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1. 7. 13. 06:00


남편 핸드폰에 감긴 노란 고무줄의 씁쓸함




사람이 살아가면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억 겹의 인연을 쌓아야 이승에서 한 번 스친다는 말도 있으니 말입니다.

서른넷, 서른셋, 노총각 노처녀가 맞선을 본지 한 달 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주위에서는 모두 '급하긴 급했구만'하면서 놀리기도 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남남으로 살다가 부부로 인연 맺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 둘 낳고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올곧고 꼼꼼하고 급한 성격 때문에 자주 다툼을 하곤 하지만 듣고 보면 틀린 소리 아닌데도 말투가 직설적이다 보니 아이들도 받아들이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저 남편이기에
그저 아빠이기에
모든 게 용서될 때가 많습니다.

휴일이지만 장마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붓고 여기저기 물난리가 났을 때 밖에 나간다는 건 엄두도 못 내고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었습니다. 낮잠을 즐기고 있는데 남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 얼른 들어 전해주었습니다.
통화하고 난 뒤 좀 이상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어? 핸드폰이 왜 이래?"
"응. 커버를 어디 흘러버렸는지 잃어버렸어."
"어디서?"
"그걸 알면 찾았지."
그리고 이튿날이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다시 밖으로 나갔다 들어옵니다.
"당신! 어디 갔다 와?"
"응. 핸드폰 배터리가 어디로 도망가고 없어서."
"찾았어?"
"차에 흘러 있어 찾아왔어."
손에서 가지고 다니다 보면 배터리가 빠져나가기 쉬울 것 같아 노란 고무줄을 감아주었습니다.
"아니, 새 핸드폰 하라고 해도 그러고 있어?"
"내가 돈이 어딨어?"
"돈이 없어서 안 하는 거야?"
"참나, 카드 가지고 있잖아! 왜 돈이 없어? 공짜폰도 많다더만."
"당신 허락도 받아야 하고."
"..................농담이지? 서비스 센터에 가서 커버라도 하나 사!"
"그래야지. 시간이 안 나네."



 





괜스레 마음이 씁쓸해졌습니다.
여러분은 현금으로 월급 봉투 받아 보신 적 있으십니까?
한 달 열심히 일하고 나면 손에 전해주는 두툼한 현금 봉투 말입니다.
그때만 해도 아버지의 위상은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기분 좋게 취한 아버지의 호주머니에는 가슴에 품은 월급봉투와 함께 손에는 아이들 간식이 들러 있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사실, 옛날 같으면 딴 주머니도 찼을 법한데, 요즘에는 월급이 통장으로 찍히다 보니 남편의 어깨가 가볍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월급은 고스란히 아내의 손으로 들어가고 남편은 겨우 한 달 용돈만 타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서, 한 달 받아오는 월급이 많다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빠듯하게 받아 생활하는 서민들이 문제이지요.
자식들 교육비에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따라잡기에도 허리가 휠 지경이니 뭘 한가지 맘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마음 이해합니다.
여러분은 한 달 용돈 풍족하십니까?

늘 험난한 세상을 향해 나갈 때에도 당당한 남편이면서 아내 눈치 살피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였습니다.

이제 남편과 손잡고 시내 나가 번듯한 핸드폰 하나 장만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을 바쁘게 살아가는 보통 우리 아버지의 모습 아닐지...



공감가는 글이었다면 추천 꾸우욱!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정기구독+ 
Posted by *저녁노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절약정신이 상당하세요^^

    2011.07.13 12: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멋진 핸드폰 하나 장만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세상 모든 어머니, 아버지들 화이팅 하시길 ...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011.07.13 12:23 [ ADDR : EDIT/ DEL : REPLY ]
  4. 신록둥이

    우리남편도 스마트폰은 쓰기 불편할까봐서
    갖길 원하지 않아 아직 저런 폴드로 쓰고 있습니다.
    공짜폰도 많이 있던데 말입니다.
    통화하는데는 굳이 좋은 폰 필요없는데....세상이 너무 빨리
    변화하는 것 같아요....ㅎㅎ

    2011.07.13 12:23 [ ADDR : EDIT/ DEL : REPLY ]
  5. 정말 알뜰하시네요!
    대단하십니다~ 절약해야 잘 사는 법이지요 ㅎㅎ

    2011.07.13 12:28 [ ADDR : EDIT/ DEL : REPLY ]
  6. 요즘은 은행계좌로 월급을 이체해 주기 때문에
    월급봉투를 받는 건 거의 사라졌죠.

