았어요."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어머님을 어떻게 보내지?"

시골에서 혼자 지낼 때에도 주말마다 찾아가 반찬을 해 드리곤 하다가 치매, 파킨슨병으로 몸이 안 좋아 우리 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가진 것 없이 6남매 번듯하게 키워내시고 이제 남은 건 병뿐인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안방에서 어머님과 한 침대를 사용하며 지냈는데 세월이 갈수록 뒷걸음질치는 기억으로 혼자 집을 나가 잃어버린 적도 있었고, 가끔 실수까지 하는 바람에 형제들이 의논하여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결정을 내렸던 것입니다.

어머님을 위해 따뜻한 점심을 드시게 하고 마지막이 될지 몰라 욕실로 모시고 들어가 목욕을 시켜 드렸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 얼굴에 검버섯이 가득하고 쪼글쪼글한 피부가 84세 나이보다 훨씬 늙어보였습니다. 비누질을 하여 몸에 묻은 때를 말끔하게 씻어내렸습니다. 그리고 명절 선물로 사 두었던 새 내복을 입혀 드렸습니다. 꽃까옷 입히듯 말입니다.
"이게 어디서 났어?"
"설이라고 제가 선물해 드렸잖아요."
"아~그렇나? 색이 예쁘네."
"네. 어머님."
그리고 걸음걸이 시원찮지만 손을 잡고 한발 두발 동네 앞 미용실로 향하였습니다. 나이에 비해 머리숱이 제법 많은 어머님. 가만히 앉아 싹둑싹둑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을 바라보십니다.
"우와. 우리 어머님 정말 곱다."
"곱기는 무슨"
"아니에요. 정말 고와요."
미장원 원장님의 말에도 믿기지 않나봅니다.
열심히 땀 흘리며 농사지어 아들 딸에게 나누어 주시던 정정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세월 앞에서는 장사 없는 법인가 봅니다.

집으로 모셔와 침대에 눕게 하고 짐을 싸기 시작하였습니다. 가끔 시골가야 한다고 혼자 짐을 꾸리곤 하던 어머님이셨는데 정말로 가방을 챙기고 있는 나 자신을 보니 어디 멀리 떠나 보내는 것처럼 아니 영원히 이별하는 것처럼 왜 그렇게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삼촌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TV 앞에 앉았는데 어머님이 제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십니다. 전해오는 느낌이 이별을 알기라도 한것 같아 얼른 일어나 버렸습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을 보낸 뒤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어머님 안녕히 가세요."

"오냐. 나때문에 네가 고생많았다."
꾸벅 인사만 하고 얼른 들어와 버렸습니다.
어머님 앞에 눈물 보이기 싫어서 말입니다.


이제 떠나신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퇴근을 해 집으로 들어서니 집안이 썰렁합니다. 나를 반겨주었던 어머님도 안 계시고 빈 침대만 쳐다보니 그저 쓸쓸할 뿐이었습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나간 자리는 표시가 난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어머님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 몰랐습니다. 가슴에 돌멩이를 하나 얹어 놓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가며 키워온 자식들인데 영원한 내리사랑 받기만 하고 되돌려 드리지도 못하였는데 떠나 보냈으니 말입니다.

어머님!
제일 걱정인 게 먹는 것입니다. 입맛에 안 맞으면 숟가락을 놓곤 하시고, 조금이라도 매운 음식은 입에 넣지도 않고, 치아가 안 좋아 뭐든 잘게 부드럽게 드실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하는 걱정만 앞세울 뿐입니다. 전화조차 하지 못하고 막내삼촌에게 다녀온 이야기만 전해듣고 있습니다.
적응기간이라 면회도 오지 말라고 해 찾아뵙지 못하고 있는데 사실은 어머님 보고 많이 울까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머님. 그저 많이 죄송할뿐입니다. 자식도리를 다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낯선 곳에서 친구도 많이 사귀고 마음 편안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견뎌보시고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집으로 모셔오겠습니다.
며느리의 마음은 언제나 어머님곁에 있음을 잊지말아 주세요.
어머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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