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우러 갔다가 핸드폰 불통으로 불편했던 사연
지지난 주 황매산 법연사 낙성식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딸아이가 고3이라 어수선한 마음 달랠까 하여 따라나선 길이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모인 신도가 2만 명이 넘었고
줄줄이 선 전세버스만 해도 몇백대는 되어 보였습니다.
아침 8시 30분에 출발했지만 차가 얼마나 막히던지
겨우 1시 낙성식에 맞춰 도착했습니다.
가을이 익어가는 황매산
많은 신도가 저마다 소망을 안고 찾아왔습니다.
▶ 웅장한 황매산의 모습
▶ 각자의 소망담은 깃발
▶ 조용히 두 손모아 소원을 빕니다.
▶ 낙성식 모습
▶ 신발을 벗고 엎드린 부부, 무슨 소원을 빌까?
오후 3시쯤 되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합니다.
차에서 기다리기 싫다고 혼자 걸어서 올랐던 남편과 헤어졌는데
아무리 연락을 해도 불통입니다.
전화를 걸어도,
카톡을 보내도,
문자를 보내도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산골이라 그런지 금방 어둠이 어둑어둑 내려앉아
줄줄이 선 버스를 찾는 일도 버거웠습니다.
한참을 내려와 버스 운전사와 통화가 되어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렸나 봅니다.
그런데, 기사분은 차만 세우고 조금 있다 출발을 해 버렸고,
어두워 어떤 차를 타야할 지 보이지도 않아 멀리서 보고 있다 놓쳐버린 남편은 다시 기사에게 전화해 겨우 버스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줘야지?"
"알려 줬잖아."
"내가 어딘데 당신은 어디냐고 물어야 할 것 아냐?"
".........."
"절에서는 도대체 뭐하는 거야? 이렇게 사람을 많이 모아놓고 전화 안 터지는 것도 모르고"
"........."
"기사분도 그래. 내가 거기 서 있다고 했으면 좀 찾아봐야 할 것 아냐. 그냥 가는 법이 어딨어?"
몇km를 걸어야만 했던 남편이 입에서는 연신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소개한 친척 누나 입장만 아니면 한바탕 난리를 쳤을 것입니다.
그리고 차 안에는 낯선 아주머니 두 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앉지도 못하고 서 있습니다.
올 때와는 다른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왜 그러세요?"
"내가 동네 할머니를 모시고 왔는데 잊어버렸다 아닙니꺼."
"어쩌다가?"
"손잡고 다니다가 화장실에 잠시 갔다 왔는데 어딜 가셨는지 사라져 버렸어요."
"전화를 해 보시면 되잖아요. 이제 전화 터지는데."
"그 할머니는 전화도 없습니다."
"................."
"아! 집으로 해 보시면 되잖아요."
"집에도 안 받아요."
"무사하게 찾아가셔야 할 텐데."
아침에 15대가 출발했는데 나이 드신 분이 어디서 무슨 버스를 타야 하는지 몰랐던 것입니다.
조금 있으니 "아이쿠! 할머니 집에 오셨다네."
아주머니의 환한 웃음에 모두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책임있는 인솔자도 하나 없이 무조건 신도만 모아 낙성식에 참석하게 한 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젊은 우리도 차를 찾지 못해 이렇게 헤매었는데
나이드신 어르신은 오죽했을까?
많은 사람이 모이는 줄 알았으면 전신전화국에 알아보고 미리 조처하지 않은 사찰 측에도 원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음 비우고
내려놓으러 갔다가
이리저리 헤매다
부부싸움까지 하고 저만치 따로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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