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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불쾌하게 느꼈던 반말, 나를 부끄럽게 한 이유

by 홈쿡쌤 2011.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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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하게 느꼈던 반말, 나를 부끄럽게 한 이유



며칠 전, 조금 일찍 마친 날이었습니다.
이런 날은 미뤄두었던 일을 챙겨 봅니다.
요즘에야 인터넷 뱅킹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은행 갈 일이 별로 없습니다.
통장을 보니 정리 안 한 지도 제법 오래 되어 찾게 되었습니다.
통장정리나 해 볼까 하고 자동인출기에 넣었는데, 세상에 무얼 보았는지 찍혔던 자리에 또 찍혀 무슨 글자인지도 몰라 보게 되어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으니 '딩동, 196번 손님 창구로 오십시오.'
보던 책을 놓고 얼른 달려갔습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통장 정리하다가 잘못해서요."
"어디 한 번 줘 보세요."
통장을 건넸더니
"다른 종이에 빼서 부쳐 드릴까?"
"네. 그러세요."
"통장이 다 되었네. 제발급해야겠네."
"..............."
<중략>
"도장 드릴까요?"
"아! 네. 주세요."

아직 30대 후반 주부로 보이는데 꼬박꼬박 반말입니다.
뭐라 할 수는 없어 계속 대답을 '네.', '네.'하고 붙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상냥한 대답이 메아리 되어 되돌아왔습니다.

한쪽으로 비켜서 통장과 도장을 정리하여 가방 속에 넣었습니다.
잠시 후, 할머니 한 분이 바로 뒷손님이었습니다.

"엄니, 오늘은 뭐 하려고?"
"응. 아들이 돈을 좀 부쳤다네."
"어디 보자. 아드님 정말 효자다. 그치 엄니."
"그럼. 효자지."
오가는 말을 보니 자주 이용하시는 할머니인 것 같았습니다.

가만 보니 손님을 대하는 모습이 꼭 가족처럼 상냥함이 묻어났습니다.







'내가 너무 까칠했나?'
돌아 나오려는데 그녀의 책상 앞에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연히 마주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기다려도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저기! 사진 하나 찍어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그냥 보고만 가시던데 사진 찍어가시는 분은 처음이에요."
"글귀가 너무 좋네요."
"호호. 감사합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모든 게 좋아 보이는 게 세상일인가 봅니다.

해맑은 그녀의 얼굴을 보니 나의 속 좁음이 부끄러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뒤통수에 대고 인사하는 그녀는 세상을 밝게 하는 천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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