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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비 오는 날의 내리사랑, 우산 마중과 그리운 엄마

by 홈쿡쌤 2011.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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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내리사랑, 우산 마중과 그리운 엄마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었습니다.
장마에 태풍까지 비바람이 불어 우산조차 들 수 없었습니다.
기말고사 기간이라 학교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돌아오는 두 녀석입니다.
tv를 켜 두고 깜박 잠이 들어버렸나 봅니다.
잠결에 딸아이 들어오는 소리는 듣고
"딸! 동생 왔어?"
"아니!"
시계를 보니 새벽 12시를 넘기는 시간이었습니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안 오고 뭐 하는 거지?'
"동생한테 전화 좀 해 봐."
잠시 후 통화를 하고 있는 딸아이가
"엄마! 데리러 올 수 있는지 묻는데?"
"간다고 그래."



부시시 눈을 뜨고 일어나 옷을 걸치고 학교로 향하였습니다.
밤을 환하게 밝히는 불이 창을 통해 퍼져 나왔습니다. 마치 희망처럼....
"아들! 나와!"
문자를 넣었습니다.
"3분 ㄱ ㄷ"
기다려 달라는 문자였습니다.








잠시 차에서 아들을 기다리면서 멍하니 앉아 있자니 내 생각은 아련한 추억 속으로 뒷걸음을 쳤습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위해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기다려 본 적이 있으십니까?
내 옷 젖는 줄도 모르고 까치발을 하며 자식 나오기를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을 아십니까?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 참 많이 받고 자라났습니다.
오일장이면 풀빵 맛에 길들어져 꼭 따라나서야 했고,
임신중독증으로 태어나 몸이 약한 막내라 원기소는 떨어지지 않고 먹었습니다.
오빠들은 내가 먹기 싫어하는 원기소  나를 업고  부모님의 눈을 피해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는 빼앗아 먹곤 했습니다.
밥 위에 찐 감자 한 개라도 더 먹고 싶어했고,
가마솥에 누룽지는 엄마가 그릇을 놓기 바쁘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야! 그만 먹고 그릇 막내 줘!"
엄마가 내게 주는 특권이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는 우산을 들고 학교 앞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막내다 보니 친구들의 엄마보다 많이 늙은 엄마였습니다.

밭에서 일을 하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허겁지겁 신발에는 흙을 가득 묻혀 뛰어오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그 늙으신 엄마가 부끄러워 슬며시 가장자리를 돌아 비를 흠뻑 맞고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엄마!"
"엄마!"
하나 둘 엄마가 받쳐 든 우산 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마중을 오지 않은 친구들과 첨벙첨벙 신발이 젖는 줄도, 가방이 젖는 줄도 모르고 장난을 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뒤를 따라 들어오는 엄마는 나를 보고
"아이쿠! 우리 딸 다 젖어왔네. 우야노."
"..................."
"내가 우산 가지고 갔는데 늦게 가서 어긋났나 보다. 미안해."
"....................."
"감기 걸릴라."
수건으로 머리를 닦아주면 괜스레 화를 내며 투덜거렸던 철없는 딸이었습니다.
바보처럼 따뜻한 엄마의 마음을 읽을 줄도 몰랐던 것입니다.

아들을 기다리며 토닥토닥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니
돌아가신 엄마가 왜 그렇게 보고 싶던지요.
엄마 마음 몰라주는 얼마나 무심했던 딸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걸어서도 아닌 차를 가지고 내 아들을 기다리며 엄마의 그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우리는 늘 이렇게 내리사랑만 하며 후회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로 들고 간 우산이 있었지만 차에서 내린 아들은 엄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파고듭니다.
엄마 키보다 보다 훌쩍 넘긴 아들입니다.
따뜻하게 전해오는 체온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따라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 생각 간절합니다.
녀석도 어른이 되면 이 엄마의 마음 헤아릴까요?
영원한 내리사랑을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엄마! 보고 싶어요.'

공허한 메아리일 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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