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2. 6. 5. 06:00



난 이럴 때 나이 들어감이 느껴진다.




어제는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바쁜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무도 반겨주는 이가 없습니다.

남편도 아직 퇴근 전이고 아이 둘은 고등학생이다 보니 적막하기만 합니다.
아침에 늘어놓은 옷가지 주섬주섬 제자리 앉히고 늦은 시간에 들어오면 먹을 수 있게 과일을 썰고, 쌀도 씻어두고 냉동실에 있는 식품 냉장고로 옮기고 아침 준비를 해 둡니다. 

주부의 임무를 마치고 화장을 지우려고 거울 앞에 앉습니다.
'왜 이렇게 늙어 보이지?'
'주름이 언제 이렇게 늘었지?'
세월 앞에 장사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세상 밖에서 묻은 오물을 털어내고 침대 속으로 몸을 뉘고 TV를 켜고 돌아가는 뉴스를 접합니다.
남편이 들어오면 간식을 챙겨주고 연속극에 빠져듭니다.

부부이지만 TV 보는 채널을 구분되어있습니다.
남편은 시사, 뉴스, 정치, 교양 프로그램을 자주 보고 저는 아무래도 연속극을 선호합니다.
"당신, 연속극 좀 그만 보고 책이나 봐라."
"책도 눈이 아파 못 봐"
"그럼 나처럼 정치 프로그램을 보던지."
"싫어. 당신은 컴퓨터로 봐!"
그렇게 채널 다툼을 하면서 10시에 하는 연속극만은 꼭 봐야 한다고 우기며 삽니다.

그런데 자꾸 체력이 달려서 그럴까요?
TV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졸고 있나 봅니다.
잠결에 TV 채널만 돌리면 귀신같이 알고는
"왜 그래? 나 보고 있잖아!"
"당신, 자고 있었잖아."
"아니. 언제 내가 잤단 말이야?"
"참나. 우기기는."

그래놓고 주말에 재방송되는 연속극을 보고 앉아있으면
"당신, 이 프로 봐 놓고는 왜 또 봐!"
채널을 돌려 버립니다.
"안 봤어."
"봐라. 봐라. 졸았으니 내용을 하나도 모르지!"
"..............."
안 잤다며 우긴 게 들통이 나버렸습니다.


옛날 친정아버지가 TV만 틀어놓고 주무시다가 꺼버리면
"왜 TV를 꺼?"
"아부지 주무셨잖아요."
"내가 언제?"
"금방"
유행하는 음악방송을 틀어놓으면
"이 앓는 소리 어지간히 하고 있네."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밖으로 나가버리곤 했습니다.

이제 잠을 자면서도 안 잤다고 우겨대던 아버지의 모습이 이젠 꼭 내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일찍 자고 새벽같이 눈이 뜨이는 습관이 나도 모르게 젖어버렸습니다.
그때에는 아버지의 행동들이 정말 이해되지 않았는데 오십을 넘기고 보니 이제야 아버지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




                                                      
          

 





오늘따라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가 무척 그립습니다.

이럴 때는 나도 나이 들어감을 실감하게 되는 씁쓸한 하루가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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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 요즘 아이 낳고 하도 안 꾸며서...
    얼굴이 칙칙하고 못난이가 되어가고 있어여~
    그래서 거울 보기가 싫어지고 있는뎅.. ㅎㅎㅎ

    2012.06.05 10:00 [ ADDR : EDIT/ DEL : REPLY ]
  3. 저희 부모님도 그러시는데요.
    사람사는 것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2012.06.05 10: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사~~~~알짝! 공감합니다 ^^ ㅎㅎㅎ

    2012.06.05 10: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저는 그럴때 그냥 조용히 취침 예약을 해놓아요.
    그게 자동적으로 꺼지면 부모님도 주무실테고 그럼 그냥 저도 제방에 티비앱으로 그냥 티비를 봐요~^^

    2012.06.05 10:24 [ ADDR : EDIT/ DEL : REPLY ]
  6. 저희 엄마도 그러세요..
    꾸벅꾸벅 졸다가 슬쩍 채널을 돌리면
    눈은감고 있지만 귀로는 다 듣고있다면서..ㅋㅋㅋ
    완전 공감되는 이야기인데요!!!
    잘보고 갑니다 :) 행복한 하루되세요~

    2012.06.05 10:34 [ ADDR : EDIT/ DEL : REPLY ]
  7. 저희도 모르게
    나이가 성큼 앞서 가네요! ㅎㅎ

    2012.06.05 10:55 [ ADDR : EDIT/ DEL : REPLY ]
  8. 나이 들면서 예전 어른들이 많이 하시던 말 "아이고 다리야"가 저절로 나오는 말이라는걸 알았죠.^^

    2012.06.05 11: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지금도 엄마가 그러세요. 텔레비젼 켜놓고 주무시다가 끄면 왜꺼`!! 하십니다.
    저는 아예 포기하고 잠을 선택합니다. 잠자는 시간 행복해요.
    충분히 주무시고 기분 업업~~ 행복하신거 알아요. 기운내세요~~ 화이팅!

    2012.06.05 11: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드라마는 오히려 남편이 더 좋아해요.
    난 다큐나 여행 프로. ^^

    앉거나 일어 날때 언제부턴가 '끙' 소리가 저도 모르게 나오더라구요.
    요즘 의식적으로 소리 안 내려 참고 있어요. ^^

    2012.06.05 11: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저도 가끔 돌아가신 아버님이 그리울때가 있습니다.
    그럼 쉬는날 부모님 묘소를 다녀오곤 합니다.

    2012.06.05 11: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저희 아버지를 보는 듯 하네요..

    2012.06.05 11: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완전 공감되네요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더 빠르게 느껴지네요 ㅠ

    2012.06.05 12: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볼때마다 나도 나이 먹어가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긴하는데..
    아직은 확 들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2012.06.05 12: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저는 점점 줄어드는 자신감에서 나이 들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ㅠㅠ
    나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데, 그 생각이 쉽지가 않네요.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012.06.05 13:25 [ ADDR : EDIT/ DEL : REPLY ]
  16. 어쩔수 없이 들어가는 나이를 잡기보다는 그날그날을 최선으로 후회하지않게 살아가려고 하지만 잘되질 않네여 ㅎㅎ너무 공감 되는 이야기네여^^
    이야기 잘읽고 갑니다^^

    2012.06.05 14: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ㅋㅋㅋ 공감가는 글이네요..^^
    나이 들어감을 절실히 느끼는 마미인지라..^^ㅎ

    2012.06.05 17: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나이가 들어간다는건 때론 서럽기도 하지만 ..
    연륜을 느끼는 나이가 된다는 사실로 받아 들입니다.^^

    2012.06.05 17: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어릴때 부모님께서 TV 켜놓는것 때문에 가끔 다투시는 걸 봤었는데 이제 제가 그러네요 ^^

    2012.06.05 23: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ㅋㅋㅋ 공감하지 않을 수 없네요

    2012.06.06 14: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비밀댓글입니다

    2012.06.06 21:33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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