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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대중탕, 시원하게 등 밀어주는 기계 아시나요?

by 홈쿡쌤 201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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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탕, 시원하게 등 밀어주는 기계 아시나요?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그래서 대중목욕탕을 가끔 이용하게 됩니다.               
오늘,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우연하게 '등 미는 기계'를 보게 되었습니다.
옛날과는 달리 집에서도 목욕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고,
사우나, 찜질방 시설도 잘 되어있습니다.

목욕탕 가면 자주 이용하는 '등 미는 기계'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해 며칠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등미는 기계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어
오늘도 새벽같이 눈이 자동으로 뜨였습니다.
'휴일인데 늦잠이나 잘까?'
하는 생각으로 누워있어 보아도 좀체 잠이 오지 않아
주섬주섬 목욕준비를 하여 대중탕으로 향하였습니다.

이른 아침, 부지런한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밖에는 겨울을 부르는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었지만,
가계 문을 열기 위해 말끔히 차려입은 아저씨
창문을 닦으며 손님 기다릴 준비를 하고,
어디를 가는지 바쁜 발걸음을 하는 사람들,
목욕탕 안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어
아침을 일찍 여는 사람들의 부지런함에 새삼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제 힘들고 지쳤던 몸과 마음
따뜻한 물에 다 풀어 버리고 싶어 욕조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땀으로 찌든 때들을 하나하나 씻어내고 밖으로 나오려고 하자
할머니 한 분이 내 눈에 들어왔습니다.
경남, 부산에만 있다는 등 미는 기계 앞에서
전원을 켜지도 않아 돌아가지도 않는데 등을 갖다 대며
이리저리 힘겹게 등을 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쪽에만 밀어 또 등은 벌겋게 되어있는...

머리는 백발이었고,
살은 하나도 없어 뼈만 앙상하고,
쪼글쪼글한 주름 검버섯이 가득한 거무칙칙한 얼굴,
자그마하신 체격을 보니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님의 모습 같아 얼른 다가서며
"할머니! 등 밀어 드릴까요?"
"아니야. 괜찮아."
"등 미는 기계, 이것 눌리면 돌아갑니다."
"알지만, 그냥 이게 편해서 그래."
"그럼 제가  손으로 밀어드릴게요?"
할머니가 앉으신 곳으로 따라가 등을 손으로 밀며
(피부가 부드러웠기도 하지만 이태리타올을 건네주시지 않아)
"손으로 해 드릴게요" 말을 해도
억지로 내 손을 밀쳐내시며 물로 씻어 주셨습니다.
"아이쿠! 말만 들어도 고맙소."
"벌써 손에 때 다 묻었는데요?"
"나야 맨날 먹고 노는 사람이고 바쁜 사람이 그냥 얼른 가소"
"저 하나도 안 바빠요"
"고맙소, 어여 어여 가서 일 보소"
극구 사양하시는 바람에 등도 밀어 드리지 못하고 그냥 나왔습니다.
등 밀어 드린다고 말한 내가 더 미안하게 말입니다.

어머님은 그렇게 작은 일도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 여기셨나 봅니다.
여태 고생하시며 살아오신 것만으로도
그런 도움은 받아도 되는 우리어머님이신데.....
자립심, 독립심 강하신 그 마음이 왠지 더 애잔하게 다가왔습니다.
건강하고 오래오래 사시길 바래 봅니다.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옆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서로 등을 밀어 주곤 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요즘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목욕만 하고 횡하니 나가버리는
삭막함 가득한 대중탕이 되어 버렸습니다.
꽁꽁 닫고 높이 쌓고 사는 이 세상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막막해 옴을 느끼는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감기 조심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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