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보리밭 사이에 '돌담 웅덩이'
시골에서 자라 난 탓일까?
친정나들이를 갔을 때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 한 가운데 돌담으로 쌓은 웅덩이를 보았습니다.
옹기종기 이불 당기며 지냈던 우리와는 달리 각자의 방이 따로 있는 요즘 우리 아이들 자기가 자고 난 이불도 개지 않고, 방청소도 하지 않고 다니기가 일수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릴 때에는 모든 게 손으로 일을 해야 했던 시절이라 학교에서 가정실습을 하면 꼬맹이들의 손길이 한몫은 해 내곤 했기에, 부모님들의 일손 도와가며 자라났습니다.
보리가 익으면 들판으로 나가 까칠까칠한 보리타작을 도왔고, 보리 가시랭이가 몸속에 파고 들어가면 땀과 함께 그 따끔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모내기를 하고나면 논에는 늘 물이 차 있어야 했습니다. 물고를 트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논으로 나가셨던 아버지. 어쩌다 물고를 서로 자기 논으로 돌리기 위해 이웃끼리 싸움을 하곤 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또한 군데군데 논 가운데 웅덩이가 있었습니다. 기다란 막대기에 바가지를 달아 도르래 질을 하듯 물을 논으로 퍼 올리곤 했습니다. 추수가 끝날 때 쯤이면 물을 다 퍼내고나면, 물고기도 잡고 고동도 잡았던 추억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지금 농촌에는 벌써 못자리에 물을 대는 시기라, 양수기의 바쁘게 돌아가는 소리가 끊임없을 것 같았습니다. 막대 바가지 자리에 양수기가 차지하며 늙으신 할아버지의 일손을 돕기 위해 빈 들판에 턱하니 버티고 앉아있는 걸 보니 말입니다. 반듯반듯하게 농기계가 잘 들어갈 수 있게 경지정리를 한 탓에 보기 드문 '웅덩이'를 보았답니다.
▶ 웅덩이 가장자리에 서 있는 뽕나무
▶ 양수기
막대 바가지 하나만 걸치면 멋진 보물이 될 것 같은 기분....
추억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가 봅니다.
없이 살았지만, 마음만은 풍족했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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