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담긴 '아카시아 줄기 파마'
어제 밤에는 소리 없이 비가 다녀갔나 봅니다. 토닥토닥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나니 세상은 더 환해진 것 같습니다.
누런 황사 띠 거두어 간 것처럼 꽃잎들은 더 환한 웃음을 웃는 것처럼 말입니다.
삼일 연휴를 맞아 남편과 함께 친정을 다녀왔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국도를 따라 달리면 좌우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코를 자급합니다. 비록 반겨주는 이 없어도 마음만은 포근한 게 친정 나들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 산소에 들러 돌아 나오는 길목에 화사하게 핀 아카시아 꽃을 꺾어 왔습니다. 어릴 적, 아카시아 잎을 따면서
가위 바위 보를 해 이긴 사람이 계단 먼저 오르기도 하였고, 꽃을 따 꿀을 쪽쪽 빨아 먹기도 했었습니다. 사춘기 때에는 나를 '좋아한다.' '안 한다' 점을 치기도 했었고, 아카시아 잎을 다 따 내고 난 뒤 줄기를 가지고 예뻐지고 싶은 여린 마음에 친구들과 머리에 감아 파마를 하곤 했던 추억을 가득 담고 있는 아카시아 꽃 이였기에 내겐 그저 행복하기만 한 시간이었습니다.
차 안 가득 퍼져 나오는 아카시아 꽃을 집으로 들고 와 딸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위 바위 보를 하며 굴밤 주기도 하였습니다. 눈치 빠른 딸아이 엄마의 행복한 추억이란 걸 알기에 기꺼이 놀아 주었습니다.
자~ 추억의 파마 한번 해 보실래요?
▶ 아카시아 줄기로 머리를 돌돌 말아줍니다.
▶ 줄기 끝으로 매듭을 짓습니다.▶ 뻣뻣한 딸아이의 머리
5분을 넘게 감아도 잘 안 나오는 딸아이 쩝 ^^
디카까지 돈달라 하나 봅니당.
▶ 부드러운 여직원의 머리는 1분도 안 되었는데 이렇게 잘 나왔습니다.
그래도 엄마 마음 헤아린다고 감긴 했는데 학원가야 한다며 달아나 버린 딸아이에게 아름다운 추억하나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아련히 사라져 간 나의 추억을......
여러분은 그런 기억 없으신가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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