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어시장에서 불편했던 진실


햇살이 너무 고운 토요일 오후 퇴근을 하고 즐기는 유일한 낙이 있습니다. 일주일 내내 바삐 뛰어다녀야 하고 일찍 일어나기에 한 두 시간의 낮잠은 필수입니다. 따뜻하게 돌침대에 불을 올리고 포근한 이불 속으로 빠져드는 그 행복감...

얼마나 잤을까? 따르릉 전화벨이 울립니다.
"여보세요? 당신 자?"
"으응"
"오늘 날씨 죽인다. 낮잠 자기 아까운 날씨야."
"............."
"지금 내가 20분 후에 도착하니 준비해 있어."
"알았어."
꽃들의 유혹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눈만 돌리면 여기저기 아름다운 봄꽃들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모님! 어디로 모실까요?"
"나야 당신이 가자는 데로 가지."
"사실, 오늘 삼천포 모임 있어. 당신 데리고 가려고 모시러 왔지."
"내가 가도 되는 자린가?"
"그럼. 괜찮아."
바람을 가르며 쌩쌩 달려 삼천포로 향하였습니다.

"우와! 너무 이쁘다."
"눈이 내리는 것 같아."
탐스럽게 핀 벚꽃이 이제 바람에 날려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저 멀리 삼천포 대교도 눈에 들어옵니다.
도시락을 싸 간 아들한테 전화가 걸려옵니다.
"엄마! 어디야?"
"응. 삼천포."
"그럼 회 좀 사와!"
"알았어."
자주 먹진 않지만 회를 좋아하는 녀석입니다. 

 

 

 

 



대전고속도로가 뚫리고 나서 삼천포는 외지 사람들로 많이 붑빕니다.
산지에서 직접 사는 물건이 쌀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갑이 저절로 열리게 됩니다.
여기저기 관광버스가 서 있는 모습이고 팔도에서 찾아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갯내음 맡으며 활어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여보! 여긴 카드가 안 되잖아!"
"현금 없어?"
"응."
"그럼 찾아와야지."
다시 나가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았습니다.
한 번 사면 몇만 원이나 되는데 현금 거래를 해야만 하는 게 불편한 점이었습니다.

줄지어 앉은 상인들이 사람들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도다리 있어요. 여기로 와 보세요."
"금방, 낚시한 것입니다."
남편은 예쁘장하게 생긴 아주머니 앞에 섭니다.
"이건 어떻게 해요?"
"1kg 2만원입니다."
살아서 펄쩍펄쩍 뛰는 잡어였습니다.
"해 주세요."
칼로 껍질을 벗기는 솜씨는 능수능란하였습니다.
 "여기서 장사 얼마나 하셨어요?"
"30년이 넘었지."
"그래서 손놀림이 예술이구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횟감 뜨는 걸 구경하고 서 있었습니다.



▶ 사진은 다른 곳입니다.


잠시 후, 껍질 벗긴 고기를 옆에 있는 분에게 넘기는 순간, 파란색(원래 흰색-00상회를 표시하고 있음) 칸막이 사이로 고기 한 마리를 툭 쳐서 넣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아줌마! 고기 한 마리 빠진 것 같은데.."
"어? 정말이네."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빠른 솜씨로 얼른 껍질을 벗겨 옆으로 다시 넘겼습니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밖으로 나온 남편은
"당신, 어떻게 봤어?"
"그냥. 보게 됐어."
하루에 수 십 명이 오가는데 그때마다 한 마리씩 빼낸다면?
"아닐 거야. 실수 일 거야."
"그러길 바래야지."
'속고만 살았나?'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주머니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얼음을 채워 1시간도 안 되는 거리를 달려 냉장고에 있는 깻잎과 초장 된장을 만들어 주었더니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었습니다.