    2011.07.13 13: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노란고무줄 성실함과 또 우직함이겠죠.
    요즘 세상 얼마나 공짜폰이 많은데요.

    그러고보니 이전에 아버지 월급통장이 생각나네요.
    경리과 도장이 찍힌 누런봉투,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쇄되었네요.

    시간내셔서 한번 같이 휴대폰 장만하러 가세욥!

    2011.07.13 13: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결혼해서 아이 키울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는거 같아요...
    요즘 연애도 결혼도 아이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는다고 하는데...
    이해가 돼요...

    2011.07.13 14: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으음... 상당히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군용. 마음이 짠합니다.

    2011.07.13 14: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아버지의 위상이 정말 많이 없어졌죠~^^
    누런 월급봉투를 받아서 "수고했어요~"하는 엄마의 목소리~
    아빠의 월급날을 날짜를 알기보다는 그날의 분위기로 파악하던~
    그날의 지워진 일상들이 다시 그려집니다...
    지금 내 남편의 어깨를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2011.07.13 15: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월급봉투...언제부터인가 없어졌죠...
    어머니께서 일을 오래 하셨는데... 어머님의 월급봉투가 생각이 나는군요
    잘 보고 갑니다^^

    2011.07.13 15: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햐.. 요즘엔 공짜폰들도 많으니까 하나 바꾸셔도 될 거 같아요 ^_^

    그래도 아껴야 잘산다는 말이 있으니^_^!!

    2011.07.13 15: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대단한 절약정신 입니다.
    본받아야 할 좋은 생활 이네요.
    옛날에는 월급받는 날이면 어깨에 힘주는
    시절 이었었죠.
    지금은 온통 통장으로 월급이 들어가니 도무지
    돈을 벌기나 한 것인지 라는 생각이 드는
    월급 장이들 많을 겁니다.
    매우 공감가는 내용 들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2011.07.13 15: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피쳐폰으로 번호이동하시면 그리 비싸지 않을겁니다.
    멋진 폰으로 하나 장만해주세요 ^^

    2011.07.13 16: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절약의 끝을 보여주시네요!!
    요즘 애들은 최신휴대폰이다 뭐다 돈 걱정 안하고 바꾸는데..
    배워야 할 자세인 것 같아요..!

    2011.07.13 16: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웬지 안쓰러워 보입니다~~ㅎ
    노란고무줄이 정겹게 느껴지네요
    하지만.. 바꾸시면 어떨지..^^;

    2011.07.13 16: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남편분 멋지시네요 ^^
    소중한 글 너무 잘 읽고 갑니다 ^^
    행복한 하루되세요 ~ ^^

    2011.07.13 17: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가족들을 위해 자신에게 쓰는 것이 아까워하는 훌륭한 가장이시네요
    아이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는 아버지이실 것 같아요

    훈훈한 글 잘보고 갑니다.

    ***건강천사 블로그 이벤트를 소개합니다***
    공모내용 : "다른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여행지를 추천해주세요"
    제출형식 : 여행지 위치 및 소개, 볼거리 사진, 체험기를 남겨주세요
    참여방 : (http://blog.daum.net/nhicblog/931)
    ※ 먼저 위 참여방에 댓글로 다음아이디, 연락처를 비공개로 남겨주세요(함께쓰기등록용)
    이후 함께쓰기 완료 댓글을 받으면 참여가 가능합니다.
    경품 : 시상을 통해 휴가비를 최대 30만원까지 지원(국민관광상품권)
    이벤트 기간 : 2011.7.17(일)까지
    지금 빨리 응모하세요

    2011.07.13 19: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ㅋㅋ저도 하두떨어트려 밧데리케이스가 깨져 저러고 다닌적이있었어요.
    요즘은 아주ㅡ튼튼히나와 왠만해선 깨지지도않더라고요,
    공짜폰도많던데 하나해드리세요.
    미우나고우나 남편이기에...

    2011.07.13 19: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가슴이 찡하여옵니당..

    2011.07.13 21: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왠지 숙연해집니다. 아버지는 시간이 지나가면 점점더 위축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ㅠㅠ

    2011.07.14 01: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wcs_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