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한 분 모시질 못하고 사는 여섯 불효자 



어제는 어버이날이었습니다.
뉴스에는 징검다리 연휴로 많은 사람이 구경을 나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부모 공경은 '옛말'이라고 하면서 자식이 부모를 모시지 않고 나 몰라라 하기에 결국 법정까지 가서는 월 35만원의 생활비를 드리라는 판결이 났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50대 이후 우리의 부모님은 오직 자식들을 위한 삶을 사셨고 노후대책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자식이 봉양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도 10명 중 7명은 노후대책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통계를 보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습니다.

우리 시어머님 역시 6남매를 낳아 기르시느라 허리가 휘고 지금은 아무런 기운조차 없으신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올해 84세, 작년부터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계시는 시어머님은 우리 집에서 지내다 요양원에서 생활하신지 일 년을 조금 넘기고 계십니다.

마침 일요일이 어버이날이라 형제들이 요양원 근처에 사는 막내아들 집에 모이기로 하였습니다.

"동서! 그냥 어머님 모시고 우리 집으로 오면 안 될까?"
"어머님이 차 멀미를 하셔서 모시고 가기가 좀 그렇습니다."
"손님 치루기 힘들잖아."
"괜찮아요. 형님은 힘 안 드세요? 그냥 우리 집에서 할게요."

착한 막내 동서는 주말만 되면 김밥이나 먹을 것을 싸서 시어머님을 찾아갑니다. 일 년을 조금 넘겼지만, 아직도 고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인지 막내 아들에게 전화해
"나 언제 데리려 올 거야?"
토요일, 일요일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바쁜 일이 있어도 엄마가 기다리는 것 같아 꼭 찾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을하는 막내아들입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두 녀석은 주말에만 학원을 갑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찾아뵐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
"딸! 아들! 내일 어버이날이라 할머니 뵈러 가는데 같이 갈 수 있지?"
"나 학원 있는데."
"학원 하루 빠져라 그냥. 내년에는 고3이니 갈 수도 없어."
"그럴까?"
아무 말 없이 따라가겠다고 하는 두 녀석입니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님은 소파에 앉아 계셨습니다.
몹시 야위고 기운 없으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어머님, 안녕하셨어요?"
"오냐. 왔나?"
들어서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는
"아이쿠! 우리 손자 왔나?"
"어머님 누구야?"
"응. 00이 아니가?"
또렷하게 이름까지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할매! 내 왔다."
"그래 내 새끼."
보고 싶었던 얼굴들을 다 볼 수 있어 행복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아들 녀석은 할머니 옆에 앉아 고시랑 고시랑 정겹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 형제들을 위한 상차림



동서는 한의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토요일 오후까지 근무하고 와 이렇게 맛있는 저녁을 차려냈습니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오리백숙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리불고기 등 한 상 가득 담아내고 나니 조금 늦게 도착한 고명딸인 시누이가 회를 사와 정말 배불리 먹게 되었습니다.


늦게 도착하는 형제들을 기다리다 어머님은 배가 고플까 봐 먼저 오리백숙을 드시게 하였습니다. 며칠 사이 더 악화되셔서 잠도 못 주무시고 먹는 것도 소홀했다고 하였습니다. 죽을 떠먹이니 오물오물 한 그릇 뚝딱 비워내셨습니다. 자식들이 모여 정담 나누는 모습을 보며 편안하신지 잠이 드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어머님은 어제보다 훨씬 또렷해지신 느낌이었습니다.
"어머님! 잘 주무셨어요?"
"응. 잘 잤다."
"많이 드셔야 해요. 입맛이 없어도."
"넘어가야 먹제."
"어머님 밥 드릴까요? 배 안 고프세요?"
"밥 안 먹을란다."
"왜요? 그럼 죽 끓여 드릴까요?"
"응."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고 남의 부엌이라 어색했지만, 얼른 일어나
"동서. 쌀하고 야채 좀 내나 봐."
"형님. 찹쌀 불린 것 있어요."
"그래? 그럼 금방 하겠네."
동서가 내 주는 야채를 받아 뚝딱 금방 만들어낸 죽입니다.  