양심을 속이는 일은 결코 좋은 결과를 불러오지 않음을 알기에
나 역시 믿어야겠지요?
아름다운 세상, 아직은 살아볼 만한 세상이길 바라는 맘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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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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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ㅎㅎ
    정말 그랬을까요?
    이젠..믿을 곳이 없는것 같아요

    그래도 집에서 맛있게 드셨으니..
    잊어버립시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1.04.21 15:19 [ ADDR : EDIT/ DEL : REPLY ]
  3. 실수라고 믿고 싶습니다!!!! ^^

    2011.04.21 16: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먹거리로 장난치면 벌 받아야 하는데
    맛나게 먹고 왔겠죠 ㅎㅎㅎㅎ
    좋은 세상이 되길 소망합니다
    오늘도 즐거우시고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

    2011.04.21 16:47 [ ADDR : EDIT/ DEL : REPLY ]
  5. 음...불편한 데요;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대단하신데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시다니~+_+
    역시 주부 9단이세요~!!!

    믿어야죠~^^
    아름다운 세상을...
    정직하지 않으면 반드시 망한다는 사실을...

    2011.04.21 17:06 [ ADDR : EDIT/ DEL : REPLY ]
  6. 저도 이런경험은 없으나 다른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왠지 믿음이 안가더라구요...ㅠ

    2011.04.21 17: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헉~~
    그런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이로군요..
    대구유명한 서문시장 갈치도 한토막씩 도마 아랫쪽으로 담는다 하던데
    믿어야 할찌..말아야 할지..

    2011.04.21 17: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생선이 살아있어서 튀어나간걸꺼에요~
    저도 고향에서 회 뜨는거 많이 보러다녀서 아는데,
    정신없이 전화받고 주문받고 회뜨고 이런거 보면 잘 안보일 수도 있거든요.
    버젓이 손님이 보고 있는 와중에 고기 한마리씩 던지며 장사하실 거 같진 않을겁니다.^^

    2011.04.21 17: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저도 그저 실수이거니 생각하렵니다.
    즐거운 저녁 되세요.

    2011.04.21 17: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우린 삼천포면 늘 활어시장에서 회를 떠오는데
    유심히 봐야겠습니다..^^;;
    설마~~
    하긴 설마가 사람잡죠..^^

    2011.04.21 18: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애구~ 이런 일이 없어야지요~
    목요일 저녁을 편안하게 보내세요~

    2011.04.21 18: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혼자서는 살기 힘든 세상. 신뢰가 참으로 중요하죠 ~ 서로가 서로를 의심없이 믿을 수 있는 세상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랍니다. ^^

    2011.04.21 18:51 [ ADDR : EDIT/ DEL : REPLY ]
  13. 흠~
    진실은 본인만 알겠지요...

    2011.04.21 18: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이런 ... 안타까운 일입니다.
    남은 속일 수 있어도 양심은 속일 수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
    자신의 양심을 불편하도록 하지 말아야겠죠? ^^

    2011.04.21 18:54 [ ADDR : EDIT/ DEL : REPLY ]
  15. 해피트리

    잘못 본 거라고 위안을 삼아야죠..
    아이들이 맛있게 먹으니 다행입니다^^*

    2011.04.21 21:34 [ ADDR : EDIT/ DEL : REPLY ]
  16. 어쨌거나 중요한건 노을님이 잘 챙기셨다는겁니다.
    잘하셨습니다. 이런경우 상대방의 의도는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요~^^

    2011.04.21 23:46 [ ADDR : EDIT/ DEL : REPLY ]
  17. 무게를 속이는 경우는 많은데.. 보는 앞에서 고기를 빼는 경우는 정말... 대단한 손놀림인 것 같네요 ^^

    2011.04.21 23: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r양심을 속이다보면 나중에 배로 돌아올거에요
    물론 그 아주머니의 실수이기를 믿어봅니당 ^^

    2011.04.22 00: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비지니스의 기본은 신뢰인데 말이죠. 기본은 망각하고 삼천포로 빠지셨나봐요.

    불만제로에 언젠가는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만...ㅎㅎ

    2011.04.22 03: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구름나그네

    속임수는 안 통하는 세상인데...
    아쉽네요. 쩝~

    2011.04.22 08:30 [ ADDR : EDIT/ DEL : REPLY ]
  21. 회 좋아하는데 ..^^
    또 먹고 싶네요 .. ^^

    어부를 해야 겠는데 .. ^^

    2011.04.22 16: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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