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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오랜만에 찾아간 시댁, 가슴 먹먹했던 시어머님의 눈물

by 홈쿡쌤 201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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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간 시댁, 가슴 먹먹했던 시어머님의 눈물




주말에 시어머님이 집으로 오셨습니다.
막내아들의 등에 업혀 들어서는 어머님은 왜소해 보입니다.
"어머님, 어서 오세요."
한 시간이 넘게 차를 타고 오셔서 그런지 기운이 없으신가 침대에 내려놓자마자 잠에 빠져듭니다. 어머님이 주무실 동안 얼른 저녁을 준비하였습니다.

시어머님은 6남매를 키워내시고 혼자 시골에서 생활하고 계셨습니다.
어느 날인가 찾아온 치매로 형제들이 의논하여 요양원으로 모신지 2년이 넘어갑니다.
막내아들 집에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있어 주말이면 찾아뵙고 있지만,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집에 가고 싶다고 해 모시고 왔던 것입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난 뒤
"어머님! 그렇게 집에 오고 싶었어요?"
"응."
"잘 오셨어요. 어머님."
몇 마디 이야기 나누고 난 뒤 또 앉아 계시지 못하고 누워 버리십니다.
"장을 담아야 되는데.."
"장독에 담가 놓은 김치도 갖다 먹어라."
기억은 가끔 뒷걸음질 치기도 하였습니다.

늦게 퇴근하고 들어서는 남편은 주무시는 모습을 보고는 씻고 그냥 옆에 누워버립니다.

"여보! 엄마 불러 봐!
"주무시는데 그냥 놔 둬!"
자꾸 주무시기만 하는 게 아쉬워 흔들어 깨웠습니다.

"어머님! 어머님! 아들 왔어요."
"왔나? 저녁은 묵었나?"
언제나 자식의 끼니 걱정입니다.
"엄마는 시간이 몇 신데. 밥을 안 묵노"
그게 끝이었습니다.
"당신, 오손도손 이야기 좀 해. 그렇게 오고 싶다고 하셨는데."
"..................."
두 사람 모두 깊은 잠에 빠져버립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엄마와 아들 사이여서 그럴까요?
아니면 잠을 자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요?
그래도 '엄마'라고 부를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합니까.
붕어빵 같은 모습을 보며 가만히 앉아 바라보니 마음 씁쓸했습니다.


이튿날,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했습니다.
국물 하나만 있으면 공깃밥 한 그릇은 드시기에 마음이 놓입니다.
기저귀 갈아 끼우고 씻기고 나서 삼촌에게 들은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떠 올라
"어머님! 시골 가 보실랍니까?"
"그럼 여기까지 와서 안 가 볼끼가?"
"여보! 어머님 모시고 시골 갔다 오자."
"추운데 어딜까!"
"그래도 가고 싶다잖아."
"감기 걸려 안돼!"
자라고 꿈을 키워왔던 집도 사라지고 없는데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데 어머님 소원하나 못 들어주나?
모임에 꼭 가야 하는 것 아니면 그러지 말고 갔다 오자.
잔소리를 늘어대자 겨우 '알았다.'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어머님. 외투 입혀 드릴게요."
그렇게 남편은 어머님을 업고 자동차에 태웠습니다.
빈 손으로 갈 수 없어 밀감 몇 박스와 과자를 사서 시골로 향하였습니다.






1. 동네 마을회관으로

어머님이 시골 계실 때 자주 놀러 갔던 마을회관을 찾아갔습니다.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어르신들이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는 어머님을 주르르 달려나와 반기십니다.

"아이쿠! 나동댁 왔나?"
"잘 있었소?"
"얼굴은 좋아 보이네."
"석동댁은 왜 그렇게 늙었노?"
"안 죽으니 이렇게 만나네."
"00댁이 죽었어. 며칠 전에."
"........"
"나도 얼른 죽으면 좋을낀데...."
너도 나도 늙어가기에 외로움 달래고 서로 의지하며 지내고 계셨습니다.

밀감과 과자를 내려 드렸더니
"뭐하러 이런 걸 사 왔노?"
"별거 아닙니다. 나눠 드세요."
"우린 뭘 주나? 음료수 없나?"
"냉장고에 있긴 한데 차가워서 되것나?"
이웃집 어르신이 달려가시더니 사과 1개 배 1개 귤 3개를 담은 비닐봉지를 전해줍니다.
"줄 것이 없어. 이것이라도 집에 가서 입맛 다셔."
소중한 정을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2. 어머님의 절친을 만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친구가 많습니다.