★ 채소 아몬드 죽


재료 : 불린 찹쌀 1컵, 물 3컵, 아몬드 10개 정도, 표고버섯 1개, 피망 1/4쪽, 당근 , 참기름, 소금 약간

만드는 순서


㉠ 채소는 잘게 다져준다.
㉡ 불린 쌀을 냄비에 붓고 참기름을 약간 두르고 볶아 준다.
㉢ 물을 붓고 끓여주다가 쌀이 퍼지면 믹스기에 간 아몬드를 넣어준다.

*불린 쌀이 없을 경우, 쌀을 반쯤 갈아서 사용하고 더 빨리 만들어야 할 경우에는 밥으로 만들면 금방 만들 수 있습니다. 


 


㉣ 썰어둔 채소를 넣어준다.


㉤ 소금으로 간을 하고 담아내면 완성된다.



▶ 어머님을 위한 아침 밥상


세수를 시켜 모시고 나온 어머님은 얌전하게 앉아계십니다.
"어머님! 식사합시다."
뜨거운 죽을 식혀가며 입에 넣어 드리니 오물오물 잘 먹어 주십니다.
"아이쿠! 우리 어머님 잘 받아 드시네."
"어머님! 입 맛없다고 안 드시고 그럼 안 됩니다."
"많이 드셔야 오래 사시지요."
"그래야 우리 딸 시집 보는 것도 보실 수 있어요."
아무 말 없이 받아 드시기만 합니다.


오후가 되어 점심까지 드시고 요양원으로 향하였습니다.
시설은 제법 깔끔한 곳입니다.
요양보호사들이 어머님을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잘 다녀오셨어요?"
"응."
"우리 할머니는 얼마나 착하신데요. 심성도 곱고."
평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싫어하시기에 시설에서도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꾸 집에 불이나 가 봐야된다며 침대를 내려오시려고 해 난감했다는 말을 해 주십니다. 거동조차 하시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있고 하여 오래 머물 수 없어 그렇게 또 이별을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머님! 안녕히 계세요."
"오냐. 조심해 가거라."
"................"
잡았던 손을 놓고 밖으로 나오니 마음은 왜 그렇게 허전하던지....


휠체어를 타고 앉아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많기도 해라. 한 부대가 왔네."
그 말이 좋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자식이 여섯이면 무엇하겠습니까.
모시질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머님께 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전화 자주 드릴게요.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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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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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래도 따뜻하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011.05.09 15:44 [ ADDR : EDIT/ DEL : REPLY ]
  3. 말처럼 쉬지않은것이 부모공양 같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도 만만치않아 못모시는 분도 많죠.
    그렇다고 비난은 할 수 없어요.
    우리 요양시설도 확충되어서 노후생활이 편안해지면 좋겠네요.

    2011.05.09 15:51 [ ADDR : EDIT/ DEL : REPLY ]
  4. 마음이 찡하네요.
    저는 부모님이 많은(?) 장손이라서 고민도 많답니다. ㅠㅠ

    2011.05.09 16: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어른들이 하시는 말 내리사랑이란말이 새삼 새롭게 느껴지네요~
    저도 엄마가 되었지만 내자식 부터 먼저 그다음에 한참 뒤에야 부모님이었네요
    이런 날에만 다시금 이런 생각을 하고~
    전 노을님이 부모님을 위해 차리시는 밥상을 항상 마음으로 담아보고 있답니다.
    전 그런 마음을 가져보지 못해서 반성을 하면서요~

    2011.05.09 16:19 [ ADDR : EDIT/ DEL : REPLY ]
  6. 마음씨도 따뜻한 효부이십니다~~~ ㅎㅎ

    2011.05.09 16:24 [ ADDR : EDIT/ DEL : REPLY ]
  7. 이성균

    가슴이 먹먹하네요...
    젊은 시절 자식들 위해 사시더니
    늙어서도 자식들 힘들까봐 배려하는 마음을....

