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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님을 위한 응원 메시지

by 홈쿡쌤 2011.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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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님을 위한 응원 메시지



기나긴 장마 속에서도 간간이 비춰지는 태양이 매섭기만 합니다.
토요일 오후, 남편과 함께 어머님이 지내시는 요양원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시어머님 84세, 6남매 훌륭히 키워내시고 혼자 시골에서 생활하시고 계셨는데 갑자기 찾아온 파킨슨병과 치매로 형제들이 의논하여 요양원으로 모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주말이면 가까이 살고 있는 막내아들 가족이 찾아가 근황을 전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걸어서 가도 되는 거리에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이 새로 생겨 옮기게 되었습니다.

요양원을 들어서니 어머님도 요양보호사도 간호사도 모두 울어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우리 할머니 호인이셔서 정이 많이 들었는데 서운해요."
"나보다 더 좋은 사람 올 건데 무슨 걱정!"
"할머니처럼 좋으신 분 흔치 않아요."
서로 손을 잡고 놓을 줄을 모릅니다.
떠나는 사람, 보내는 사람 모두가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어머님의 짐을 챙겨 나오니 창가에 서서 손을 흔들어 댑니다.
정이란 게 참 무서운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롭게 옮겨가니 또 걱정됩니다.
"어머님! 막내아들 집 바로 근처입니다. 옮겨가셔도 잘 적응하셔야 해요."
"그래야지."
"가기 싫지는 않으시죠?"
"어디 있으면 어떻노. 가 봐야 알지."
"안 좋으면 다시 있던 곳으로 옮기면 되니 걱정 마세요."
"오냐."
주말마다 가져다 드렸던 당신이 드시던 두유와 김, 그리고 옷가지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건강마저 잃고 아무것도 없는 빈소라 껍질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오늘같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 떨칠 수 없었습니다.
일상 대화도 가능하고 기분도 좋아 보였으니 말입니다.

창문 너머로 푸른 숲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뻐꾸기도 울고, 꿩도 가끔 내려오고 공기 맑고 좋습니다. 어르신."
먼저 옮겨 와 있던 고명딸 고모와 알고 지내는 요양보호사님이 어머님이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근무도 아니면서 달려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르신! 저 기억하세요?"
"응. 족욕 시켜주기도 했지."
"저를 기억하시는군요."
"이것 보세요."
어머님과 함께 계시면서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머리맡에 둔다고 준비하는 세심한 배려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머님을 들어 침대로 옮기시고 큰 일을 본 기저귀를 갈아 끼우는 모습은 능숙한 솜씨였습니다.
"정말, 힘드실 것 같아요."
"아닙니다. 힘으로 하면 못하죠. 요령입니다."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냄새나는 기저귀를 빼 내고 물티슈로 닦아 아로마 향까지 뿌려주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내내 미안하고 죄스러움 감출 수 없었습니다. 며느리인 제가 할 일을 알아서 척척 해 주니 말입니다.


짐을 정리해 드리고 밖으로 나와 사무실로 향하였습니다.
입소한다는 서류를 작성하고 나니 사무국장님이 메모지 한 장을 내 밉니다.
"여기, 할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 우리 요양보호사님께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주세요."
종이를 받아들고보니 마땅히 적을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잘 부탁드린다는 말 밖에....




▶ 매주 엄마 따라가 할머니를 보고 오는 초등학생 4학년 조카의 응원 글입니다.



▶ 막내 아들이 일요일에 보내 온 사진입니다. 어머님 식사하시는 모습



요양원 홈페이지에는 벌써 어머님이 생활하시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는 지 근황을 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사진속에는 밥량이 제법되는 것 같습니다.
많이 드시고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건강하게 살다가면 좋으련만 그게 맘처럼 쉽지 않습니다.
머지 않아 우리의 모습, 아니 바로 내 모습이 아닐지...


전화 자주 드릴게요.
잘 지내세요.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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