그래도 유독 마음이 가는 친구가 있습니다.
어머님의 친구 작은아들은 우리 아파트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큰아들 몰래 잘 살지 못하는 작은아들이 마음에 걸려 농사지은 쌀 채소 등을 챙겨 시댁에 가져다 놓습니다. 우리가 주말마다 찾아가기 때문에 어머님은 우리 차에 물건을 올려주면서 좀 갖다 주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골고루 나눠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심부름도 해 주곤 했습니다.

또, 어머님은 며칠 집을 비우게 될 때 '닭 모이 주는 것'을 부탁했고 햇살에 말려 놓은 호박이나 토란대 갑자기 비라도 내릴 때 전화로 부탁하고 그리고, 혼자 계신 어머님이 전화를 받지 않을 때 걱정되어 친구분에게 전화해 확인하곤 하는 사이였습니다.


마을회관에서 나와 어머님의 친구분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계세요?"
어르신은 소죽 솥에서 물을 끓여 들고 나와 머리를 감고 계셨습니다.
"누고? 눈이 어두워서 잘 모르겠네."
"나동댁 며느리입니다."
"아이쿠! 우짠 일이요?"
"어머님 모시고 왔습니다."
"나동댁이 왔단 말이가?"
"네. 얼른 머리 감으세요."
반가운 마음에 추운 날씨에 머리를 제대로 닦지도 않고 꼬부랑한 허리로 어머님이 계신 자동차로 향하십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분은 손을 마주잡으십니다.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반갑다. 잘 지냈나?"
"잘 지냈지."
"뭐든 많이 묵어라. 그래야 건강하지."
"많이 묵고 있어."
"................"
서로 말을 잊지 못합니다.
어머님의 친구분은 허리가 땅에 닿을 듯하면서도 산에 나무하러 다니신다고 하셨습니다.

잠시 후, 차 문을 닫고 어르신은 내 손을 잡으십니다.
"아이쿠! 고맙소. 이렇게 찾아주고."
"아닙니다. 어머님이 오고 싶다고 하셔서 왔어요."
"고생이 많소. 나이 들면 얼른 죽어야 하는데."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됩니까."
"그러게 말이야."
"설에 모시고 올게요."
"바쁠텐데 어서 가보소."
"네. 안녕히 계세요."


자동차가 멀리 떠날 때까지 혼자 서서 손을 흔들고 계시는 모습을 뵈니 어찌나 마음 짠하던지.....
오래오래 우정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3. 사돈과의 만남

막내 삼촌과 동서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같은 동네에서 인연으로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각별한 사돈 사이입니다. 평소 서로 전화 통화도 자주 하고 마음을 나누며 지내셨습니다.
어머님이 요양원으로 떠나시고 난 뒤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생각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계세요?"
기척이 없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00이 숙모인데, 어머님 모시고 왔습니다."
"지금 어디요?"
"집 앞입니다."
"알았소. 딸기 하우스인데 내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오니 저쪽에서 유모차를 끌고 반쯤 뛰어오시고 계셨습니다. 사돈어른의 손에는 커다란 딸기 몇 개가 들려 있었습니다.
"사돈! 이것이라도 잡수세요."
오물오물 달콤한 딸기를 드시는 어머님이십니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집에서 딸기 1박스와 부추를 챙겨 차에 실어주십니다.
그리고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내가 딸이 셋인데 늘 부처님한테 공들일 생각 말고 부모님께 잘하라고 늘 시키고 있어."
"우리 며느리 정말 잘해."
"가까이 있는 사람이 해야지."
"주말마다 찾아오면서 맛있는 것도 사 오고. 고생이지."
"우리 딸 보다 여기 있는 며느리가 더 잘한다고 하더만."
"잘 하지. 그리고 이젠 나한테 신경 안써도 됩니다."
"내가 뭘한다고. 어떻게든 잘 드시고 건강하이소. 그래야 또 볼수 있지요."
"그라지요."
우리 막내 동서는 날개없는 천사입니다.
아마 엄마를 닮았나 봅니다.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참 잘도 흘러갔습니다.
"고맙소 이렇게 모시고 다니고."
"아닙니다."
"사돈! 잘 가이소"
"들어가세요. 잘 먹을게요."
또 두 분은 손을 놓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이별은 참 아쉬운 것 같습니다.

서로 눈물을 삼키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였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과연 시어머님을 몇 번이나 더 모시고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
하루를 살아도 건강하게 지내면 좋으련만, 참 맘처럼 쉽지 않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어머님!
더 나빠지지만 마시고 우리 곁에 계셔 주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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