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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활어시장에서 불편했던 진실

by *저녁노을* 2011.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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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시장에서 불편했던 진실


햇살이 너무 고운 토요일 오후 퇴근을 하고 즐기는 유일한 낙이 있습니다. 일주일 내내 바삐 뛰어다녀야 하고 일찍 일어나기에 한 두 시간의 낮잠은 필수입니다. 따뜻하게 돌침대에 불을 올리고 포근한 이불 속으로 빠져드는 그 행복감...

얼마나 잤을까? 따르릉 전화벨이 울립니다.
"여보세요? 당신 자?"
"으응"
"오늘 날씨 죽인다. 낮잠 자기 아까운 날씨야."
"............."
"지금 내가 20분 후에 도착하니 준비해 있어."
"알았어."
꽃들의 유혹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눈만 돌리면 여기저기 아름다운 봄꽃들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모님! 어디로 모실까요?"
"나야 당신이 가자는 데로 가지."
"사실, 오늘 삼천포 모임 있어. 당신 데리고 가려고 모시러 왔지."
"내가 가도 되는 자린가?"
"그럼. 괜찮아."
바람을 가르며 쌩쌩 달려 삼천포로 향하였습니다.

"우와! 너무 이쁘다."
"눈이 내리는 것 같아."
탐스럽게 핀 벚꽃이 이제 바람에 날려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저 멀리 삼천포 대교도 눈에 들어옵니다.
도시락을 싸 간 아들한테 전화가 걸려옵니다.
"엄마! 어디야?"
"응. 삼천포."
"그럼 회 좀 사와!"
"알았어."
자주 먹진 않지만 회를 좋아하는 녀석입니다. 

 

 

 

 



대전고속도로가 뚫리고 나서 삼천포는 외지 사람들로 많이 붑빕니다.
산지에서 직접 사는 물건이 쌀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갑이 저절로 열리게 됩니다.
여기저기 관광버스가 서 있는 모습이고 팔도에서 찾아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갯내음 맡으며 활어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여보! 여긴 카드가 안 되잖아!"
"현금 없어?"
"응."
"그럼 찾아와야지."
다시 나가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았습니다.
한 번 사면 몇만 원이나 되는데 현금 거래를 해야만 하는 게 불편한 점이었습니다.

줄지어 앉은 상인들이 사람들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도다리 있어요. 여기로 와 보세요."
"금방, 낚시한 것입니다."
남편은 예쁘장하게 생긴 아주머니 앞에 섭니다.
"이건 어떻게 해요?"
"1kg 2만원입니다."
살아서 펄쩍펄쩍 뛰는 잡어였습니다.
"해 주세요."
칼로 껍질을 벗기는 솜씨는 능수능란하였습니다.
 "여기서 장사 얼마나 하셨어요?"
"30년이 넘었지."
"그래서 손놀림이 예술이구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횟감 뜨는 걸 구경하고 서 있었습니다.



▶ 사진은 다른 곳입니다.


잠시 후, 껍질 벗긴 고기를 옆에 있는 분에게 넘기는 순간, 파란색(원래 흰색-00상회를 표시하고 있음) 칸막이 사이로 고기 한 마리를 툭 쳐서 넣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아줌마! 고기 한 마리 빠진 것 같은데.."
"어? 정말이네."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빠른 솜씨로 얼른 껍질을 벗겨 옆으로 다시 넘겼습니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밖으로 나온 남편은
"당신, 어떻게 봤어?"
"그냥. 보게 됐어."
하루에 수 십 명이 오가는데 그때마다 한 마리씩 빼낸다면?
"아닐 거야. 실수 일 거야."
"그러길 바래야지."
'속고만 살았나?'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주머니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얼음을 채워 1시간도 안 되는 거리를 달려 냉장고에 있는 깻잎과 초장 된장을 만들어 주었더니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었습니다.

양심을 속이는 일은 결코 좋은 결과를 불러오지 않음을 알기에
나 역시 믿어야겠지요?
아름다운 세상, 아직은 살아볼 만한 세상이길 바라는 맘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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