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08. 5. 1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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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면 생각나는 ‘물앵두’


오늘은 스승의 날이지만, 우리 아이도 나도 등교를 하지 않았습니다. 몰지식한 선생님의 요구와 학부모들이 건네주는 촌지로 인해 휴교까지 해가며 억지로 쉬는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많지만 좋은 사람이 더 많다고 여기며 사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내 어릴 때에는 집에서 낳은 달걀 꾸러미가 특별한 선물이었고, 방과 후 옥수수 빵 나눠주는 담당이 되면 남는 빵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게 해 주는 선생님의 사랑이 너무 좋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 되었습니다. 고가의 물건들이 택배로 날아가고 상품권이 난무하고 서로에게 부담만 주는 학교 분위기, 그 탓 누구에게 돌리겠습니까? 세상이 바뀌고 성적위주의 교육이 되다보니 내 아이 잘 봐 달라는 부모의 욕심까지 보태어지니 그럴 수밖에......

  1985년 우리 집 보다 더 산골짜기인 학생 120명 되는 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 때 나이 23살, 대학에서 배운 것과는 다른 일들이 학교현장에서 더 많이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교감선생님이 큰오빠와 같은 학교에서 근무를 한 탓에 많은 조언을 받아가며 지냈습니다. 집에서 다니려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기에 사택에서 일주일을 보내다 토요일이면 그리운 엄마가 있는 고향으로 오곤 했었습니다. 새내기로 발령받아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 채 하나 하나 배워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소중한 나의 벗으로 다가왔습니다. 수업을 마치고도 함께 쑥이 나는 철이면 같이 쑥 캐러 가기도 하고, 산나물 고사리를 뜯으러 다니기도 하였습니다. 구슬치기도 같이 하고, 공기받기도 함께 하고, 고무줄놀이. 패차기 놀이, 별스러운 장난감이 없었던 시절이라 아이들이랑 내 어릴 때 놀았던 그 모습처럼 보내는 시간이 한없이 즐거웠습니다. 서로 믿고 따르고 의지하며 내 작은 가슴 열어 사랑으로 품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도 깨어 영악하기까지 하지만 그때는 우리 학교 다니던 시절처럼 얼마나 순수한 마음이었는지 모릅니다. 선생님이 이름 한번 불러 줘도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어도 어쩔 줄 몰라 했던 시절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잘못을 했을 때 매를 들어 때려도 사랑의 매를 들었기에 학부모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거나 찾아오는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허긴 그때에는 검은 전화통에 교환 아가씨와 먼저 통화했던 시절이었고, 그만큼 학교와 학부모들과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발령을 받은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스승의 날 아침,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내 발밑에 놓인 빨간 물앵두가 가지 채 겪어 문 밖에 놓여 있었습니다.‘선생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쪽지와 함께....그것을 방안으로 들고 들어와 씻지도 않고 한 개 따 먹으니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이 따뜻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더 고마운 마음으로 출근을 해 아무리 아이들의 눈치를 살펴도 나오지 않고 이리저리 꼬드겨 물어도 아무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세월이 흐른 후에도 아직 누가 갖다 놓고 갔을 지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몇 안 되는 학생이라 글씨를 보면 대충 짐작은 가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학생들도 50명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복식수업을 해야 하는 3년째 되는 해, 아가씨 선생님이 첫 발령을 받아왔습니다. 멋지게 차려입고 온 초임선생님을 보고는 모두 반가워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학교를 한번 둘러보고 난 뒤, 그만 훌쩍 훌쩍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것 입니다.

“왜요 선생님?”
“저~ 여기서 근무 못하겠어요.”
“..............”

시골에서 태어 나 적응을 잘 해 가고 있는 나와는 달리 아스팔트길인 면내에서 꼬불꼬불 비포장 길을 첩첩산중 십리 길을 더 와야 했으니, 시내에서 자라나 그런 환경을 보고는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상하신 교감 교장선생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달래셨습니다.