    2011.05.09 16:47 [ ADDR : EDIT/ DEL : REPLY ]
  8. 마음이 아프네요..어느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혀버렸어요ㅠ
    얼마 전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더 그런 거 같아요..힝-
    여유가 안되어 못 모시더라고 생각날 때마다 시간 될 때마다 자주 찾아뵙고 전화 자주해드리는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힘내세요..^^

    2011.05.09 18: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따뜻한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한 저녁시간 되세요~

    2011.05.09 18: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따뜻한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한 저녁시간 되세요~

    2011.05.09 18: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어버이 날이라서 시어머님과 동생분 댁에서 즐거운 가족모임을 가지셨네요
    저도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 생각이 더 간절해 집니다^^

    2011.05.09 19:04 [ ADDR : EDIT/ DEL : REPLY ]
  12. 풀잎

    직접 모시지 않아도 따듯한 가족에 정이 느껴지네요...서로가 생각해주는 가족간에 정이 너무나 그리워요..
    직접 모시면서 서로를 힘들게 하는것보다 조금 떨어져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족이 되는것도 방법인것 같아요...자제분들도 참 잘키우셨네요...우리집 손주들은 시골에 가려구도 않구 할머니를 뵙드라도 인사하면 그뿐인데...할머니랑 대화도 나누려 해주는것 자체가 얼마나 이뻐요~~^^우리집도 그런 따듯한 정이 있으면 좋겟는데 그게 참 어렵네요..
    저또한 엄마를 요양원에 모셧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아요...엄마는 적응도 잘하구 계시지만 어버이날이 만큼이라도 꼭 가려고 했지만 결국은 찾지못해 죄송한맘뿐이에요..며칠있다가 다녀오려구요..
    꼭 모시지 않더라도 마음을 다할때 그것이 효도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많을 돈을 준다해도 마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어요~따듯한글 읽고 조금이나마 위로받습니다~

    2011.05.09 19:05 [ ADDR : EDIT/ DEL : REPLY ]
  13. 힘든 부분이라 생각이 되요.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마음이라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2011.05.09 20:01 [ ADDR : EDIT/ DEL : REPLY ]
  14. 사랑초

    노후준비 탄탄히 하며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아프지 않고 살다가면 좋으련만...
    참 어렵습니다.
    자주 찾아뵙고...전화 하시면 되지요

    2011.05.09 20:27 [ ADDR : EDIT/ DEL : REPLY ]
  15. woyao

    저희 집은 올해 94세가 되시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요
    건강 하시긴 하지만 치매가 살짝 있으셔서 힘이 듭니다
    요양원에 보내드릴 형편도 안돼고 요양원에 가시면 잘 적응하실 수 없을 것 같아서
    집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 끝나면 무조건 집으로 갑니다.
    어머 할머니가 또 돈 내놓으라고 하시네요^^

    요양원에 가서 자주 찾아 뵙는게 가장 좋을 거에요

    2011.05.09 20:41 [ ADDR : EDIT/ DEL : REPLY ]
  16. 해피트리

    시어머님이 요양원에 계시는군요.
    모시지 못하는 자식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는 걸
    어머님도 아실거에요.

    2011.05.09 22:18 [ ADDR : EDIT/ DEL : REPLY ]
  17. 어머님 단어만 들어도 눈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2011.05.10 06: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마음이 너무 애잔해집니다.

    2011.05.10 06: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요즘은 요양원에 많이 모시는 것 같아요.. 저희 할머니도 요양원에 계시는데... 자주 뵙지 못하고 있네요.. 2-3달의 한번 정도...가까운데 계시는 숙모가 고생을 너무 하셔서 걱정이에요.. ㅠㅠ

    2011.05.10 08:29 [ ADDR : EDIT/ DEL : REPLY ]
  20. 불효자라 생각하지 마세요. 이렇게 마음이 항상 가는 걸요.

    2011.05.11 02: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부모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살아주기를 바라는 자식 마음은 같은 거 같습니다.
    불효자라뇨 당치도 않으세요.
    노을님의 불효는 다른이들의 효보다 훨씬 더 낫다는 걸 많은 글을 통해 봐왔는걸요.
    어머니께 전화 한통 드려야겠네요.

    2011.05.17 11: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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