그래도 출근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차가 있기에 아침 일찍 출발 해 출퇴근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때서야 얼굴엔 빙그레 미소가 번져나기 시작하였습니다. 허긴 나 또한 엄마가 보고 싶어 집에 가고 싶은 마음 가득하였으니까요. 하지만, 학교 안 사택에 살면서 이것저것 배우기도 하고 공부도 하고 책도 보고 나만의 시간 잘 활용하며 견뎌내었습니다.  제가 4년을 근무하다 다른 학교로 전근을 하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학교는 폐교되어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자꾸만 줄어드는 농촌 인구 때문에 나의 소중한 처녀 시절을 잃어버린 기분이었습니다.

 지금은 23년이란 세월이 흘렸으니 그 녀석들이 36살 정도가 되었겠지요? 며칠 전, 동료가 시골에서 가져왔다고 전해주는 빨갛게 익은 물앵두를 보며 난 추억을 먹었습니다. 유난히 눈동자가 해 맑았던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지금은 어떻게들 살아가고 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그 순진했던 녀석들이 자라서 이 나라의 일꾼들이 되어 있을 거라 믿어 봅니다. 스승의 날만 돌아오면 코 흘리게 녀석들이 더욱 보고 싶어집니다. 순수하기만 했던 그 시절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선물은 꼭 값이 많이 나가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렸음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써 봅니다. 하루를 선물 받은 것 같아 기분은 좋지만, 그래도 가슴한 곳에는 씁쓸할 뿐입니다.

선물 중에 가장 소중한 선물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마음의 선물’이라는 사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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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케잌과 편지가 제일 많이 하는 선물이라고 합니다.
    세상이 밝아지니 촌지도 사라져야합니다.

    2008.05.15 06:51 [ ADDR : EDIT/ DEL : REPLY ]
  2. 피오나

    좋은 내용 잘 읽고 갑니다..
    그러나 아직도 촌지는 음지에서 행하여지는 관례로 자리잡아서 안타깝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2008.05.15 07:57 [ ADDR : EDIT/ DEL : REPLY ]
  3.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귀한 선물이였군요.
    늘, 감동 가득한 글.
    너무 좋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요.

    2008.05.15 08: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가슴 찡하게 하는 선물이 있지요^^
    행복한 휴일 되십시요.

    2008.05.15 08: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저의 딸 학교도 오늘 휴교랍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건 정말 귀한 것 같아요..
    첫째 딸 선생님을 감사하게도 잘 만난 것 같아 감사하고 있답니다.
    아이들 자체에 관심을 가지시고 돌보시며 챙기는 그 마음에 얼마나
    마음이 놓이고 좋은지요...

    감동의 글을 저도 읽고 갑니다.

    2008.05.15 10: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미니

    잘 읽고 갑니다..

    그때..그시절.. 생각납니다..그때가..좋았지여..

    2008.05.15 12:52 [ ADDR : EDIT/ DEL : REPLY ]
  7. 땅콩

    저도 스승의 날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중3때 선생님이 생각나서요. 수소문은 해보았지만 어디 계신지? 저도 이제 선생님의 나이를 훌쩍 넘어 교사가 되었거든요. 선생님! 보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은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선생님이 너무나 많으신거 아시지요:?

    2008.05.15 13:05 [ ADDR : EDIT/ DEL : REPLY ]
  8. 좋은 글이십니다...
    저는 오늘 좋게 보내진 못하네요.
    트랙백도 살짝 걸고 갑니다~

    2008.05.15 14:15 [ ADDR : EDIT/ DEL : REPLY ]
  9. 트랙백 감사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글이네요.
    최고의 선생님들, 너무 그립습니다.
    물앵두의 따뜻한 마음...감동받고 갑니다.
    저는...한학년이 지나고도, 졸업을 하고도 스승의 날에 생각나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고 그립더라구요.
    호되게 야단맞아도, 심하게 매를 맞아도...
    저를 생각해서 그렇게 하시는 거구나..라고 느껴지는거... 학생들은 정말 있거든요.
    특히 당시엔 원망스러워도^^; 다음해, 스승의 날이 되면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런 선생님들이...

    2008.05.15 16: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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